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부산경찰의 일탈?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을 이야기하다

부산지방경찰청은 홍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지금도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경찰’은 34만명에 달하는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부산경찰의 SNS 홍보는 모범이 되고, 뉴미디어 산업의 롤 모델로 떠올라 대중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스캔들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혹자는 ‘부산경찰의 SNS 홍보와 이번 학교전담경찰관의 상담학생 성관계 문제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거의 모든 조직 문제의 시발점은 최고경영자의 철학 부재에서 오듯, 이번 사건도 사실은 박근혜 정부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4대악 근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4대악 근절을 치안 정책의 화두로 올렸다. 그것은 바로 성폭력 범죄,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이었다.

여기서 특징적인 한 가지는 네 가지 사안 모두 공권력이 사건 사실을 인지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문제를 인식하고, 신고와 계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사실 별안간 경찰이 홍보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은 공권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의 범죄 형태였다. 전자는 ‘사생활’과의 경계가 뚜렷했고, 후자는 ‘교권’과의 갈등이 있었다.

즉, 사생활과 관할 경계 영역이 있으므로 실제 경찰 입장에서는 주로 ‘홍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영역에서는 당장 성과를 내어야 하니 ‘유대관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행정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서 뉴미디어인 SNS의 등장도 한몫했다. 실적에 대한 경찰 조직의 압력은 결국 대국민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전략으로 이어졌다.

부산경찰 SNS의 ‘약 빤 드립’ 게시물, 경찰들이 유행하는 댄스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여경들의 애교 영상, 미담 사례들이 그런 것들이었다.

부산경찰청 SNS '노숙자 슈퍼히어로' 게시물
부산경찰청 SNS ‘노숙자 슈퍼히어로’ 게시물

그러나 여기서 실제 문제의 씨앗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경찰 조직이 실제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핵심역량과 상부에서 원하는 실적과의 미스매치였던 것이다.

경찰 조직에는 대민지원 사업도 있지만, 핵심 역량은 주로 범죄 예방과 강력범죄 대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역량 대부분은 홍보할 수 없는 콘텐츠가 많다.

즉,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해 고려를 해야 하며, 가해자의 인권 문제에서도 경찰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SNS 홍보 콘텐츠의 대부분은 지극히 핵심 역량과는 동떨어진 콘텐츠와 경범죄 중심과 미담 사례, 교통안전 정보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홍보 콘텐츠의 다수를 차지했다.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지만, 학교 내의 계도 행위는 홍보 범위가 무제한에 가까웠다.

친근한 이미지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그림도 좋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찰 조직은 학교전담경찰 제도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전문성보다 학생들에게 선호될 수 있는 혹은 대외적으로 홍보에 유리한 외모가 좋은 전담 경찰관들이었다.

사실 일선의 교사들은 대학에서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을 이수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들은 ‘교생 실습’을 통해 실무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은 이러한 전문성을 무시한 채, 20대와 30대 초반의 상담 전문성도 모자란 인력을 투입했다. 오로지 홍보를 위해서 말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그 연대기적 흐름을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을 폭로한 장신중 전 총경은 외모 중심의 선발과 실제 역량과 상관없는 과다한 예산과 인력 투입을 지적한 바가 있다.

물론 전문성에도 이의를 제기했는데, 어찌 되었든 이 사건은 최고 책임자들의 조직 운영 철학이 결여되어 만들어낸 구조적 사건임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비단 학교전담경찰관 문제만은 아니다. 장신중 전 총경이 지적한 바처럼 일선 경찰관들의 검거 실적보다 홍보 실적이 승진 고과 평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현실이 낳은 또 다른 폐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직무 윤리와 상관없이 SNS 계정에 자신의 셀피를 찍어 올리는 경찰들의 존재이다.

앞서 내부 폭로에서 드러나듯 경찰 조직의 역량이 홍보에 투입되다 보니 전 경찰이 개인 계정을 만들고, ‘좋아요 품앗이’도 하고 ‘홍보 경쟁’을 하는 기형적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한 과정에서 SNS에 익숙한 젊은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계정을 홍보에 활용해왔다. 경찰 미담 사례를 배포할 때에도 팔로워 숫자 등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경찰관이 자신의 신원과 근무지를 공개하고, 경찰 조직은 점점 더 외모지상주의가 횡행한다. 홍보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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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외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실제로 뉴욕 시경은 제복을 입은 여경을 무더기로 징계한 사례가 있다. 물론 선정적인 사진을 올린 여경도 있었지만, 소속과 이름을 노출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존 J. 맥카시 뉴욕 경찰국장은 “사전에 허가 없이 제복을 입은 상태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금지 사항”이라고 밝힌 바가 있었다.

또한, 이러한 금지 사항은 “신원 노출로 인한 범죄의 위협으로부터 경찰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타당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현재 미국 다수의 주와 유럽에서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MBC <무한도전>의 부산경찰 편을 보면 그 무엇보다 보호와 보안이 필요한 강력계 형사들의 신원을 그대로 홍보에 이용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찰 조직의 규율과 홍보 정책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MBC 갈무리
MBC <무한도전> 갈무리

사실 군대와 경찰은 큰 사건이 없는 것이 최선인 기관이자 조직이기도 하다. 필요한 국민이 요구할 때 가장 최선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역할은 끝난다. 굳이 민간 기업처럼 관심을 끌어서 알려야 할 홍보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조직은 필요 이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만큼 스스로도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한 조직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으로 지난 홍보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오히려 핵심 역량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대외 신뢰도는 더 악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주객이 전도된 조직 철학과 실적 위주의 행정이 보여주는 폐단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큰 전환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