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곪아 터진 상처, 국회 보좌진 친인척 채용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정치인이었다. 필자도 19대 국회에서 일했고, 가까운 거리에서 서 의원을 자주 목격했었다.

그녀는 매우 활기가 넘치고, 속칭 ‘사이다’ 발언을 자주 했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으며, 누가 봐도 여성 리더였다. 하지만 한순간에 끝났다.

처음은 <TV 조선>의 단독 보도였다. 야당 지지자들이 주로 그러하듯 종편과 조중동 메이저 언론사의 보도는 일단 불신하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라고 생각했다.

TV 조선 갈무리
<TV 조선> 갈무리

사실 필자는 서 의원의 남동생이 수행 비서로 채용되었던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론과 달리 국회 내에서 일하면서 겪은 바로는 그 점은 크게 비난할 수 없었다.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의 수행 비서들은 대체로 새벽 4~5시에 일과를 시작하고, 업무가 끝나는 시각은 오후 11시~12시였다.

때로는 새벽에도 운전해야 하며, 주말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5급 비서관 채용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국회의원 개인 공간이 주로 차 안이라서 친인척을 수행 비서로 채용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물론 이 점도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를 실망하게 한 것은 인턴 비서에 딸을 노골적으로 채용했다는 점이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19대 국회의원 자녀들을 전수조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유는 성년의 자녀를 둔 거의 모든 의원이 자녀들을 동료 의원실에 채용시켜, 경력을 쌓게 해주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실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는 부도덕한 행동들이었다. 대체로 의원들은 자녀의 앞날을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다.

즉, 로스쿨 진학이나 기업 채용에 필요한 인턴 스펙을 채워주기 위해 자신의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권 남용에 대해 도덕적 지탄을 강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인턴직의 취지를 국회의원 스스로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사실 평범한 학생들은 국회 인턴을 거의 경험할 수 없다. 채용 과정 자체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대부분 직종은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고, 4대 보험이 없는 무급 인턴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국회 인턴은 4대 보험이 보장되는 경력에 도움이 되는 유급 인턴이다.

게다가 피감기관의 주요 정책 실무자들과의 인맥까지 쌓을 수 있는 자리이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무원 복지 포인트도 적립된다.

그러한 인턴 비서직을 만든 것은 사실 국회의원의 자녀가 아니라 정당 정치를 경험하고 새로운 정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다양한 청년들이 국회 인턴으로서 의회주의 정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소모될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실무를 담당하게 될 인재를 육성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서영교 의원은 그러한 직위의 자리를 딸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버렸다.

이 점은 그 무엇보다 지탄을 받아야 하는 대목이다. 특히나 현재 수많은 청년이 ‘열정페이’라는 인턴의 늪과 기회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서민과 대중을 위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정치인이 아니었던가?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갈무리
<진실의길> 갈무리

사실 국회 친인척 보좌진은 득보다 실이 많다. 흔히 말하는 문고리 권력화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성에서 같은 보좌진 사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면 내부 권력도 나뉘게 된다.

즉, 조직의 실무적 역량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보좌진이 의원을 올바르게 견제하거나 비리를 감시하는 역할도 어렵게 된다.

혹자는 정치 자금 회계와 수행에서 친인척 보좌진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애초에 투명한 의정을 하면 그런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이러한 내부 권력관계의 격차는 그 전문성의 이득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민간 기업에 있어서 가족 경영이 낳은 문제들만 복기해 봐도 해답은 명확하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전근대 왕조였던 조선 시대에는 친인척 채용을 엄격히 금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왕비나 후궁의 가문의 남성들에게 명예직에 가까운 음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품위 유지를 위한 배려는 있었지만, 과거 합격자들이 채용되는 청요직은 친인척 제척 제도인 ‘상피제도’가 있었다.

조선시대과거시험

예를 들어 같은 가문에서 이조와 병조의 당상관 이상을 동시에 할 수 없거나 같은 부서에서 친인척이 채용하면 한 사람은 사직하거나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또한, 사별한 아내의 형제라도 사헌부와 사간원 관리들이 탄핵할까 봐 미리 왕에게 이실직고한 사례도 있었다(물론 이 경우에는 상피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만큼 조선 왕조에서도 엄격하게 다뤘던 것이 친인척 관계의 관료 채용 문제였다.

옛 조상들이 이러한 친인척 채용 문제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관료 권력의 왜곡 문제와 감시와 견제에서 불균형을 방지하고자 하는 까닭이었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통용되어 많은 정치 선진국들은 보좌진의 친인척 채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현재 서 의원 스캔들로 국회에는 친인척 보좌진들에게 피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선량하게 업무 수행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이 문제가 법적인 문제가 아닌 윤리적 문제에 머물고 있다. 지금까지 친인척 채용 문제로 발생한 역효과가 순효과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니 어찌하겠는가?

이 경우야말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문제를 계기로 앞으로 정당과 국회에서 친인척 상피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길 바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사가 만사이다.

임형찬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
임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