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수면제를 먹여 남아를 성폭행했다는 글이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컴퓨터 바탕화면의 아이콘 위치와 수영장의 모습 등을 보아 유명 유튜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유튜버는 평소 트위터 계정으로 ‘호주 쇼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워마드 회원의 성희롱 발언 및 도촬영상(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제보)‘쇼린이’란 아직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어린 남아를 보며 성욕을 느끼는 ‘쇼타로 콤플렉스’에서 ‘쇼타로’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린 남자아이를 저급하게 일컫는 말이다.
유튜버와 워마드 글쓴이가 동일인인지 아닌지를 차치하고서, 네티즌들은 이 사실을 호주경찰과 호주대사관에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고 알려졌다.
만약 호주에서 해당 글쓴이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일까. 만약 우리나라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떤 죄책을 물을 수 있을까.
형벌의 적용 범위는 크게 속지주의(屬地主義)와 속인주의(屬人主義)가 있다. 속지주의란 형벌권이 미치는 영역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범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처벌하는 원칙이다. 반면 속인주의란 형벌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범인이 해당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처벌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모두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호주에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다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개정 전 형법 제7조는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해당 조문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2015.5.28. 2013헌바129) 개정, 현재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해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필요적으로 고려하게 됐다. 즉, 외국에서 처벌을 받은 경우라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처벌할 수 있다.
사진=호주 연방경찰청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처벌할 수 있다면, 그 죄책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수면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해 사람을 강간 혹은 강제 추행한 경우,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다 하더라도 약물로 인하여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면 강간치상죄나 강제추행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한다’며 강간치상죄를 인정했다(대법원판례 2017.6.29. 2017도3196).
아울러 인터넷에 남아의 나체사진과 성기를 올린 행위는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해, ‘벌거벗은 남성의 뒷모습 사진’과 ‘남성의 성기 사진’을 인터넷 블로그에 게시한 것은 음란한 화상을 공공연히 전시했다고 해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2.7.13. 2012고합151).
또한 만약 해당 사건에서 사용한 약물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한 경우 관련 법률에 의해 강간치상죄와는 별개로 해당 법률 위반으로 경합범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동이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관한 법률에 따라 그 형이 가중되는 특성이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 강간치상죄나 강제추행치상죄, 그리고 음란물 유포보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저지르는 해당 범죄는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점 때문에 그 불법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마드 회원이 게시한 바와 같이 남자아이에게 수면제를 투여했는지는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것이다. 다만, 인터넷 정보통신망에 남아의 성기와 나체사진을 올렸던 것만으로 이미 아동음란물 유포죄는 확정됐다.
또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남아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강제로 옷을 벗긴 것이므로 강제추행은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면밀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잠재됐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한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거시적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외국인과 아동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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