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과 조작 판치는 언론 어떻게 봐야할까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사건 이후 귀순병을 직접 구출한 이가 JSA 경비대대장인 권 중령이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됐다. 사건 다음날 대대장(권 중령)의 “차마 아이들(부하)을 보낼 수는 없었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 나왔다.

그런데 19일 일부 언론이 판문점 TOD 영상에 JSA 대대장이 없었다는 보도를 하면서 국방부가 영웅 미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실을 조작했다는 파문이 일었다. 논란은 각종 SNS를 통해 더욱 증폭되면서 대대장을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였다.

그러나 유엔군 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귀순병을 JSA대대 대대장과 부사관들이 구출하는 TOD 영상을 공개하면서 대대장 영웅 미담에 관련한 진실공방을 결론지었다. TOD 영상에는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귀순병에게 우리 군 대대장과 부사관 2명이 급파된 모습이 나왔다. 귀순자에게 거의 다다를 무렵 대대장은 중간에 멈춰 주변을 살피며 엄호했고 부사관 2명은 포복으로 귀순자에게 다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언론을 소설로 만드는 기자들 왜 이렇게 많나요?”, “펜이 칼보다 가볍지만, 칼처럼 신중하게 썼으면 좋겠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해당 사건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일부 언론의 헛발질로 일단락됐다.

사실 대중들이 언론에 대해 불신을 표출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패와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 총체적인 불안을 보여주는 전형이 됐다.

특히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오보는 처음부터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으며, 이후 무수히 쏟아지는 추측성 기사들은 그 혼란을 극으로 치닫게 했다. 이는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한 대중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형 오보 때린 <KBS>

이처럼 사람들은 언론의 무책임하고 미숙한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비난하는 법을 알고 있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편향적인 기사, 선동하는 기사, 검증이 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하는 등 질 낮은 기사를 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조소하는 경멸이 직설적으로 표현된 예시다. 사람들이 ‘언론답지 못한‘ 언론에 대해 분노하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노를 넘어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성찰할 시점이다.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가치관은 우리도 모르는 새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을 시 난무하는 추측성 기사들은 혼란을 가중하기 십상이며,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뉴스의 시대>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언론이 우리 삶에서 매우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성찰 없이 뉴스를 수용하기만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의 말처럼 뉴스는 분명 그것을 만든 자들의 의도와 추측, 그리고 사회적 맥락은 언급하지 않은 채, 객관적인 억양으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뉴스는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창이 아니다. 뉴스가 사용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언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더해 수많은 의미를 덧씌우기 때문이다.

언론의 전략
실제로 언론은 대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구사한다. 필자는 그중에서 3가지 전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전략은 충격과 공포 전략이다. 예를 들어 명절 스트레스가 가정폭력과 이혼을 급증시킨다는 기사를 가정해보자. 이 기사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은 명절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기사는 그런 반응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언론들은 대개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집중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 1. JTBC <뉴스룸>의 데이터 조작 오보
사진 2. JTBC <뉴스룸>의 데이터 조작 오보

두 번째 전략은 바로 ‘숫자’를 활용한 ‘객관화’ 작업이다. 뉴스는 때때로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지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사실이 손실된 ‘그럴듯한 사실’까지만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이 낮을수록 외로움을 느낀다는 기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통계의 논리를 잘 모른다면 개인의 소득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짓게 될 수 있다.

특히 이런 기사는 소득이 낮을수록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현대사회의 상식을 기반으로 해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통계치는 모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자의 판단에 따른 일부 표본을 추출해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이나 조사자의 편향성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집단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언론은 이러한 정보는 제외하고 단순하게 평균의 차이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전략은 일반화 전략이다. 다음 기사의 제목을 보자. ‘학교 화장실의 남녀차별···여학생 변기 수 적고 비좁아’ 이런 기사를 보면 모든 학교가 남녀 차별을 하는 듯하고, 이것이 마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를 검증하는 데 매달렸을까. 사회과학 연구는 ‘연구결과의 일반화’와 ‘연구 대상 간의 인과관계’라는 2가지의 중요 요소를 가지며,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 기사는 단편적인 사실을 일반적인 것처럼 포장해서 서둘러 보도한다. 다른 매체보다 늦게 보도하면 이슈를 선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KBS>의 유체이탈 화법(?)

언론을 성찰하는 자세
언론이 전하는 정보는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미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게다가 현대 사회의 뉴스 공급량은 과거에 비교해 셀 수 없이 증가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현상에 대해 “몇몇 지각 있는 사람들은 이미 신문과 방송이 실은 ‘압박에 시달리는 기자’가 ‘평균적인 독자’라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가진 욕망을 추측하면서 무한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날마다 임의로 뽑아낸 한 줌의 정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써 언론에 지나치게 흔들릴 경우 현실 세계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편견이 쉽사리 수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론이 전하는 정보의 사실관계가 제대로 검증되기 전까지는 그 사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언론의 속성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언론을 성찰할 준비가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수현

박수현

대학생 인턴기자. 사회복지학 학부생입니다. 각종 사회 현상과 문제 등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psh55781@naver.com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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