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유행 아이템의 흥망성쇠

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소비시장과 자영업에도 유행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찜닭 가게가 전국 번화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자 순식간에 급감했다.

이후에도 수타면, 와인숙성 삼겹살, 빙수, 벌집 아이스크림, 마카롱, 무한리필 연어, 가장 최근의 대왕 카스텔라, 뽑기인형, 핫도그까지···. 유행은 언제나 뜨겁게 타오르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주식시장 사이클 vs. 자영업 유행 사이클

자영업의 유행 사이클은 주식시장의 사이클과도 유사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주식이 관심을 받다가 열광적인 주식이 된 후 하락하면서 무관심한 주식으로 변한다. 이를 ‘붐-버스트 사이클’이라고 한다.

주식의 이익 전망에 따른 흥망성쇠의 붐-버스트 사이클을 잘 설명하는 모델이 ‘이익 예상 라이프사이클(the earnings expectation lifecycle)’이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이자 투자 거장인 리처드 번스타인이 그의 책 <스타일 투자전략>에서 소개한 이론이다.

이익 예상 라이프사이클(출처 처드 번스타인 <스타일 투자전략>)

이익 예상 라이프사이클은 기업의 이익실적에 따라 미래이익 추정을 수정하며, 기업 이익과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응을 연결지은 이론이다. 대략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역발상 투자자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2. 이후 이 주식에서 긍정적인 이익 실적이 나온다.
3. 분석가들도 이 기업의 실적에 따라 이익 전망을 개선한다.
4. 기업의 이익 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주식 가격은 상승한다.
5. 주식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이익 추정치가 계속 개선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어간다.
6. 이익 추정치가 최고점에 이를 때, 투자자들의 관심은 극대화되며 이러한 성장이 영원히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7. 이렇게 높아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발표된다.
8. 시장은 실적에 실망하고 그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며, 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된다.
9. 이익 전망이 꾸준히 하향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은 더 깊어간다.
10. 결국, 장기간 실망스러운 실적이 발표되며, 이 주식은 시장에서 소외당하고 관심에서 멀어진다.
11. 결국,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주식이 된다.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

리처드 번스타인의 이익 예상 라이크사이클 모델은 자영업 유행의 흥망성쇠를 설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을 활용·수정한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은 소비자의 관심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설명한다. 총 8단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이템이나 경제 상황, 시장, 지역적 특성에 따라 특정 단계가 매우 짧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출처 처드 번스타인 <스타일 투자전략>)

① 틈새 아이템
유행하는 아이템은 대부분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틈새 아이템으로 시작한다. 150여 년 전의 경제학자 베블런의 통찰대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미 익숙한 아이템은 유행 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기존에 없는 것, 또는 기존에 있는 것을 약간 비튼 것이 그 시작이다. 이것이 잘될지 안 될지는 이 시점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② 힙한 아이템
틈새 아이템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관심을 얻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은 대중적인 소비자들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독특한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힙스터(hipster)나, 국내에는 없지만, 해외에서 유사한 것을 미리 접해본 사람들 등이다. 이런 소수의 소비자가 이 아이템에 호감을 느끼고 소비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알림으로써 스스로를 표현하려고 한다.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특정 그룹에서는 힙한 것으로 유명한 단계에 이른다. 어떤 아이템이 이 그룹의 선택을 받을까. 이것은 운의 요소가 강하다. 만약 아이템을 발굴하는 사업주가 이런 그룹에 속한다면 선택을 받을 확률이 비교적 높다. 시선과 시각이 비교적 유사하기 때문이다.

③ 소비자 관심 증가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던 아이템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이 증가한다. 즉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계기로 하여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다. 이것이 말콤 글래드웰이 <티핑 포인트>에서 말한 ‘티핑 포인트’에 해당한다. 이 단계도 운이 필요하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의 세 가지 법칙으로 ‘소수의 법칙, 고착성의 요소, 상황의 힘’을 꼽았다. 하지만 이는 사후적인 분류에 불과하다. 이 법칙들을 모두 갖추고도 티핑 포인트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티핑 포인트에서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소비와 전파가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업주 본인이 영향력이 있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가게는 인기 있는 곳이 되며, 이 아이템의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더욱 퍼진다. 소비자 중 일부는 이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사진=디저트39

④ 기대와 확산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이 증가함에 따라서 시장도 성장한다. 돈과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가게 수도 급격히 증가한다. 한편 카피캣 브랜드도 등장한다. 이제 SNS를 넘어서 방송 등의 미디어도 주목한다. 인지도가 더욱 크게 높아지며 이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관련 사업 설명회도 많아진다.

⑤ 대유행
이제 이 아이템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된다. 가게들도 많이 늘어나서 어디서든 매우 손쉽게 볼 수 있다.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언론과 매체도 더 이상 ‘뜨는 아이템’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를 조망한다.

카피캣 사업자들도 제법 늘어나서 오리지널 사업자와 가격경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창업 설명회 등에서는 이 아이템부터 권하며, 현재까지 성장률이 높으니 이 추세라면 단시간에 투자금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우 불행하게도 이 단계가 바로 고점이다.

⑥ 전환점
이전 단계에서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던 사업자들이 속속 가게를 오픈한다. 시장의 최대 크기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계속 늘어나니, 어느 순간부터 생산이 지나치게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가게 앞의 줄이 사라지며, 점포당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이제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아이템의 매력이 점점 줄어든다. 소비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데, 지나치게 흔해진 아이템은 그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시장이 포화되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나 기사, 원재료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그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한다.

사진=벌집 아이스크림(출처 <채널A> 먹거리X파일)

⑦ 소비자 관심 하락
소비자들이 식상해한다. 이미 질릴 만큼 많이 봤기에 소비 욕구가 적어져 소비를 줄인다. 이에 사업자들은 부랴부랴 후속 아이템을 내놓지만, 대부분 첫 아이템만큼 관심을 얻지 못한다. 또한, 브랜드 자체가 너무 싫증이 나서 새 아이템마저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편 망하는 가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고, 언론에서도 위기 등의 단어를 써가며 아이템의 수명이 거의 끝났음을 알린다.

⑧ 실망과 감소
소비자의 관심이 매우 멀어졌기에 시장 크기는 계속 줄어들고, 점포 수도 계속 감소한다. 이 사업을 기회라고 여겼던 사업자들은 크게 실망하게 된다. ‘큰돈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먹고살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하지만 결국 버틸 수 없어서 가게를 접기에 이른다. 결국, 이 아이템으로 영업하는 가게가 크게 줄어든다. 소비자도 ‘예전에 이게 유행이었지. 기억나네’ 하는 느낌으로 가끔 소비할 뿐이다.

다시 기회가 오기는 할까

모든 아이템과 유행들이 이 사이클을 거치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이 사이클을 따른다. 벌집 아이스크림은 3~4년 전이 유행의 절정이었는데, 이러한 사이클을 타고 크게 흥했다가 몰락했다. 최근의 대만 카스텔라도 마찬가지이다. 두 아이템은 <먹거리 X파일>이 전환점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열풍의 속도와 과열을 고려해보면 이 방송이 없었더라도 결국 전환점을 맞고 쇠락했을 것이다.

이렇게 철 지난 아이템과 업종의 봄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 사실 이 부분은 답을 내리기 어렵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이익 예상 라이프사이클을 소개하면서 한번 무관심으로 접어든 업종이 다시 시장의 관심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소비자의 관심이 돌아오기까지는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시 안 올 수도 있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