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지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언제부터 자영업자들이 많아졌을까
우리나라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전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거 30%에 육박하던 시절에 비교하면 나아지긴 했으나, 무급 가족 근로자까지 포함할 경우 여전히 25% 이상이다. OECD 통계에서도 이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자영업자들이 많아졌을까. 흔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수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자영업에 종사하게 됐고, 그것이 ‘자영업 지옥’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다르다.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 추이(출처 통계청)

다음의 그래프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자영업자의 비율은 1991년까지 매우 감소했다. 그러나 1991년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해 1998년에는 정점을 찍고 다시 하향 추세로 전환했다. 호황기였던 1990년대 초중반에 오히려 자영업자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은 굉장히 독특하다.

자영업자 비율의 이러한 상승 흐름을 꺾은 것은 바로 1997년 외환위기였다. 흔히 외환위기로 인해 직장인들이 내몰려 자영업자가 늘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물론 여기에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도산과 퇴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가 대기업들이 망할 정도로 거대한 경제난이었음을 고려하면, 규모가 작고 체력이 약한 개인사업자들이 버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후 자영업자 비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해 현재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자영업자 비율은 10% 중반 이하로 내려온다. 그래서 80%가 넘는 임금 노동자들이 10% 중반의 자영업자들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된다. 이것은 자영업으로서는 지금보다 좀 더 튼튼한 구조이다.

GDP가 높아지면 자영업자 비율 줄어든다
1인당 GDP와 자영업자 비율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1인당 GDP가 성장할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든다. 이는 선진국들의 자영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진국들도 과거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았으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하락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 감소 추세는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국의 자영업자 비율 추이(출처 OECD)

여기에서 특이한 사례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독일과 영국이다. 독일은 자영업자 비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였는데, 통일된 1991년부터 반전돼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그리고 2005년에 정점을 찍은 후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공교롭게도 이처럼 자영업 비율이 상승하던 시기는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제적으로 뒤처져가는 국가 취급을 받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반면 영국은 선진국 중에서 예외적으로 자영업자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국가다. 경기침체를 겪기 시작하던 1960년대 후반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해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영업자 비율이 1979년 7.6%에서 1989년에 15.2%로 두 배로 뛰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마거릿 대처의 수상 재임 시기(1979~1990년)와 거의 일치한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이 왜 그렇게 대처 총리를 싫어했는지 이 비율로도 이해할 수 있다. 국가를 불문하고, 과거에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폐업한 자영업자 중 일부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영업자 비율의 감소는 기업 부문의 성장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자영업자 수와 자영업자 비율(출처 통계청)

실제로 총취업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그래프에서 보듯이, 자영업자의 수는 2002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인다. 이는 늘어난 취업자의 수만큼 임금 노동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독일의 자영업자 비율이 1991~2005년 증가한 것은 통일 이후 갑자기 늘어난 동독의 노동인구를 기업 부문이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집권기에 자영업자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산업과 기업의 해체로 인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자영업자의 퇴출과 고용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자영업자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대로 이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부정적인 현상이다.

외환위기는 자영업 증가에 책임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1997년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전까지 자영업자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했으며, 그 이후에서야 그런 추세가 끝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자영업자의 수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에는 많이 감소했어도 이후 지속해서 상승하여 2001~2008년에는 1997년보다 더 많아졌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비율은 지속해서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만큼 임금직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볼 때, 1990년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 증가를 어떻게 봐야 할까. 또한, 그렇게 증가세를 유지하던 추세가 정작 구제금융 이후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1990년대에는 기업부문이 고용을 그만큼 흡수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로는 일자리가 증가해 그만큼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자영업자 증가 문제로 외환위기와 IMF의 구제금융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차라리 구제금융 이후로 임금직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 자영업자의 더 큰 수익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말하는 ‘자영업 지옥’의 문제에서 외환위기는 오히려 자유롭다. 1997년 이전까지 보였던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지옥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에서 외환위기와 IMF를 놓아주도록 하자. 그들은 무죄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