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민주당 우파 수장’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 대선에도 잠깐 그러했듯,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보와 발언에 문재인 지지자들의 설왕설래가 있는 모양이다.

안 지사의 발언이 적절한지 아닌지, 문재인 지지자들의 항의가 적절한지 아닌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그보다는 현시점에서 안 지사 행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은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 건설적인 일이다.

문재인 대표(사진 오른쪽)가 2015년 3월 5일 세종시 금남면 도남리 갤러리 썸머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와 차담회를 갖고 충청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출처 더불어민주당)

간단하게 말하면, 안 지사의 현재 행보의 의미는 ‘민주당 우파의 수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결정 내려야 할 구체적 정치 행위로는,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든지 나온다면 어느 지역에 도전한다든지에 대한 판단 등이 있다. 아마도 이 판단과 상관없이 그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도전할 것이다.

그는 왜 그럴까. 그 길에는 비전이 있는가? 있다. 그리고 의미가 크다. 이는 안희정이라는 정치인 개인의 영달과 역할을 넘어서, 한국 정치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듯 현재 사회경제적 중도와 우파에 치우쳤던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상당히 좌편향이라 평가하면서도 그 정당들의 지지율을 높이지 못한다.

몇 번 표현한바, ‘강남’으로 표상되는 중산층, 혹은 그들의 삶을 욕망하는 ‘워너비’들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출몰하지 않았다.

이럴 때 안 지사가 ‘민주당 우파의 수장’이 돼 그들의 열망과 기대를 대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민주당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일본 자민당이 될까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민주당이 자민당과 같은 1.5당 체제의 1당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 예상을 뒤엎고 제1당으로 도약한 더불어민주당(출처 더불어민주당)

안희정이 문재인 정부보다 다소 보수적인 입장에서 정부에 약간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 아주 적합하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 입장에서 다소 고까울지라도 환영할 법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된다. 이왕 새누리당, 혹은 자유한국당이 당선될 거라면 이명박이나 박근혜보다는 손학규나 홍준표가 더 나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다소 진보적이고 민주화 세력에 다소 관대한 새누리당 대통령’과 ‘사회경제적으로 다소 보수적이고 군부독재 세력에 다소 관대한 민주당 대통령’을 비교해본다면 어떠한가?

많은 민주당 지지자가 후자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안희정이 나선 길은 전자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이고 후자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안희정 개인에게도 영역과 영달을 보장할 수도 있는 길이나, 민주당,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정국을 이해하고, 너무 열을 내지 말고,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한윤형

한윤형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 정치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이다. 주요 저서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미디어 시민의 탄생'(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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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