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3당 지지율 회복되지 않는 이유?

보수는 지금, ‘민주주의자 선언’을 해야 한다

현재의 야권은 ‘보수 3당체제’라고 부를 만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야 전신인 새누리당의 분화이니 당연한 일이고,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에서 분화된 정당이지만 창당 이후 보수적 색채가 짙어졌다.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 보수 지지층을 두고 경쟁을 했다.

홍준표 당 대표는 8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신임 당 대표를 환영하고 양당 간 연락 채널을 가동하자고 제안했다(출처 자유한국당)

이들이 본인들에게 주어진 조건, 최순실 게이트와 2016년 광장 촛불시위와 이로 인한 정권교체 이후의 정국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는 당분간 문재인 정부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야당의 지지율이 쉬이 오르지 못할 요인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관찰한바, 그들이 원하는 그림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으로 돌아가자’이다.

한국 사회에 범보수의 지지층은 굳건하므로, 본인들이 보수파의 수장임을 재확인하면 35%에서 40%의 지지율은 회복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그들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 대한 공세는 자신들이 ‘원조 보수’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구애하는 중이다.

큰 틀에서 본다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그러한 전략적 계산으로 자유한국당과 경쟁하고 있다. 한 거리에 늘어선 음식점들이 원조 경쟁을 하듯 누가 보수의 대변인지를 겨루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 계산은 근본적인 지점에서 잘못됐다. 유권자들의 보수세력에 대한 불신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시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과거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보수정부 십 년 시기의 민주당에 비교해서도 왼쪽 방향이라 평가할만하다. 이 기조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계속해서 민주당을 찍었던 지지층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자유한국당 등을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다. 한국 보수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했던 중도파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불만도 많을 텐데, 왜일까.

한국 보수세력이 ‘민주주의 지지 세력’이라는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란 게 내 생각이다. 그들은 착각했다. ‘87년 체제’는 국민의 선택이었다. 그들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1997년에는 수평적 정권 교체까지 이뤄냈다.

1987년 6월 항쟁

결과적으로 볼 때 지난 십여 년 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1997년 이전, 심지어는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이는 유권자가 원했던 보수세력이 아니었다. 2007년에 정권을 교체할 때, 유권자들은 보수에게 ‘잘 살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아니라 남한 시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하고 첩보 활동을 하는 세상은 보수정당 지지에 가까웠던 중도파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군사이버사가 댓글을 다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보수세력을 원했다. 보수는 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경제정책 수준에서만 개혁세력과 경쟁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틀 자체를 허물려고 했다. 유권자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제 한국 보수에는 진보와 비슷한 불신의 딱지가 붙게 되었다. 그 불신의 이름은 ‘너희가 민주주의자인지 모르겠어’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이 이토록 헤맨 이유 중 핵심은, 사람들이 그들이 민주주의자임을 온전히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혁명적 사회주의자나 주체사상파였던 그들이 생각을 바꿨는지, 언제 바꿨는지, 무슨 이유로 바꿨는지를 대부분 대중을 상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들에게 ‘종북’의 굴레를 씌우는 보수파가 너무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대중에게 불신을 당하는 원인이었다.

이제는 보수정당 역시 그러한 불신의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사실 합리적인 불신이기도 하다.

그나마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홍준표 대표조차 친박세력을 당에서 쫓아내고 당 강령에 서민적 색채를 강화하면 지지율이 회복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가 보기에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 보수정당에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자 선언’이다. 과거의 오류를 겸허히 인정하고 그 잘못된 노선을 이탈했다고 말해야 한다.

저희는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 권력기관을 잘못 이용하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크나큰 잘못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긍정하는 보수정당이 되겠습니다.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진보와 경쟁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파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어느 정당에도 함부로 마음을 주지 못하는 강남으로 표상되는 보수적 중산층 표심이 움직일 것이다.

9월 9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앞에서 홍준표 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원과 일반 시민 등 10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출처 자유한국당)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수만을 기다린다고 지지율이 극적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권자가 보수세력에게 바라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영광은 어제의 것이다. 2017년의 한국, 이 시대를 사는 한국 시민들의 업데이트된 욕망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보수정당이 세를 회복하는 일은 이제 꿈속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윤형

한윤형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 정치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이다. 주요 저서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미디어 시민의 탄생'(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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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