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의협회장이 진단한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지난 25일 토요일 오후 5시 반, 지방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수서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기다리는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방송국 작가라고 했다.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많은 분이 관심을 두게 되어 방송사에서도 이것을 다루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기초지식이 없으니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시끄럽고 붐비는 역사에서 질문이 오고 갔다.

이국종 교수(출처 아주대학교의료원)

-중증외상센터, 무슨 문제가 있는 거죠?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센터가 지역별로 잘 돌아가야 하는데 인력·시설·장비 모두 실정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왜 열악한 거죠?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병원에서 인력·시설투자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적자가 나죠?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비를 정부 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대로 주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중증외상환자는 말 그대로 중증의 외상환자를 즉각적으로 치료해서 살려내야 하는 임무를 가진 곳입니다. 따라서 인력만 해도 의사 한 사람이 진료할 수 없고 외상과 관련된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이 상시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응급상황에서 실려 왔는데 그때 의사를 호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과 즉시 사용 가능한 장비들을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력·시설·장비를 갖추고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원가를 지급하지 않아서 적자가 난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나요?
처음에 필요한 시설지원은 정부자금으로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해서 운영하려면 초기비용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운영 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정부가 책정해 놓은 의료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건강보험이 돈을 안 준다?
맞습니다. 현재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원가보전율, 즉 치료비 투입 원가 대비 받는 돈은 낮게는 40%대에서 높아 봐야 8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1개당 연간 약 58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매년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줄어들고 있고 신생아중환자실의학회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이 부족해서 목숨을 잃는 신생아가 연간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증응급환자도 응급실서 6시간 대기(출처 KBS)

메르스 사태 때문에 유명해진 ECMO도 기가 막힙니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경우 최종적으로 환자의 심장과 폐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하는 ECMO라는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ECMO 장치를 사용했다가 환자가 살면 돈을 주고 환자가 사망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인데 환자가 살지 못하면 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메르스 때 이것이 문제가 되자 돈을 못 받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중증외상센터가 잘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정말 그렇다면 건강보험이 문제가 있네요. 그럼 어떻게 병원이 망하지 않고 운영을 해왔나요?
첫째 비진료분야 즉 장례식장 운영, 주차장 비용, 식당 임대료 등 비진료 분야에서 소득을 올려왔고 둘째 숙박비라고 할 수도 있는 병실비를 비급여로 받아서 메꿔왔고 여러 비급여 진료비를 원가보다 높게 받아 보험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면서 운영해 온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병원은 환자에게서 돈을 받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받으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주지 않으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간 것이고 환자는 그것이 부담스러우니까 실비보험을 또 가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겠군요?
올해 초에 어느 권위 있는 의학저널에 30년 후 선진국들의 평균수명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국민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때 태어나는 대한민국 여자아이의 평균기대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논문은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뛰어난 의료접근성’을 들었습니다. 아무 때나 손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OECD 국민의 2배 더 많이 진료를 받고 2배 더 많이 입원합니다 그러면서도 총의료비는 OECD 국가의 3분의 2밖에 안 됩니다. 의료비를 덜 쓰면서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까요?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졌습니다. 이번 중증외상센터의 문제에 국민이 관심을 끌게 된 것도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만큼 더 많이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케어는 더 많이 지급하지 않고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어서 의사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아, 문제가 거기까지 가는군요.
-방송국 작가

노환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현 하지정맥류 클리닉 하트웰의원 원장·의료희망연구원 원장
aimheart@gmail.com
노환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