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수록 겸손해지는 무도 ‘아이키도’

합기도(合氣道·아이키도)라는 무술은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권위 남용으로 서열을 구분하려는 구습은, 새로 시작하려는 이들이 의욕을 잃을 뿐만 아니라 기존 회원들과 형성된 인간관계마저 멀어지게 할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키도에서는 절대 성장하지 못한다.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욱 거칠어진다. 대결을 통해 승부를 결정짓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면 입문자나 약자는 다치거나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가끔 지도원들을 기록한 영상을 보면 자연스러움을 잃고 과장된 동작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생각이 행동을 지배한 결과다.

현대 무술이 겸손과 인화를 잊으면 군대에서 연마하는 살상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무술이 살상 기술을 연마하는 데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실용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실력과 지위가 상승할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옛날 어렸을 때 수련을 시작하면서 외치던 구호가 생각이 난다.

“우리들 관원은 관칙을 엄수하며 사범 명령에 복종함!”

필자는 이런 구호가 싫다. 복종을 위해 관칙을 이용한 것이다. 훌륭한 지휘관은 부하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 군대가 민주적인 조직일 수는 없지만, 합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물며 엄연한 민주사회 시민들이 모인 공간에서 무술을 익힌다는 이유로 합리성을 상실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체육대학을 포함해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사회에서 이른바 ‘똥군기’를 잡다가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례들이 심심찮게 뉴스로 접한다. 지도교수들이 오히려 방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을 정도로 빈번하다.

용인대 경호학과 구타 장면(MBC 시사매거진 2580 화면 캡처)

이렇게 배우고 전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니 이른바 갑질이 반복되는 일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학력과 경제력만큼 인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이들이 주류 사회를 점령해가면 그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아이키도는 기술과 인성이 자연스럽게 배어나도록 꾸준히 수련해야 한다. 상대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은 제대로 된 아이키도 기술이 아니다. 정확한 기술에서 지도자와 선배에 대한 존경이 우러난다.

고바야시 선생님을 비롯한 스승으로 모실만한 분들로부터 기술을 받으면 불쾌하지 않고 감탄과 감사가 가슴을 채우는 경험을 수없이 해왔다. 거기서 존경이 생기고 더욱 수련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요동친다.

스승과 선배는 제자와 후배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뻐한다. 서열을 가리듯 편을 가르며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일삼는 사람은 아이키도인으로서 발전하기 어렵다. 타인 즉 상대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이키도인이 아니다.

아이키도는 배울수록 고개를 숙이는 운동이다.

윤대현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
윤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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