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옥행 특급열차’에 타셨습니다

비트코인 1300만원 시대.

주말에 1000만원을 넘더니 순식간에 30% 추가.

이같은 현상이 걱정되는 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서 기존 투자자들이 실망하는 일도 아니고, 비트코인이 더 올라 모두가 행복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듣자니 할머니들이 은행에서 1억원씩 대출받아서 비트코인을 산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혜에 근거한 일이라면 인류 최초로 서민들이 돈 벌 기회가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투자자들은 모두 사실상 한계투자자다.

비트코인 투자가 돈벼락?

이제 막 시작했거나, 최소한 자금 규모가 이제 막 시작한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다. 이분들은 가격이 단 한 번이라도 하락하면 밤잠을 설치고 집을 다 팔고 가정이 파괴되고 눈물을 흘리다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아닌가. 장기적인 트렌드와 상관없이, 단 1년만 비트코인이 500만원 대로 내려앉아도 줄파산이 이어질 것이다. 아니, 지금 분위기로는 단 3개월만 800만원대로 내려앉아도 줄파산이다.

1300만원에서 비트코인이 꼭 꺾여야만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1억원 갔다가 8000만원으로 내려앉아도 이런 고통은 오히려 더 많은 이에게 더 과격하게 확대된다. 한 세대가 다 엮여 들어 IMF 시대처럼 비트코인 시대라 명명되고 자녀들이 우울증을 달고 살 수도 있는 일이다.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금융위원회의 투자성향파악 원칙들은 모두 이런 현상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처의 과대 추세를 탔다가 행여나 나쁜 일이 벌어지면 수많은 인구의 삶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또 대개 가격 추이를 보며 진리로 받아들인다.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것을 하나의 계시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삶이 망가지는 게 걱정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영원히 오르지 않고서야 누군가는 패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는 비단 비트코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영원히 오를 것 같은 어떠한 자산이든 다 똑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그것이 아파트든 튤립이든 무엇이든, 그 자체로 사회적 불안감과 허탈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지옥행 특급열차에 타고 싶은가?

이런 규제 방침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을 규제해봤자 규제할 수도 없겠지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하루에도 많게는 1만%가 움직이기도 하는 옵션 시장에 일반인들을 규제해놓고 ‘이것이 일반인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한 정부는, 결국 투기 수요가 돌고 돌아 반드시 일확천금의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어디까지 오를 것이고 어디서 빠질 것인지 예언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자산이든 이 정도 변동성에 이 정도 인구가 뛰어든다면 그 끝은 아마 지독한 고통을 동반할 것이다. 예외가 있었냐고? 글쎄···.

필자 주위 사람들이 투자하지 말기를 기대해볼 뿐이다. 지독하게 오랜 기간 돈을 돌려받을 희망에 소송을 오가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또 위로할 자신이 없다. 일확천금의 가능성에 투자한 사람의 말년은 설령 돈을 벌었어도 그다지 좋지 않다. 마음을 내려놓자.

금융인으로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그 자체로 악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백팔 번뇌를 끌어들이며 탐욕과 두려움을 갉아 먹는 무정한 기계, 그것이 금융시장이었고, 필자는 그 악이라는 태풍의 소용돌이에서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게 삶의 목표였다. 이런 폭발적인 변동성은 온갖 숨겨진 원초적 본능들을 깨우며 잡아먹고 휘말아 먹으며 전진한다. 그 끝에 행복한 낙원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절대로 없다.

‘더 비싸게 사줄 멍청이를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맞다. 그 멍청이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학자들에겐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트레이더로서는 솔직히 백배 공감한다. 어차피 사고팔고, 감정이 이전되는 것이 트레이딩의 모든 것이다. IT 버블 때도 돈 벌고만 나왔으면 그 자체로 영웅이다. 그렇지만 할머니들이 이런 것을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일확천금의 가능성에 투자한 사람의 말년은 그다지 좋지 않다

팔 때가 되어 팔려고 보면 손이 나가질 않는다. 머뭇머뭇 밍기적 대면 늘 그랬듯 다시 올라주리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가격은 금새 지나쳐버려, 아이고 그 가격만 돌아오면 팔아주리라 다짐을 하지만 손이 나가질 않는다. 가격도 돌아오질 않는다.

조언하자면 행여나 팔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분산해서 팔라는 것이다. 가격이 계산이 안 되도록, 50번 100번으로 쪼개서, 조용히 매일매일 노동처럼 팔면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다. 언제 얼마에 팔았는지 생각이 나질 않고 그저 매일 설거지하듯 습관적으로 판다고 생각하면, 인생에 잔상이 덜 남는다. 절대 한 클릭에 판다는 생각 자체를 해선 안 된다. 훈련받지 않은 사람은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천영록

핀테크 스타트업 (주)두물머리를 창업한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트레이더 출신이라 투자나 금융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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