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규직의 최대 특혜 ‘금융 접근성’

회사 밖은 지옥?
흔히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한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회사 바깥을 잘 알지는 못한다. 회사 안에서 보이는 바깥세상은 그야말로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내다본 세상이다. 이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정규직 종사자들이 누리고 있는 특혜에 대한 인식이다.

출처 <미생>

만약 당신이 정규직 종사자라면, 그로서 누리는 특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 질문에 대부분 “나는 어떠한 특혜도 누리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친구들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규직의 최대 특혜는 높은 연봉도 안정성도 아닌, 바로 금융 접근성이다.

은행은 당신의 직장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
은행은 대출대상을 지급능력으로 분류한다. 대기업 정규직은 지급능력이 좋기에 재직 증빙만 되면 요구 서류도 복잡하지 않고, 저금리로 대출을 수월하고 빠르게 해준다.

비정규직은 신용한도가 매우 낮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매출의 변동성을 고려해서 신용한도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는다.

주요 기업의 정규직으로만 종사해온 사람들은 이런 특혜를 잘 모른다. 이를 혜택으로 보기보다는 당연히 누려 할 권리로 생각한다.

그러나 직장 타이틀 없이 소득으로만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와 대기업 정규직으로서 받는 경우의 차이를 알게 된다면, 그것이 어마어마한 혜택이라는 사실에 수긍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 재직 증명서가 첨부되면 대출협약이 맺어진 은행은 더 높은 대출한도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때 은행은 당신이 아니라 직장을 보고 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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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직장은 능력 보증수표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착각하는 것이지만, 임금과 직장이 곧 그들의 능력에 대한 보증수표는 아니다.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조직의 ‘톱니바퀴’라고도 하는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의 직장인이란 특성을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기업은 나름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비록 형편없어서 덜덜거릴지언정,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시스템의 힘이다. 시스템에는 자리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할 최적의 인물들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런 기업이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과 복지제도를 주는 이유이며, 은행이 대출자를 보는 시각이다.

당신이 마이클 조던처럼 압도적인 개인 브랜드로 수익을 낸다면, 은행도 당신을 달리 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장에 소속된 개인에 불과하기에, 당신 자체보다 당신의 지급능력을 좌우하는 배후를 보고 신용을 평가한다.

따라서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그 직장의 권위에 기대어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직장의 위상과 직위가 없다면 인적 네트워크와 인적 자산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둘 경우 그동안 기업이 보증하던 금융 접근성을 상실하게 된다.

필자는 첫 직장생활을 은행에서 시작했다. 대출업무를 하던 당시,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약 4.5%, 신용대출 금리는 약 10% 선이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대기업의 경우 1년차 사원부터 5~6%대의 낮은 금리로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신용대출로 빌려줄 수 있었다.

출처 KB국민은행

반면 소기업 직원은 한도 500만원, 금리는 12%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어떤 사람은 아예 한도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게 곧 혜택!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제2금융권, 제3금융권, 더 나아가서는 2016년부터 커지기 시작한 중금리 대출에 대한 비난은, 정직원이란 선택을 받은 자들의 굉장히 나태한 시각이다. 저금리에 큰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전체 노동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1금융권에서 큰 금액을 빌리지 못한다.

특히 자영업자에게는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시기가 있다. 이들은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넉넉한 잔고가 필요하므로 결국 제2·3금융권이라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은행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은행이 공공성을 띠는 것은 사실이나 엄연히 사기업이지, 공공기관도 자선기관도 아니기 때문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

김서영 기자

김서영 기자

리얼뉴스 청소년보호정책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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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