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개발자 내분 ‘워마드’, 증거인멸·사이트 폐쇄 시도

페미니즘운동 최전선 활약을 자부하던 온라인 최악의 남성혐오 웹사이트 ‘워마드’가 자중지란으로 홍역을 치뤘다.

남성혐오의 원조 ‘메갈리아’에서 내분으로 분리된 워마드는 2016년 1월 온라인 카페를 개설, 올해 2월 초 정식 웹사이트를 오픈하고 극단적인 남성혐오 막말을 무수히 남발하며 활동했다.

최근까지 회원 3만2000여명에 달했던 워마드의 분열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어이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일부 회원은 포털 <다음> 카페를 다시 개설해 활동을 재개하고 있으나 회원은 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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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최전방 전사를 자랑하던 워마드, 하지만 한편의 개그처럼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분열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메갈리아 사태 이후 페미니즘 관련 글을 여러 차례 썼고, 그중 10회에 걸쳐 메갈리아와 워마드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의 변질에 관해 평가·분석·비판했다.

또한,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머지않아 소멸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당할 것이며, 그런 이유로 조금은 동정심 내지는 연민도 느꼈다.

워마드처럼 부정적인 방식이어도 일정 규모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면, 이를 이슈화하고 부풀려서 반드시 정치·사회적으로 이들을 지렛대 혹은 방패막이로 삼아 유리한 방향으로 이익을 취하는 세력·인물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워마드는 어떻게 갑자기 내분이 일어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초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한 워마드에는 개발자와 총괄 운영자가 있었다.

-지난 9월 21일, 워마드 운영자가 서버 비용 부족을 호소하며 모금 필요성을 공지, 단 5일 만에 약 1000만원을 모금했다.

-10월 7일, 본인이 웹사이트 개발자임을 밝히며 나타난 인물이 워마드 게시판에 모금액 현황을 회원들에게 공개하라는 주장을 한다.

-운영자는 공개 불가라며, 개발자와 게시판에서 의견 충돌이 벌어진다. 이에 개발자는 모금액 중에서 급여 요구를 한다.

-운영자가 거부하자, 개발자는 운영자의 권한을 무단으로 삭제한다. 이에 운영자는 자유게시판에 개발자의 신상을 폭로한다.

-이 와중에 워마드 서버 IP가 공개되자 증거인멸과 웹사이트 폐쇄를 시도한다.

워마드 IP 주소

-개발자 중 한 명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재차 등장, 워마드 회원 IP주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 IP당 125만원(0.25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개발자는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편집자 주

워마드 트윗

-운영자는 더 이상 워마드 사이트 운영은 회원 신상 정보 유출 등 위험하므로 사이트 폐쇄를 선언했다. 현재는 운영자와 개발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져 워마드 회원 개인정보 삭제와 모금액 환불이 진행 중이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 오는 즉시 워마드 웹사이트는 폭파시키고 운영자와 개발자는 도주할 준비가 된 상태다. 편집자 주

사진 1. 워마드 IP
사진 2. 워마드 관리자 공지
사진 3. 증거인멸 중인 워마드

이번 서버 비용 모금에서 보듯 워마드는 회원들에게 돈을 잘 걷는다. 아마 열성적인 회원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부류들로 추측된다. 어쩌면 워마드 회원 가운데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을 가진 이도 상당수 존재할지도 모른다. 워마드가 분리되어 나오기 전 메갈리아에서도 회원들이 진선미 국회의원에게 후원한 금액이 1000만원이었다. 진선미 의원실에서 직접 감사의 글을 메갈리아 게시판에 남길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워마드 개발자가 배신하자마자 회원정보 유출을 우려, 전광석화처럼 사이트를 폭파하려고 했다. 회원 중에는 중요 인사라도 있었을까. 혹시라도 회원 신상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곤란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는 것일까.

필자가 워마드 회원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칭 페미니즘 최전선 전사라면서 왜 극도로 신변 노출은 꺼리는가. 왜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는가. 익명에 기대어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저질인 표현을 밥 먹듯 하는 게 페미니즘인가. 그것이 페미니즘이며, 그런 방식의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어떻게 성취하자는 것인가. 메갈리아와 워마드처럼 사이비 페미니즘, SNS 역기능에 기반을 둔 잘못된 페미니즘은 반드시 몰락하는 길을 밟는다.

필자는 수년간 여성운동을 해 본 경험자이다. 그렇기에 여성운동, 여성운동가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아는 편이다. 여성운동이 막상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진정으로 도움의 손길이 미쳐야 하는 곳에는 닿지도 않거니와 어려운 여성들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나서지도 않는다. 여성운동가들은 대부분 정치적이고 거창한 의제에만 쏠려있다. 강단 페미니스트일수록 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페미니즘을 발판 삼아 국회에 입성한 페미니스트 의원들(출처 여성신문)

필자는 여전히 진정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성운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노숙자 문제, 미혼모,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환경 개선 등.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에는 이런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여기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엄밀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여성운동을 했어도 본인을 페미니스트라 여기지 않듯 이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필자가 읽었던 <여성, 권력과 정치>(앤 스티븐스 지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잘 정의한 바 있다.

여성운동은, 여성들의 즉각적인 필요와 관련된 실질적인 여성의 관심사에 중점을 두며, 기존의 젠더 관계에 반발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운동은, 여성의 종속 문제에 반발. 여성해방, 양성평등과 관련된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회, 국가 제도를 가부장적인 것으로 분석. 가부장제 타파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캠페인에 주력한다.

이처럼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여성운동가인가? 페미니스트인가? 정확히 물어야 하며, 당사자 또한 명확하게 밝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혼동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본다.

메갈리아·워마드가 현재는 몰락 중이라도 어쩌면 조만간에 또 다른 활동공간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망상에 가까운 남성혐오와 잘못된 방향 설정,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의 협소함은 과거 페미니즘이 성취한 긍정적인 결과물까지 오염시키며 나아가 여성운동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들을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또 다른 세력들, 여성학자, 여성계도 큰 책임이 있다. 제아무리 여성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모아준들 메갈리아에 이어 워마드까지 이 지경이 되어도 무슨 도움을 줄줄 알았는가?

메갈리아에게 고마워하라는 글을 한겨레에 게재한 여성학자 정희진

“미친년이 세상을 바꾼다”며 기를 북돋아 주던 네임드 페미니스트들이 워마드 회원들을 진심으로 걱정할까. 향후 메갈리아·워마드가 널을 어떻게 뛸지 두고 볼일이지만, 여성의 문제와 남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간에 연대해야 할 일이 천지에 널렸다는 점을 자각하기 바란다.

끝으로 메갈리아·워마드로 인해 진정한 페미니즘의 역사와 결과물이 시궁창에 버려지고 향후 여성운동이 필요한 부분까지 어렵게 만든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메갈리아·워마드를 언론·강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던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무슨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

이영희

사회연대네트워크 공동대표
murphy8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