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자영업자’는 왜 실패하는가?

직장인을 위한 자영업 시뮬레이션

2015년부터 현시대를 관통하는 표현 중 하나가 된 ‘노오력’은 원래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였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치열한 경쟁과 그것에서 탈락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풍조에 지친 사람들에 의해, 이 표현은 일종의 저항적 의미로 자리 잡게 된다. 주로 청년들이 이른바 꼰대들에게 비판과 조롱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기성세대의 주장처럼 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주로 그들이 몸담은 자영업의 처참한 실패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높은 폐업률이야말로 노력 부족이 현격히 드러나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노오력’의 배신
자영업이야말로 노력의 배신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보다 주당 평균 4.7시간을 더 일한다. 특히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은 평균보다 14.9시간을 더 일한다. 그렇게 더 일하고도 소득은 임금 노동자에 비교해 낮다. 더군다나 5년 내 폐업률도 매우 높다. 노력이 그토록 대단한 것이라면, 더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돈은 더 적게 벌고, 스스로 만든 일자리마저 잃어버리기 쉬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3년 이내 자영업 폐업률 46.9%

일부 성공한 이들이 주장하는 노력 만능론은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노력론에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한 도전과 절박함을 이겨낸 승리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하는 질타도 “절박함이 없다”, “도전하지 않는다”와 같은 비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성공 신화가 얼마나 멋지고 감동적인 요소가 많은가와, 그것이 실제로 맞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40·50대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그런데 이들이 절박함을 가지고 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함에도 현실은 처참할 지경이다.

성공 신화가 밝히는 성공 요인은 진짜 요인이 아니다. 월급쟁이로 살 때는 그런 스토리에 감화를 받고, 그것을 팔고 다니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도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자영업자라면, 그런 성공 신화에 귀를 기울일 바에야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매력적인 스토리 뒤의 진실
절박함으로 성공하는 것은 스토리로서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절박함이 사업을 망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조지프 라피와지에 펭의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창업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만두는 게 나을까. 그들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 기업가가 된 20대, 30대, 40대, 50대 사람들로 구성된, 전국적으로 대표성 있는 집단 5000명을 추적했다. (중략) 이 조사에 따르면,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은 대단한 자신감을 지닌 위험 감수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창업을 함으로써 실패에 대비한 기업가들의 경우는 훨씬 위험 회피적이었고,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이 두 그룹의 창업 성과는 어떤 차이가 났을까. 전자는 자신과 자신의 사업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후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더 열성적이고 더 과감하게 승부한 전자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 낮았다.

그들은 절박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많은 힐링 스토리들은 “자기 자신을 믿어라”고 한다.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라며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힘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서 끝나야 할 일이다. 현실은 매우 차갑고 냉정해서 그러한 말랑한 사고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위험을 회피하고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많을수록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성공 신화 중에서 절박해서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창고 창업의 전설이자 신화인 애플은 아무것도 없이 창고에서 그냥 시작한 것이 아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HP(휴렛팩커드)라는 매우 탄탄하고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면서 만든 것이다. 그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 것은 1976년이지만, 1977년까지는 계속 HP의 엔지니어로서 일하면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나이키 매장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인 필 나이트도 1964년부터 자동차에 자신이 만든 러닝슈즈를 싣고 다니며 판매했지만, 본업인 회계사 일을 1969년까지 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자 시인 중 한 명인 T.S. 엘리엇은 대표작인 <황무지>를 발표하고도 몇 년간 안정적인 은행원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이것이 해외 사례라서 별로 와닿지 않는다면, 포털 1위인 네이버를 보면 된다. 그들은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로 시작했는데, 1999년에 독립하며 본격적으로 길을 열기 시작했다.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퇴사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쫓기는 상황에 몰리지 말라!

핵심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패를 줄여주고 더 오래 살아남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큰 변화에 대해 꿈도 꾸지 않고 있거나,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전망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노력의 배신을 이해하고 절박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전극이 짜릿한 이유는 그것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과 절박함이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은, 10년 전에 크게 유행한 어떤 책에 나온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그것이 이뤄지게 도와준다”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많은 사업자가 자영업을 시작해 금방 망하는 것은 쫓기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앞서 소개한 대단한 기업가들조차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급하게 시작한 사업이 잘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어쩌다 자영업자’들이 쉽게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

김서영 기자

김서영 기자

리얼뉴스 청소년보호정책 책임자
vang1277@gmail.com
김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