당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지난 13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로 하는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이슈가 됐다.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공유를 한 이 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사실 페미니즘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여성차별 근거로 쓰이는 ‘떡밥’ WEF의 성차별지수나 임금 격차의 오류도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말하면서도 남성 차별적 발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 남자 침대에서는 어떨까’나 ‘대마초’ 같은 이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메갈이고 진짜 페미니스트는 그렇지 않다.

과거 ‘매직아이’에서 곽정은은 함께 출연한 가수 장기하에게 “‘이 남자는 침대에서 어떨까?’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발언했다(출처 SBS)
사진=한서희 인스타그램 라이브 영상 캡처

아니 당신들이 바라는 그런 이상적인 페미니스트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이라는 이념 자체가 여성차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을 뜻하는 라틴어 ‘femina’와 ism(주의)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직역하면 ‘여성주의’가 된다. 자칫 성차별적으로 보이는 이 단어가 성평등을 표방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쉽게 말하면 현대사회는 성별에 의한 권력 관계가 존재하고 남성은 이 사회의 권력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인권신장이 곧 성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여성차별만이 문제이고 남성차별 앞에서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독박가사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남성의 평균 유급노동시간이 4시간 이상 길고 여전히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침묵을 유지한다. 독박가사·독박육아는 성차별이지만 독박징병은 시기상조라며 문제를 어영부영 미뤄버린다.

남성의 자살률이 2.5배 이상 높고 남성의 행복지수가 2포인트 이상이나 낮지만, 그들에겐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므로 여성만을 위한 자살방지 프로그램이나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몰카범죄의 문제를 제기하던 기자가 남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설치하고 당당하게 보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을 비판하면 ‘남성인권도 떠먹여 줘야 하나’같은 반응이 돌아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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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들이 전제로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명제는 참이라고 입증이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WEF의 성차별 지수나 임금 격차와 같은 것들을 가져오곤 한다. WEF의 성격차지수는 여성과 남성 간 격차(gender gap)를 보여주는 것으로 남성의 지위를 1로 놓고, 그것에 대한 여성의 지위를 평가한다.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참여 및 기회, 교육성취도, 건강과 생존, 정치 권한 부여의 4개 부문과 14개의 세부 측정지표들을 통해 산출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비교 대상 국가 144개국 중 115위로 최하위 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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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WEF는 군대 간 남성을 대학 재학 중으로 처리해서 대학 진학률 무려 111%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해놓는가 보면, 양성의 식자율이 모두 99%임에도 여성의 식자율이 더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밀려 해당 부문 순위가 22위로 밀려나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통계 결과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이며 얼마 전 인종 학살이 일어난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세계 6위라는 순위가 산출됐다.

그럼 남녀임금 격차는 어떨까. 남녀임금 격차의 원인은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50~70%는 생산성 격차로 설명할 수 있고 약 30~50%만이 개인적 성향으로 설명되지 않는 성차별적 요인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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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분석이 범하고 있는 우는 ‘설명하지 못했으니 성차별일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것은 ‘신은 없다고 증명하지 못했으니 신은 있다’는 주장처럼 무지에 호소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다’가 맞지 ‘성차별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혹여 남녀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요인이 성차별적 원인이라고 입증됐어도 이것은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라는 근거이지 ‘여성과 남성 사이의 권력 관계가 있다’라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권력이란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임금 격차란 ‘대우’의 차이이지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의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냥 쉽게 말해 월 200만원 버는 남성 신입사원이 월 170만원 버는 여성 신입사원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여성차별이 더 심하다고 입증이 된 것조차 아니다. 남성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독박징병이나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과 정책 같은 제도적 차별부터 남자니까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들로 인해 남성들은 일상의 온갖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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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성차별과 남성차별 중 뭐가 더 심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매년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1900명 남성의 목숨과 잠재적 임금차별액인 남성임금의 약 10~15% 중 뭐가 더 중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독박징병이나 독박육아·독박가사 중 뭐가 더 심하다고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남성 기득권자가 많으면 남성 전반의 권력이 높은 건가? 그럼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는 여성인권이 더 높은 건가? 애초에 인권이란 건 정량적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객관적 입증이란 불가능하고 명확한 권력 관계 또한 입증된 바가 없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고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설령 ‘기울어진 운동장’이 입증이 되거나 혹은 ‘여성이 받는 차별이 더 심했다’라는 것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성차별을 무시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여성차별이든 남성차별이든 둘 다 문제이고 둘 다 각각 해결해야 하지 무엇이 선결되어야만 다른 것도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성차별도 같이 없애자는 말이 여성차별을 심화시키서나 그대로 유지하자는 말이라도 되나?

페미니즘에서 ‘맨박스’라는 용어를 통해 남성차별에도 문제를 제기한다는 사람이 있어 추가하자면 물론 맨박스가 남성에 대한 프레임, 그로 인한 차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남성혐오란 없다’라는 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남성차별조차도 남성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차별만 해결하면 남성차별은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며 남성차별 앞에서는 침묵을 유지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이다.

김준 기자

리얼뉴스 편집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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