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진단과 해법이 먼저다 3

위기의 대한민국, 진단과 해법이 먼저다 2

21세기 대한민국 병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이 앓는 병은 외환위기와 같은 급성 질환이 아니라, 소리 없이 늙고 마르는 만성 질환이다.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진행되는 노화(노인성 질환)라고 할 수 있다. 그 끝은 삼류국가다.

성장(분배)위기의 핵심은 태어나야 할 사람이 태어나지 않고, 태어나야 할 기업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치 창조의 중심인 청년 인재는 국제 경쟁을 하는 민간기업을 기피하고, 창업은 더 기피한다. 사회적 유인보상체계가 그렇게 몰아간다.

에듀윌이 7·9급공무원 수험생 대상 ‘황남기 공부법 설명회’ 개최했다

또 하나의 가치 창조의 중심인 돈도 갈 곳에 가지 못하고, 빠져나와야 할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을 맴돈다. 그래서 성장해야 할 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죽어 마땅한 기업은 좀비가 돼 기회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없어져야 할 공직이 없어지지 않으니, 생겨나야 할 공직도 생겨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시장·산업·사회 생태계와 정신·문화가 시나브로 황폐해지고 있다. 세대 재생산 위기(저출산 고령화)는 그 파생물이다. 이런 망국적 현상의 뿌리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 생산에 힘써서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생산한 가치를 권력이나 갑질 등으로 빼앗으려 하는 정신과 문화가 사회 저변에 두텁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과 문화에서는 민간기업과 청년미래세대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 되기에, 결혼과 출산은 회피, 기피되기 마련이다.

통합(분배) 위기의 핵심은 소득 집중-지대(초과이득) 편중-기회 편중 구조에 따른 심각한 격차, 균열과 갈등이다. 격차와 균열은 지역(지방), 계층, 부문, 산업, 기업, 직업, 학력, 가족 등을 가리지 않는다. 수출, 제조업, 재벌대기업, 수도권과 남동해안 공업도시 중심의 성장 전략과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따른 혜택도 차별적으로 분배됐는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주력산업의 위기와 제4차산업혁명에 따른 충격과 부담도 차별적으로 배분된다.

특히 지방중소도시와 사양화된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던 도시(군산·목포 등)의 타격이 훨씬 심하다.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된 곳에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타격이 집중된다.

학업이나 비즈니스 차 세계를 돌아다녀 본 사람들이나 OECD경제고용지표를 들여다본 사람은 안다. 한국의 교사, 공무원, 공기업 근로자, 은행원(규제산업), 면허직업, 대기업 근로자(특히 블루칼라)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직장의 임금이 1인당 GDP나 근로자 평균임금이나 중위임금 대비 월등히 높다.

재산 상위 10%가 대한민국 총 자산 66.4% 차지(출처 JTBC 썰전)

한국, 미국 등의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과 경계소득(분위별 하한값)과 그 구성원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상위 10%는 미국의 상위 10%와 달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이 검증한 높은 생산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공무원이 임의로 만든 표준(보수 기준), 국가규제, 국가독점, 민간독과점,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갑질, 부동산 불로소득 등 두터운 지대(초과이득)를 깔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은 소득 상층 500만명은, 선진국이라면 1000만명이 먹을 파이를 먹고 있다. 이는 우리의 독특한 생산물 시장, 노동시장, 공공부문, 국가규제와 표준, 고비용 구조, 과도한 요구와 기대의 산물이다.

요구·기대를 과도하게 상향·팽창시키는 것은 주로 생산물 시장과 노동시장의 극심한 (대항력의)불균형이 만든 지대다. 문제는 한국의 진보·좌파도, 보수·우파도, 공무원도 국가규제와 표준(공공부문 보수체계와 고용패러다임)은 이를 축소·제어하기는커녕 편승하고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요구·기대의 거품을 키우는 것은 이 외에도 높은 집값과 교육비(사교육비와 긴 수학기간 등), 고도성장 경험, 과소비(허영)와 담론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는 변칙상속과 부동산 시장에서 창출되는 거대한 불로소득이다. 이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변신해 역시 요구·기대를 과도하게 상향·팽창시킨다.

공공부문과 조직노동과 규제산업이 포괄하는 500만명 대부분이 지대수취를 통해 1000만명의 몫을 먹는 사회는 500만명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고, 2200만명에게 약간의 결핍감을 주어, 이들로 하여금 500만명에 들기 위해 분발하게 하는 고갈등, 고활력 사회가 전혀 아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저항하는 전공노(출처 SBS)

온 사회를 무한갑질의 약탈사회, 바로 지대추구 사회, 신종계급사회를 만들어 경제활동인구 2700만명을 포함해 현세대 5100만명과 미래세대 전체를 불행하게 만든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저질이 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중우정치(포퓰리즘)의 폐단, 특수이익집단의 공공성 왜곡, 투표권자들의 전횡(미래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 권력 그 자체만을 위한 경쟁과 정책적 혼미(무개념 정책의 남발) 등 저질 민주주의의 모순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경제는 국가 갑질(법제도, 규제, 사법, 세금, 예산, 공기업을 통한 착취와 억압), 기업 갑질, 노조 갑질 등 우월적 지위를 가진 모든 존재의 갑질로 인해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생산과 창조 활동이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와 지대추구가 만연하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 특히 중추기능을 틀어쥔 곳의 가치 전도(특수이익 우선, 기득권 지키기, 지대추구, 선사후공 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정신과 문화의 퇴행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아득한 옛날얘기가 됐다. 이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각자도생의 모래알 사회가 됐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에서 공화(주의)의 적은 공공과 노동에 의한 약탈주의(지대추구주의)와 국가주의 포퓰리즘(중우정치)이다. 이것이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일자리·가치 전도된 경쟁과 갈등 문제 등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1950년대 화석과 1980년대 화석

한국 사회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한다. 문제에 대한 규정과 해답이 선진국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정치인, 관료, 지식인, 혁명가, 운동가들은 중국,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 자신들이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쓴 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 ‘여기’의 문제가 무엇인지 캐묻지 않았다.

보수의 주류는 그 문제의식(주된 대립물 등)이, 북한과 체제경쟁을 하던 1950~60년대에 머물러 있다면, 진보의 주류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던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다. 현실 인식과 주된 대립물과 정서 등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곧 사고방식이 화석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시험

그런 점에서 한국 보수와 진보의 주류는 시험지를 받아 들고, 문제도 읽지 않고, (모범생의 시험 문제와 답을) 달달 외워서, 그대로 받아 쓰는 학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습성과 관성이 강하기에, 새로운 정치, 정책, 운동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여기’의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혹은 중도라는 가치·정체성도 잊고, 선진국의 이념적, 정책적 유행도 잊고, 정부·여당의 의도와 전략도 잊고, 대한민국이 받아든 문제부터 바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치명적인 위기가 무엇이며, 그 해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