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지도자의 책임과 의무

합기도(Aikido)는 우에시바 모리헤이라는 창시자(開祖)가 존재한다.

그의 제자들은 창시자가 전하고자 했던 철학과 기술을 왜곡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달시켜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해서 격투기, 공수도, 무에타이를 훈련했던 사람이기에 시합이 갖는 특성을 잘 알고 있다.

극진회관 최영의 총재

‘증명할 수 없으면 신용할 수 없다’라는 말은 극진회관 최영의 총재가 했던 말이다. 따라서 시합이 있는 운동을 하는 자가 한 번도 시합을 나간 적이 없다면 실제 실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합기도가 시합하게 되면 경기 위주로 훈련을 하는 유도나 무에타이, 극진공수도와 같은 전문 선수에게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오래전 (국내 유사)합기도(Hapkido)를 소개하는 TV프로에서 한 명의 극진공수도 선수에게 (국내 유사)합기도 사범들이 공격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불쌍하게 얻어맞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촬영이 끝나고 나서 (국내 유사)합기도 관장이 눈깔을 찌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눈은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국내 유사)합기도 수련을 살펴보면 시합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호신술이나 차력 같은 것들도 수련하고 있다.

합기도를 종합무술로 알고 있는 (국내 유사)합기도 지도자들이 주짓수나 무에타이 같은 투기 기술을 배워서 섞었다고 해도 실제 격투기 시합에 나가서 우승할 확률은 낮다.

시합하는 운동이 봉이나 쌍절곤을 돌리는 것은 실제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훈련해야 할 시간을 쓸데없는 데 허비해 버리는 것과 같다.

무에타이나 극진공수도를 봐도 수련 자체가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해 거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종합무술이라고 하는 (국내 유사)합기도는 낙법과 호신술, 그리고 보여주기 위한 영화 액션 같은 것으로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실제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한 훈련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 시합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유사)합기도장에서 호신술도 배우고 낙법도 배우고, 여러 가지를 배운 초등학생이 만약 시합을 위주로 훈련만 하는 태권도 소년부 선수를 상대한다면 아이는 위험천만해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도장에서 출전한 아이라면 관장이 실력 차이를 알아서 조절하겠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타 도장 학생이라면 그 위험함은 장담할 수 없다.

시합하는 (국내 유사)합기도에 태권도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경기룰이 태권도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던지기와 하단차기가 있어서 다르다고 하지만 실제 시합 모습에서 태권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다름을 느낄 수 없다.

(국내 유사)합기도장에서 태권도와 킥복싱이나 유도, 주짓수를 함께 하는 곳이 많은 것은 합기도를 종합무술로 알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진짜 합기도(Aikido)는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서 UFC 경기와 같은 시합만 보아왔던 사람들에게 합기도는 별것 아닌 운동이라고 비웃움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실제 싸움에 대한 편협한 생각에서 오는 우매함이라 할 수 있다. 진짜 합기도를 알게 되면 정말 무서운 기술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합기도 기술은 손목뒤집기, 입신던지기, 사방던지기, 천지던지기, 호흡던지기, 고착기인 1교, 2교, 3교 등등 거의 모든 기술이 상대에게 심한 상해를 입히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상대에게 일부러 또는 당연하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기 위한 기술은 없다.

물론 자기방어를 위해 강력하고 완벽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의도적으로 다치게 하는 강한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합기도가 부드럽게 보이는 이유는 상해를 입히지 않고 공격해 오는 상대마저도 안전하게 유도하며 제압하거나 던진다는 것에 있다.

그런 모든 기술은 고류검술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가장 무서운 싸움이 검술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합기도 기술이 결코 만만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터키 이스탄불대학에서 합기도를 지도하는 윤대현 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 윤리헌장>에서 보듯 합기도는 사회적 윤리성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통 합기도를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그 윤리헌장을 바탕으로 모범적인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싸움만 잘하면 된다는 무술 지도자나 윤리가 없는 단체들은 따를만한 스승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협회장이 반윤리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단체 명칭을 바꾸고 장소만 옮겨 협회장을 계속하고 있는 곳도 있다.

전국합기도 연무대회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선생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연무대회의 특징은 합기도인이라면 협회장부터 일반 회원들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다.

연무자들은 합기도의 정신과 기술적 특징은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창시자의 뜻에 따라 합기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태권도와 유사한 시합을 하고, 미리 약속된 순서에 의한 호신술을 누가 잘하나 경쟁을 하거나, 쌍절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봉술 같은 무기를 보여주는 (국내 유사)합기도는 정통 합기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모습은 합기도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전략과 특색을 일관성 있게 나타내지 못하는 잘못된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짬뽕을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이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국내 유사)합기도는 정확한 계보에 의한 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 시작된 정통 합기도는 창시자로부터 시작해서 도주로 대를 이어가며 기술의 원리와 정신이 변하지 않고 그 원형을 모두가 일관되게 지키가면서 거듭 발전시키고 있다.

훌륭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변질시키지 않고 올바로 전달해야 하는 것도 지도자의 책임과 의무다.

윤대현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