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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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11:07 | 최종 수정 2020.12.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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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왜곡된 해석이 문제를 양산할 뿐이다.-수상자 소감 중
통계청의 제2회 ‘통계 바로 쓰기 공모전’ 수상작 명단에 여성계의 통계왜곡을 지적한 수상작들이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1등 수상작인 ‘대한민국의 성별 임금 격차에 숨겨진 진실(강새하늘)’이 대표적이다. 이는 <리얼뉴스>에 기고한 ‘남녀임금격차 떡밥의 숨겨진 진실’과 유사한 논리와 내용전개를 보이고 있으며, 인용된 OECD 자료도 동일하다.
해당 수상작은 남녀의 임금격차를 제시할 때 성별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근속연수, 연령 등의 잠재된 설명변수들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여성계가 여성이슈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통계해석들을 지적하는 수상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3등 수상작에는 한국이 최근 수년 간 100위권의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 WEF(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의 부적절성과 이를 국가 간 성평등 순위로 오해하는 관행을 지적하는 ‘세계 성격차 보고서의 왜곡 및 확대해석에 따른 오용(오주상·노정훈)’, 1등 수상작과 유사한 취지의 ‘한국 남녀 임금격차 꼴찌 통계의 왜곡 해석(최진성)’ 등이 실렸다.
이 외에도 남성 비교군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성의 취업 문제를 다루는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여성취업에 대한 편향적 통계 이용 및 왜곡 해석한 사례(박진현·류제나)’도 포함됐다.
장려상에도 ‘데이트폭력(성인남성 10명 중 8명 데이트폭력 가해자 보도 속 통계의 왜곡 해석된 활용)’이나 ‘강력범죄(강력범죄의 피해자의 89% 여성 피해자 그 속에는...)’ 그리고 ‘성매매(성인남성 둘 중 한 명은 성매매 경험자?)’에 관한 여성계와 언론 일각의 잦은 통계왜곡을 지적한 수상작들이 다수 선정돼 눈길을 끈다. 대부분 본지에서 비판적으로 보도한 통계왜곡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의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산업 구조 및 성매매 실태조사’의 내용을 전한 다수의 언론보도는 ‘성인 남성 49% 가량이 성매매 유경험자’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실태조사가 성매매 알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8개 업종 사업체 관계자를 모집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 나아가 표본설계 및 조사방식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자 통계청은 해당 통계의 승인을 취소했다.
한편 ‘성인 남성 절반이 성매매 경험’이라는 가짜뉴스는 표본설계의 잘못이 얼마나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젠더문제에 대한 통계왜곡 문제를 지적하는 수상작들이 다수 선정된 것은 그만큼 젠더문제와 관련해 통계왜곡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성단체들이 보도자료의 형식 등으로 ‘유포’하고 언론이 ‘받아쓰거나’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통계왜곡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에 관해 정론과 원칙을 제대로 지적한 수상자들 중 다수가 대학생이거나 심지어 고등학생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왜곡주장이나 보도를 일삼은 관계자들의 ‘재교육’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통계왜곡의 문제는 단지 교육의 결핍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통계왜곡은 쉽지만 한번 퍼져나간 왜곡된 통계 및 관련 인식들은 이후 정정하기 쉽지 않으며, 이 점을 악용하는 관련 이익단체들 그리고 조회수를 노린 언론들이 많다.
향후 통계를 오남용하는 측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 그리고 공개적인 검증이 수반되어야 통계왜곡과 관련 잡음이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학 박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박가분
paxwon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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