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및 자연유산 유도제 합법화 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 안건은 지난 9월 30일에 등록돼 하루 만에 동의자가 20만명을 돌파했고 23만5372명이 청원 참여하며 마감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낙태죄 폐지 청원

해당 청원에서는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을 한다. 책임을 묻더라도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며 “자연유산유도제 국내 도입을 부탁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행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실제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논점들이 있을까.

형법 제269조에서는 ‘제1항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만을 표면적으로 보면 ‘부녀’만을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법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 각론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총론을 같이 살펴보아야 한다.

형법 제31조 교사범에서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제하던 남성이 여성에게 낙태를 권유한다면 남성도 같은 수준의 형벌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2013. 9. 12. 2012도2744)을 보면 ‘피고인이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여성 甲의 임신사실을 알고 수회에 걸쳐 낙태를 권유하였다가 거부당하였는데, 그 후 甲이 피고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낙태 시술을 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낙태교사죄를 인정했다. 교사범은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따라서 해당 청원에서의 ‘독박책임’을 묻는다는 주장에는 옳지 않다.

한편, 낙태죄를 논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차원을 넘어서서 헌법적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 낙태죄와 관련된 논의는 기본권의 충돌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에서는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과의 충돌로 이해했다(2012. 8. 23. 2010헌바402). 당시 법정 의견은 합헌이었는데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말미암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낙태에 관한 보수주의적 논점(conservative view)과 일맥상통한다. 낙태에 관한 보수주의적 입장은 태아를 인간 생명으로 파악하며,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대명제에서 낙태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4인은 반대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는데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1~12주)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략)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주장했다. 법률의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6인의 위헌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4인에 불과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낙태와 관련된 철학적 논점은 헌재의 합헌의견과 위헌의견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낙태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크게 보수주의자(conservative)와 자유주의자(Liberal)의 견해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보았을 때, 우리나라 헌재의 합헌결정은 보수주의적 입장 상통한다. 반면 자유주의적 입장은 태아를 여성의 신체 일부일 뿐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낙태금지법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 모습

즉, 인간 생명을 어디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것인지에 관해 철학적 논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인간 생명이 정자와 난자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경우, 정자 혹은 난자를 배출할 경우 이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만, 그런 국가 역시 태아를 인간 생명으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 및 행복추구 등 여성의 권리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헌재의 위헌의견 역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했지만,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한다고 보았다.

낙태에 관해 종교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대부분 종교에서는 낙태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성폭행으로 인해 원치 않은 임신이더라도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모자보건법 제14조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슬람의 쿠란에서는 낙태를 ‘자식을 죽이는 것’으로 규정하며, 불교에서는 낙태할 경우 가족에게 좋지 못한 카르마가 쌓인다고 생각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낙태에 관한 논점은 수도 없이 많고 각 개인마다 입장도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각 이익단체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걱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시적으로는 낙태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거시적으로는 그러한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국민의 법감정을 면밀히 살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준석

이준석

인턴기자. 인권수호·비리추적·부정부패 척결 등 사회정의를 추구합니다.
sum3778@gmail.com
이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