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반대하면 흥한다’, 여전히 유효?

시민의 기대 수준은 나날이 높아진다는 걸 명심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4개 정당, 즉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까지 살펴봐도 그렇다.

정의당은 다소 결이 다르지만, 보수 야당 3곳은 정부 비판이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야당은 반대가 기본’, ‘야당은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9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원과 일반 시민 등 10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출처 자유한국당)

과연 이것은 유효한 전략일까. 물론 최선이 ‘뚜렷한 가치, 그것도 국민이 상당히 동의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그에 부합하는 것은 찬성하고 부합하지 않는 것은 반대한다’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때 차선이 뭐냐는 거다. 보수 야당 3곳은 대체로 정부에 반대하고 각을 세우는 행위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드러누웠지만, 훗날 그들의 ‘실책’이 정치적 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많은 박정희 지지자는 이 사례를 김영삼과 김대중을 평가절하하는 근거로 써먹기도 한다. 또한, 상당수 김대중 지지자들은 김대중이 한일협정 당시 야당 세력 중 거의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김대중의 식견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야당들이 ‘대체로 반대에 몸을 싣는다’는 상황은 여기서 오히려 ‘선택적 찬성’의 가치를 높인다. 야당 하나가 돌출돼 나름의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인사를 지지하면 그만큼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이 3곳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런 판단을 하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기본적으로는 반대해야 흥한다’는 기존의 원칙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보수 정부 10년’ 동안의 민주당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역시 반대에 능한 야당이었다. 이명박 정부 내각에 대해서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는 별명을 붙인 것은 지금의 보수 야당 3곳보다 훨씬 괜찮은 센스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선 승리하지만 2012년 총·대선에서 패배하고 만다. 시민들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 정부를 견제하게 했지만, ‘반대에 능한 야당’에게 정권을 맡기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임을 강조하고 ‘귀태’ 논란 등을 만들어냈으나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야권의 2016년 총선 대승은 박근혜 정부가 오만하게도 여당을 철저하게 통제하려다 벌어진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2012년 대선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출처 더불어민주당)

지난 십 년, 민주당은 ‘반대만 하는 야당’으로선 집권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민주당은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를 일으킬 정도로 무능하고 부패하지 않았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나날이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수준이 보수 야당 3곳에 대해선 갑자기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2016년 촛불시위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변했거나, 변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보수 야당 3곳의 ‘야당은 반대하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라는 계산은 너무 구닥다리다. 문재인 정부가 잠깐 헤맬 때라도 지지율을 가져오지 못할 전략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전략의 오류는 결국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한윤형

한윤형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 정치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이다. 주요 저서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미디어 시민의 탄생'(2017)이 있다.
hanyhy01@gmail.com
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