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와 골목상권이 살아남는 법

대로의 가치는 오늘도 하락 중

과거부터 큰길(대로)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우월한 입지였다. 수많은 사람을 수송하는 대중교통이 대로를 중심으로 퍼져 있고, 많은 사람을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며, 그곳으로부터 다른 길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로는 언제나 다른 그 어떤 길보다도 유동인구가 많아서 노출이 중요한 유통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입지였다.

사진=홍대거리

대로가 가지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유동인구가 일으키는 매출 효과이다. 둘째, 유동인구에게 브랜드가 노출되는 광고효과이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만큼 대로가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인터넷과 모바일 상거래의 발달이다.

과거라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의 매장에서 판매되었을 상품들이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는 입지의 우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특히 구매 빈도가 잦은 상품은 당일 배송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다.

결국, 대로변에 있는 가게에서 구매하는 물건들은 고가 상품이거나 당장 급하게 사야 하는 상품으로 제한된다. 즉, 과거였다면 대로에서 이뤄졌을 거래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유동인구 중에서 가게를 방문하는 집객율은 큰 변화가 없을지 몰라도, 그중에서 물건을 사는 구매율은 하락한 셈이다. 그만큼 대로의 가치도 하락한다.

복합 쇼핑몰은 오늘도 진화 중

대로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대형 기획 쇼핑몰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상가는 기획과 관리를 통해 건물 전체를 상권화하고 있다. 사람들을 건물로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배회하며 소비하고 더 오래 머물게 만들고 있다.

사진=ENTER-6 동탄 메타폴리스

이러한 기업형 상가 임대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ENTER-6이다. 패션 아울렛몰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르고 돌아다니며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공간과 동선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입점 상가에 대한 큐레이팅으로 그저 답답한 건물 내 상가가 아니라, 내부에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은 과거처럼 상가를 분양 매각하지 않고,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임대료를 거두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옛날 같았으면 같은 건물의 내부 주거 가구를 대상으로 했을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가도, 이제 다양한 기획과 입점 상가에 대한 큐레이팅을 통해 외부인들까지 찾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마포구 합정역에 위치한 메세나폴리스나 마포한강푸르지오의 경우 각각 617세대, 396세대이다. 사실 거주세대 수만 따지자면 정상적인 영업을 위한 수요에 모자란다.

사진=메세나폴리스

그러나 이들은 홍대 상권과 인접해 있고, 합정역 바로 옆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상가를 거대한 쇼핑몰로 만들고 내부구조와 배치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찾고 소비하며 머무르게 기획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신세계의 대형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앞의 사례와는 반대로 외곽 지역의 저렴한 부지를 개발해 기획을 통해서 내부 전체를 걷고 즐길 수 있는 상업가로 만들었다.

좁은 인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아도 되고, 차를 조심하지 않아도 되며, 사시사철 편안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다. 그야말로 건물과 내부공간을 가장 충실한 가로로 만든 것이다.

대로에 늘어선 건물을 따라 자유롭게 늘어선 상가들이 경쟁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혹한과 혹서라는 기후상의 제약이 있는데, 이런 쇼핑몰은 기후에 상관없이 쾌적하기까지 해서 안정적인 집객에 유리하다. 이로 인해 대로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버핏이 투자한 ‘경험적 소매업’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의 등장 이후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많은 소매업체 폐쇄가 예상되고, ‘아마존의 등장이 유통업체들을 몰락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부동산투자신탁 회사인 스토어캐피털에 투자를 했다. 이 때문에 “버핏이 부동산에 투자한다”며 사람들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스토어캐피털이 투자하는 부동산은 상업부동산으로, 주요 투자대상은 전통적인 소매업종이 아니라 ‘경험적 소매’가 중요해서 인터넷 저항이 큰 업종이다.

이를테면 인터넷으로 대체가 쉽지 않은 보육시설, 헬스클럽, 가구점, 공예점 등이 주요 타깃이다. 대형 쇼핑몰은 바로 이런 경험적 소매업종을 집약하는 것에 유리하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쇼핑몰 안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만큼 대로에서의 소비는 줄어든다.

이제 대로의 두 가지 효과 중 매출 효과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고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대로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과거만큼의 우위를 누리기가 힘들다.

복합 쇼핑몰 규제, 골목상권 살릴까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복합 쇼핑몰에 대한 규제는 대로와 골목상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시각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골목 상권과 대로 상가들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복합 쇼핑몰이라기보다 인터넷, 모바일과 같은 온라인 쇼핑이다.

복합 쇼핑몰은 임대료가 매우 높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의 기획과 의도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입점 가게의 선정 과정도 거친다. 따라서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다. 골목 상권이 이런 곳과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다.

이 말은 곧 골목 상권의 임대료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점에서 보자면 골목 상권의 경쟁자는 복합 쇼핑몰이 아니며, 골목 상권과 대로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임대업자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존의 개인 임대업자는 단지 입지적 우위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 많은 상권의 침체에서 보듯이, 이들은 건물과 상권에 대한 가치평가 능력이 낮고, 입지적 우위만으로 상권이 가진 부가가치를 빨아들여 왔다.

사진=스타필드 고양

그에 반해 대형 쇼핑몰은 기획과 운영을 바탕으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것을 단지 규모가 크다고 규제한다면 이는 부가가치 창출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점에서 복합 쇼핑몰에 대한 규제는 기업 임대업자에 대한 규제이자 개인 임대업자에 대한 보호와 우대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골목 상권과는 무관한 일이다.

정말로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싶다면 가장 큰 위협 요소인 인터넷 상거래를 막아버리면 된다. 온라인 마켓들도 주 2일은 아예 접속조차 못 하게 막아버리면 사람들이 골목으로 좀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고? 이게 대형마트와 복합 쇼핑몰에 가하는 규제와 똑같다. 물론 이렇게 하자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이러한 규제안이 얼마나 바보 같은 아이디어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다.

대로와 골목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대로의 위기는 지금까지 다소 안일하게 상권의 가치에 올라타기 바빴던 개인 임대업자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세상의 흐름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복합 쇼핑몰이 인터넷 쇼핑몰이 할 수 없는 분야를 치고 들어간 것처럼, 대로와 골목 상권의 개인 임대업자들도 복합 쇼핑몰이 할 수 없는 가게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브랜드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가 됨으로써, 거기서 자란 가게들이 복합 쇼핑몰에도 들어가고 기업화도 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로와 골목 상권이 나아갈 생존의 길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