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의 허와 실

투기는 규제하고 기술 투자는 촉진해야

비트코인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
암호화 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과 그와 유사한 형태인 가상화폐들이 연일 화제이다. 비트코인 및 유사한 가상화폐의 가격이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에는 빗썸 거래소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사이 4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제도권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의심스러운 투기자산으로 간주한다. 반면 최근 해외 일부 거래소(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을 선물거래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비트코인 시세와 거래량(출처 빗썸). 이와 유사한 가상화폐 시세와 물량의 변동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중에서도 한국에서 유독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술에 대한 관심증대와 투기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비트코인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대부분이 소수의 수중에 보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담합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일련의 해프닝들이 겹치자 많은 사람은 가까운 시일 내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을 둘러싼 이러한 과열된 논쟁 양상은 다른 중요한 사항을 놓치게 할 수 있다.

비트코인 기반을 둔 기술과 이념
우선 분명히 해 둬야 할 사항이 있다. 비록 비트코인의 투기 열풍에 가려져 있지만, 비트코인이 기반을 둔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 자체는 거품이라고 보기 힘들다. (관련 기술의 비전문가인) 필자가 이해한 게 맞는다면, 블록체인 기술이란 가상화폐의 거래내역(블록)을 암호화한 형태로 저장하고, 역으로 그 암호화된 함수를 풀어냄으로써 새로운 가상화폐를 채굴해내는 방식이다. 만일 미래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상용화된다면 획기적인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화폐시스템은 중앙집권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대출을 통해 화폐를 창조하고 중앙은행이 지준금을 공급해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포스트케인지언 내생화폐론의 관점) 이거나 중앙은행이 지준금과 현금 등 본원통화를 공급해 시중의 화폐량을 조정하는 방식(통화주의적 관점)이었다. 어찌 되었든 화폐를 공급하는 기관은 하나 혹은 소수이며, 화폐의 거래내역은 단일 혹은 소수 주체의 서버 내지는 장부에 기록되고 모니터링되는 방식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러한 시스템은 통화정책의 실패나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로 인한 화폐의 과잉·과소공급의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권력자에 의한 위조나 사기에도 취약하다.

한국은행(출처 YTN)

이에 반해 암호화 화폐 방식에서는 모두가 필요에 따라 화폐의 공급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동시 각자의 화폐에 모든 이들의 거래기록이 각인되어 있다. 화폐공급은 거래적 수요에 따라 무한히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특히 P2P 방식으로 거래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특정 기관이 시스템을 검열하거나 조작하기 어렵다. 이러한 화폐시스템의 이상은 실은 과거 경제학자인 빅셀(Wicksell)이나 하이에크(Hayek)가 꿈꾼 것과 유사한 형태이다.

빅셀은 은행이 지준금에 대한 사전적인 준비 없이 민간의 신용 수요에 따라 대출을 통해 자율적으로 화폐를 창조하는 ‘순수신용경제’를 이론화한 바 있으며, 하이에크는 민간에서 거래의 수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즉 국가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주의적 화폐의 ‘이상’을 꿈꾸었다. 비트코인의 기술은 새로운 것이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화폐시스템의 이념은 실상 오래된 것이다.

게다가 암호화폐가 지닌 기술적 잠재력은 단지 보수적 시장주의 이념에만 복무하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는 그동안 여러 번 시도했다 좌절된 지역화폐?대안화폐 사회운동에 대한 논의를 되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 부분 가상화된 화폐(카드회사의 각종 포인트 및 마일리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유경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케인스 의문의 1승과 하이에크 의문의 1패
한편, 바로 여기에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안고 있는 모순이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화폐의 기본적인 기능은 교환의 수단, 결제의 수단, 회계의 단위 그리고 부의 저장수단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화폐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비트코인 투기 열풍은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로서 지니는 잠재력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비트코인의 잠재력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치의 안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화폐 자체가 투기의 대상이 되면 곤란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화폐시스템이든, 중앙집권적인 형태이든 수평적인 형태이든, 화폐의 자기증식(M→(△M+M)) 자체가 생산과 교환의 목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는 화폐 자체도 투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율적이고 상호적인 화폐시스템의 이상을 꿈꾸었던 빅셀이든 하이에크이든 화폐가 어디까지나 거래적 동기에서 수요되는 가능성만을 상정했지, 화폐 자체가 투기의 대상 내지는 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 이윤을 위한 생산과 교환 활동이 지배적인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화폐시스템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진지하게 생각한 사상가는 마르크스와 케인스이다.

마르크스는 이에 대한 단편적 언급에 그쳤지만, 케인스의 경우 일찍이 유동성선호이론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선호심리(안전자산 혹은 수익자산에 대한 상대적 호불호)의 극심한 변동에 따라 화폐시스템이 왜곡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본래 보다 더 효율적인 화폐시스템으로 고안된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투기 열풍을 피해 가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양적 완화 기조 속에서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새로워 보이는 화폐에 일각의 투기적 심리가 몰린 것이다. 외국 화폐 자체(이 경우에는 비트코인)가 투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제적인 외환 거래규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찍이 주장한 케인스가 1승을 적립한 셈이다.

투기는 규제하고 기술적 잠재력은 촉진해야
비트코인의 가치를 안정화하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국가 내지는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품고 있는 기술적 잠재력은 궁극적으로는 무정부주의적인 것이지만 실제로 그 기술적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의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비트코인을 둘러싼 투기 열풍이 안고 있는 두 번째 흥미로운 모순이다.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된 가상화폐를 둘러싼 최근 규제논의의 흐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적인 거래는 규제하고, 그 기술적 가치에 대한 투자는 지원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도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금액 상한선 도입, 투자자격의 제한과 같은 규제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 KB국민은행 같은 일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 및 투자는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2000만원을 넘어 2400만원을 기록한 비트코인

현재 비트코인 투기 열풍에는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와 ‘순전한 투기적 심리’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어, 제대로 된 차분한 논의가 어렵다. 게다가 암호화 가상화폐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조차도 현재 일상적인 재화의 거래에 사용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상용화에 대한 투자가 아직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처럼 큰 사회적 잠재력을 지니지만 미래의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는 것에는 결국 국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기규제와 기술지원이라는 두 초점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주체는 결국 정부이다.

또한, 화폐가 지니는 가치는 결국 지불약속에서 온다. 이때 어떠한 대안화폐도 국가의 법정화폐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 주체들이 국가의 지급 약속을 어느 누구보다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암호화 가상화폐의 가치 안정성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들 역시 결국 국가적 화폐시스템 및 과세체계에 편입돼야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국가의 지급 약속을 보장받고 해킹이나 위조 등의 사기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역으로 비트코인을 동반한 수익에 대한 과세라든지 통화 당국의 규제를 대가로 치러야 한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에서도 비트코인에 소득세 및 증여·양도세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약하자면, 비트코인의 성패는 결국 그것을 둘러싼 투기적 열풍을 얼마나 억제하고, 그것의 공익적 잠재력을 얼마나 충분히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