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료품 가격은 왜 비쌀까

최저시급 2시간으로 살 수 있는 것들

수많은 사람이 울분을 토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의 높은 식료품 가격이다. 최근 큰 화두인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되는 데에는 이 비싼 식료품 가격에 대한 불만도 한몫을 했다.

지난 2015년 6월, <SBS>의 페이스북 뉴스 페이지인 ‘스브스뉴스’는 ‘최저임금 2시간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우리와 다른 나라들의 차이를 비교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5580원이었는데, 뉴스팀은 최저임금 2시간에 해당하는 1만1160원으로 장을 보았다. 산 물건은 물 2L, 양파 1개, 돼지 목살 184g, 라면 3개, 감자 2개, 바나나 한 송이로 조촐했다.

영국과 한국 식료품 비교(출처 스브스뉴스)
아일랜드-영국-독일 식료품 비교(출처 스브스뉴스)

그러나 다른 나라의 2시간분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었던 식료품은 훨씬 풍성했다. 심지어 우리와 최저임금 차이가 가장 작았던 일본 오사카(2015년 기준 838엔)도 살 수 있는 상품이 많았다.

이 기사는 순식간에 큰 이슈가 됐고 SNS와 게시판을 휩쓸었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분노했다. 기사에서 제시된 주요 선진국들의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었으며, 최저임금 2시간분으로 구매할 수 있는 풍성한 먹거리들은 우리의 초라한 장바구니와 비교했을 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우리도 그런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료품 구매량의 차이는 최저임금 1만원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나라 식료품 가격은 매우 높은 편

익히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식료품 가격은 주요 경제국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세계 각 도시의 생활비 조사 사이트인 NUMBEO의 자료를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음 그래프는 올해 6월 환율을 기준으로 도시별 식료품 가격을 원화로 바꿔 비교한 것이다. 서울의 식료품 가격은 선진국의 도시들보다 높고, 물과 담배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비싼 편이다.

각 도시별 식료품 가격 비교(출처 numbeo)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평균 소득도 낮고 최저임금도 낮다. 그런데도 더 비싼 돈을 지급하고 식품을 사야 한다. 심지어 이 데이터는 상품별 가격만 비교했지 품질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니 사람들의 분노가 최저임금과 소득 상승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게 다 유통 거품 때문일까

왜 우리나라의 식료품은 이렇게 비쌀까. 사람들은 유통과정이 문제라고 한다. 중간 상인들이 유통에서 이것저것 다 떼어먹어서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통과정의 거품을 뺀’이라는 마케팅이 잘 먹히고 있다.

그런데 다음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농산물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43.8%이다. 즉 소비자가를 100으로 둘 때, 농가가 가져가는 금액은 56.2이고 유통은 43.8이다. 의외로 유통의 비중이 크지 않다.

유통마진 43.8%가 전부 유통업자의 수익도 아니다. 농산물은 유통과정에서 가공 및 포장, 수송, 상하차, 보관, 손실과 쓰레기 처리 등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 중에서 고정비용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래서 산지 가격이 변동되더라도 소비자가는 큰 움직임이 없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유통마진이 우리보다 낮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유통마진은 73%이고, 일본은 55%, 대만은 60%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냉장 보관과 냉장 수송의 비중이 높고 가공 및 포장, 저장에 큰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비용 구조(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비자 가격에서 농가 수취 비중이 56.2%라는 점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뉴스에서는 산지 가격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너무 높다는데 말이다. 그런데 농산물은 작물에 따라 농가 수취 비중이 천차만별이다. 쌀은 농가 수취율이 78.8%나 되지만, 대파는 18.5%에 불과하다.

작물별로 수취율이 차이가 큰 것은 포전거래(밭떼기) 때문이다. 포전거래는 유통업자가 작물을 밭 단위로 일괄 선도매매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농민은 작물을 키우기만 하면 되고 유통업자가 직접 수확해가기 때문에, 수확기에 인력을 고용할 수 없는 농가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즉 포전거래는 유통업자가 수확과 상하차 등의 모든 수확 비용을 감수한다.

일반적으로 농가 수취율이 낮은 작물일수록 포전거래율이 높다. 배추나 무 등 엽근채소류의 평균 포전 거래율은 80%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배추나 무 가격이 폭락했을 때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어 버리는 이유이다. 가격이 폭락할 경우 포전거래를 한 유통상인은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계약이 파기된 경우 농가는 비싼 돈을 들여 수확해봤자 더 손해이기 때문에 차라리 수확을 포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농가 수취율이 가지고 있는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농가 수취율이 곧 농가의 수익은 아니며, 그 안에 비용도 들어 있다.

왜 우리 농가 수익이 낮을까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용의 비중이 43.8%밖에 되지 않고, 농가 수취율이 56.2%나 되는 데다가 농산물 소비가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농가의 수익은 낮을까. 그것은 우리 농가의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농업환경의 조건 자체가 너무 차이 난다. 국가별 농경지 면적과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농경지 1제곱킬로미터당 부양인구가 매우 많다.

주요국의 농경지당 인구 수(출처 세계은행)

토지 비옥도, 농경지 집중도, 농업기술, 품종, 품질, 인건비, 농산물 수입 등을 고려치 않고, 단순히 농경지에서 동일 작물만을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농업 생산성이 프랑스보다 9.1배 이상 뛰어나야 동일한 가격에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단순 경지면적만 해도 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다른 요소까지 고려할 경우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표의 비교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농업 강국으로 꼽히며, 농업기술과 연구가 발달한 나라들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농업기술은 비교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이 영세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적은 농경지라도 집중되어 있으면 최대한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농경지는 잘게 쪼개어져 있고 흩어져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농가당 평균 경작지 면적은 1.5ha(약 4500평)이다.

경지면적별 농가 가구수(출처 통계청)

위의 표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것은 평균 이하의 경작지를 보유한 농가로 전체 농가의 79.3%나 된다. 농가당 경작면적이 크면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총 수익 자체는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영세 농가의 비중이 높으면 생산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생산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작은 농가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유통업자들도 농산물을 매입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므로 유통비용도 비싸진다.

현대 국가에서 농업과 농업 생산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도시인구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식료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의 성장과 발전과정에서도 도시에 공급하는 식료품의 가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 생산성 혁명이 있었기에 과거보다 더 적은 인력이 농업에 종사해도 됐고,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공급할 수 있었기에 더 많은 사람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좋지 않다. 식료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좋지 않고 농업 생산성이 낮다. 따라서 OECD 국가 대비 임금 수준이 낮지 않음에도, 다른 국가에 비교해 먹는 데 쪼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점에서 볼 때 최근의 최저임금 논란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도시민들의 갈수록 증가하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을 해야 한다. 식료품에 대한 수입을 더 완화하든가, 아니면 농업 부문에 주어지는 보조금을 늘리고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든가, 식료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