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더 오래 일하고 더 적게 써야 한다

기업문화 바뀌면 일 덜할까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통계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에 노동환경 및 기업문화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실제로 OECD의 연간 노동시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멕시코, 그리스 등과 함께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상위권 국가 중 다수가 자영업자 비율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살펴보면 그 나라가 그 나라다.

장시간 노동의 90%는 자영업자
실제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 48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54%,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3%, 그리고 임금 노동자는 11%이다. 즉, 우리나라의 긴 노동시간은 사실 자영업자가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 ‘자영업’

주변 식당들의 영업시간을 살펴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보통은 영업시간만 10~12시간이며, 영업준비 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더 길어진다. 또한, 직장인은 주 5일제이고 특별한 경우에만 주말 특근을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주말 영업은 기본이며, 주중에 하루 정도 쉬거나 연중무휴인 곳도 있다. 게다가 직장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그렇지) 휴일 특근수당이 있지만, 자영업자는 남들 쉬는 날에 일한다고 시간당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달라진 시선
자영업자가 되는 순간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은행의 눈초리부터 달라진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높은 직급일 때는 그 기업의 위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대접받지만, 뒷배경이 없어지는 순간 이런 대접은 사라진다. 은행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의 명함을 내밀 때와 자영업자의 명함을 내밀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다르다. 특히 전 직장과 그때의 지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어쩌다가…’라는 눈빛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수입

들쑥날쑥한 수입
자영업자가 되면 수입이 변동성에 의해 요동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삶과 생활의 질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이다. ‘앞으로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전망이 명확한 것과 불확실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월 실수입이 평균 3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그 안에서 지출의 수준이 정해진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월 실수입이 평균 300만원이라도 변동 폭이 위아래로 100만원에 달하면, 지출계획을 직장인보다 더 보수적으로 짠다. 평균 수입은 같지만, 수입 변동에 대비해야 하므로 쓸 수 있는 여유가 더 작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의 월 매출은 계절, 이벤트, 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들쭉날쭉한 경향을 보인다. 계절 요인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팥빙수를 파는 가게는 여름 매출이 겨울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고, 옷가게는 매출의 계절 변동 폭이 팥빙수 가게보다 적을 것이다. 약국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다. 이런 계절 변동요인은 영업을 길게 하다 보면 어느 수준에 수렴하여 예측할 수 있는 범위로 들어오기에 큰 문제가 없다.

예측불가 통제불가 사건과 이벤트
정말 큰 문제는 바로 사건과 이벤트이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순간 수많은 사건과 이벤트를 마주하게 된다. 치킨집이나 고깃집은 AI나 구제역 같은 가축 전염병이 돌면 큰 타격을 받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자 딱히 대처할 수도 없는 사고이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미디어에서 큰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이 대표적인 예로, MSG 사태나 대왕 카스텔라 사태처럼 별문제 없는 첨가물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한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남양유업은 이미 카세인나트륨 마케팅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상태에서, 밀어내기 관행과 여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매출이 크게 떨어졌으며 대리점주들도 큰 손실을 보았다.

그 외에도 본사 오너의 사회적 물의나 비윤리적 경영이 이슈가 되면서 가맹점들이 타격을 입은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고들은 미리 알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 급등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벤트와 사고들도 잦다. 이는 자영업자의 순수익의 변동성을 더욱 키운다.

수입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소비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월 평균 수입이 회사원 시절과 비슷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그때보다 수입이 줄어든다면 소비 여력은 더 크게 하락할 것이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창업 후 자영업자의 소득이 전보다 평균 16.2% 하락했다. 여기에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하락분은 그것을 훨씬 넘어설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