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가 없다면 합기도가 아니다

합기도를 손목 잡히면 처리하는 호신술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호신술이라면 잡히지 않아야 한다. 모든 무술은 상대가 있고 기술적인 조화를 위해 수련한다. 따라서 손목을 잡히는 행위는 상대의 힘을 통제하고 무력화시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검술에서도 기(氣)는 의식으로 연결된다. 눈을 보는 것도 같은 의미다.

필자(사진 왼쪽)와 제주지부도장 문영찬 관장

合氣道(Aikido, 이하 합기도)를 타 무술과 구별 짓는 것은 合氣(Aiki, 이하 합기)라고 하는 독특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때 합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유술을 이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유술에 합기를 적용한 것이 합기도다. 합기는 기를 결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합기가 없다면 합기도가 아니다. 합기는 호흡력이나 이완력, 또는 기(氣)라고 표현된다. 합기는 몸을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관절을 꺾거나 던지는 형태로서 유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절을 꺾고 던지는 호신술을 합기도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합 중에도 손목을 꺾거나 던지기를 해서 태권도와 다르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합기는 그 자체로 형(形)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합과는 무관하다. 합기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 유사)합기도장에서 발차기하고 주먹질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大東流(다이토류, 이하 대동류)를 말할 때도 유술과 합기유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동류유술 부흥의 조(祖)인 다케다 소가쿠 선생은 ‘합기술(合氣之術)’이라는 기술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케다 선생은 자신이 표현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고, 전승자인 수제자들은 선생의 심오한 기술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해답을 찾아낸 것 가운데 하나가 합기도다. 합기도 창시자인 우에시바 선생은 호흡과 호흡을 맞춤으로써 자연 만물과 하나가 되는 감각을 이야기했다.

투쟁에서도 적과 하나가 되어 마주 서는 일체감을 느끼는 것에서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면서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합기도라고 생각했다. 합기도 창시자는 “합기는 사랑이다!”라고 했고 그런 원리로 상대를 조화롭게 인도하라고 설명했다. 합기는 기를 결합하는 운동이다. 상대의 힘에 강한 저항과 이완으로 힘의 저항을 없애고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합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기는 합하여지는 것이다.’라는 원리에 의해 상대의 힘을 무력화시켜 저항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합기인 것이다. 오래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의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라는 책에서 (국내 유사)합기도(Hapkido)를 “이 무술 저 무술 섞어 놓은 족보없는 짬뽕무술”이라는 글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필자가 하는 합기도가 폄하 당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필자가 합기도에 애착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진짜 합기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술과 합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이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검술을 사용하던 시대에 유술이 있었다. 그 당시 유술은 검술을 하던 무사들이 함께 수련했다. 따라서 검술을 하던 무사에게 발차기는 상식 밖의 일이다. 여러 유파의 유술이 있었고 대다수 유술은 검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케다 선생도 검술의 달인이었고 실제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다케다 선생이 유술에 합기를 표현하면서 합기계 무술이 탄생한 것이다.

합기도 창시자인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은 유술에 검술의 원리를 가미하여 ‘타이사바키(体捌き)’라는 움직임을 확립하면서 대동류유술과 다른 또 다른 유술의 형태를 만들고 호흡력이라는 합기를 접목하면서 ‘합기도’라는 새로운 무술을 탄생시켰다. 그리곤 합기도를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합기도(Aikido)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사진 왼쪽)

합기도는 합기 특유의 기능으로써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합기를 사용하려면 합기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힘을 주거나 빼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호흡력이나 이완력을 몸에 체득시키지 않으면 테크닉 몇 가지로 합기를 터득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전에 지방에서 배우러 온 사람에게 유술의 기본 형태를 가르쳐주자 다 배웠다며 새로운 유파를 만들고 수준이 떨어지는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을 보았다.

72세인 호리코시 선생은 얼마전 필자의 도장에서 수련하고 “나는 이제 시작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20대부터 시작해서 50년 동안 수련한 분이 유술을 몰라서 다시 시작한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합기는 그 체득의 정도를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창시자도 말년에 가서야 자신의 몸이 황금체가 되었다는 말로 새로운 시작을 말했다. 필자는 진짜 합기도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어가지만, 합기도가 항상 새롭다.

지금도 주변에는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실망스러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모두 익힌 것처럼 떠드는 것을 보곤 한다. 그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기본기술을 배우고 나서 다 배웠다고 했던 사람처럼 그것이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에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윤대현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