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젠더감수성 이전에 ‘인권감수성’부터 길러야

박가분 승인 2017.11.23 16:06 | 최종 수정 2020.06.08 12:32 의견 0

워마드 변호로 일관한 <한겨레>

일명 호주국자라는, 워마드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으킨 아동 대상 성범죄 논란이 뜨겁다. 이 와중에 <한겨레>는 워마드를 비롯한 혐오세력을 두둔하는 기사를 게재해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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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월 23일자 ‘아동 성폭행 파문’ 워마드···‘미러링’ 사라지고 ‘혐오’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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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워마드 측에서 내세우는 허구적인 음모론을 비중 있게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미러링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도 이번 호주에서 한국여성이 일으킨 아동범죄 사건에 대해 일반론적인 결론으로 일관하며 책임회피를 일삼고 있다. 과거 <한겨레>는 ‘메갈리아는 조직적으로 일베에 저항한 유일한 당사자’라는 주장(정희진)을 대대적으로 싣는가 하면, 메갈리아에 대한 각종 옹호 발언을 지면에 실은 전력이 있다.

워마드발 아동범죄 사건, 조작 논란이 많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보자. 이 기사는 호주국자 사건이 “남성 누리꾼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도 소개했지만, 이는 기자의 바람이 담겨 있을지 몰라도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체포된 문제의 인물은 ‘한국인 여성’이며 ‘아동 착취 표현물(child exploitation material)’을 생산한 혐의로 지난 20일 기소됐다는 사실이 확정됐다. 이 표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지’가 아니라 ‘생산(produce)’했다는 대목이다.

관련 호주법률은 아동을 성적으로 묘사한 표현물 제작뿐만 아니라 소지도 금지한다. 한편 단순 소지에 비해 이를 생산하는 행위를 더욱 중한 범죄로 여겨 최대 징역 10년을 구형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의 워마드 이용자에게는 소위 ‘아동 착취물’을 적극적으로 생산한 혐의가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이미 보석할 수 없는 구속상태이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연방경찰은 ‘아동 포르노’라는 용어 대신 ‘아동 착취물’ 내지는 ‘아동 학대물’이라는 용어를 써 달라는 보도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연방 차원에서 증거인멸과 도주를 막기 위한 구속 수사 개시는 문제 인물의 범죄사실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그 혐의에 대한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의미이다.

아동 착취 표현물에 대한 호주 북부 관련 법 조항
아동 착취 표현물에 대한 호주 북부 관련 법 조항

미러링의 논리가 아동 대상 범죄를 낳은 명백한 케이스

워마드 이용자가 제작했다는 ‘아동 착취물’의 정체는 정확히 무엇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관련 호주 법 규정을 살펴보면 아동 착취물이란 아동 대상의 성행위, 강간, 고문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성적이거나 비하적이거나 학대의 맥락” 속에서 아이를 표현하는 것 일체를 의미한다(자료: 북부 호주, ‘Criminal Act Code’, 106p).

트위터와 유투브에서 ‘호주국자’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문제의 인물은 평소 아동에 대한 도촬 사진과 함께 ‘따먹어 달라고 벌렁 누웠냐’는 등의 언급을 인터넷에 게시했고, ‘쇼타’에 대한 집착성향을 드러내며 음란물을 공유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아동의 사진 혹은 음란물을 성희롱성 글과 함께 유포한 행위 자체도 엄연히 아동 대상의 범죄행위 안에 들어간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워마드 회원의 성희롱 발언 및 도촬영상(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제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워마드 회원의 성희롱 발언 및 도촬영상(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제보)

반면 <한겨레>는 기사에서 “이후 수사 과정에서 ㄱ씨가 실제로 해당 사진과 영상을 직접 촬영한 주체인지, 아니면 타인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유하거나 내려받았는지, ㄱ씨가 다른 아동학대물 등을 소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만 언급하고 있지, 그가 이미 아동에 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들만의 젠더감수성에 중독된 나머지 기초적인 인권감수성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호주국자가 워마드(닉네임: 하용가젠신병자59)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에 “까칠남녀에서 이현재느님도 말하셨노 로리타는 범죄이지만 쇼타콘은 존중받는 취향이다 이기” 등과 같은 자기정당화의 논리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출처 까칠남녀
이현재 교수(출처 까칠남녀)

‘까칠남녀’에 출연한 이현재 교수이처럼 여러모로 보아도, 여성 측의 증오성향 및 일탈 행위에 무한정 면죄부를 부여하는 ‘미러링의 논리’가 아동 대상의 범죄를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는 사건에 대해 <한겨레>가 지면으로 ‘미러링은 틀리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기사를 지면에 낸 것이다. 이는 집단 전반적으로 성찰 능력이 마비되었다는 방증이다.

일베의 범죄 모의가 왜 비난받았는지 기억해야

더욱 아쉬운 것은 <한겨레>가 문제의 기사에서 과거 워마드에서 벌어진 약물범죄 모의(부동액 사건 등) 사건을 다루며 ‘허위였다’는 언급에만 그친다는 점이다. 한편 일명 호주국자가 일으킨 범죄사건을 계기로 과거 메갈·워마드의 극단적 성향이 다시 논란이 된 이유는 이러한 증오성향의 게시물들이 실제로 약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혐오의 피라미드’라는 이론으로 정리한 바 있다.더 나아가 <한겨레>를 비롯한 각종 진보매체에서 과거 일베의 ‘범죄주작(범죄를 예고하거나 흉내만 내는 행위를 인증하여 게시물로 올리는 행위)’ 사건들이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왜 자신들이 그것을 위험한 현상으로 진단했는지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에게 필요한 인용 글

끝으로, 필자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한 더 그럴싸한 인용구로 글을 끝맺겠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야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중략)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그들은,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났어야 했고 그럼으로써 ‘그런 일에 내 이름을 보태지는 않겠다’는 뜻을 표현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돌아보았어야 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나 ‘저런 사람들은 내 동족이 아니오’라고, 또 저런 것은 나의 언어도, 나의 몸짓도, 나의 태도도 아니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어느 정도의 온전한 판단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혐오사회>의 저자 카롤린 엠케가 증오표현을 정당화하거나 방관한 사람들에 대해 한 말이다. 이는 일베성향 네티즌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증오를 ‘미러링’의 논리로 정당화했던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카롤린 엠케가 저작에서 훌륭하게 분석했듯이, 이 세상에 자기 정당화를 수반하지 않는 증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그동안 미러링의 논리는 현실의 복잡한 권력 관계와 각자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겪는 차별과 불의에서 비롯된 분노를 ‘남녀관계’라는 협소한 틀로 밀어 넣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남성 약자(예컨대 남성 노인, 남성 장애인, 남성 어린이,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증오성향을 너무나 손쉽게 정당화했다. 미러링의 논리를 오남용한 측이 언제쯤 이 지점을 성찰할 용기와 판단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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