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비트코인을 규제할까?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해서 비트코인을 바라보거나 투기의 목적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들과 달리, ‘가상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이 왜 국가에 의해서 규제될 수밖에 없는지를 경제학과 인류학을 통해 살펴 보겠습니다.

국가가 왜 비트코인을 규제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화폐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먼저 던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에 답하기 위해 조금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일단 과거로 돌아갑니다.

사진=달러(출처 픽사베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인간에게 있어 교환이란 본성과도 같다고 표현합니다. 단, 이때의 교환은 선물이나 증여 등을 포함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Exchange’ 개념이 아닌, ‘시장’에서 물건과 물건을 등가교환의 형식으로 교환한다는 ‘Trade’ 개념이라고 봅니다. ‘개가 다른 개와 공정하고 의도적으로 뼈다귀를 교환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맥락 등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그런데 사소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큰 문제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trade의 바탕이 되는 ‘시장’을 인간 사회에 주어진 것으로 전제했지만, 경제 인류학자들이 역사를 쭉 거슬러 올라가 탐구해보니 생각보다 시장과 시장에서의 교환은 인류 역사에 있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특히 고대로 가면 갈수록, 무역이 발달한 큰 고대 도시들을 제외하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발전이 덜 된 마을들에서는 주로 자급자족과 상호성, 혹은 재분배로 교환(exchange)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떨 때 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하는가? 상업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쟁이 잦은 곳에서 시장이 주로 발달했습니다. 시장과 전쟁은 대충 봐서는 연결될 수 없는 개념들 같은데, 이들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시장에 의한 교환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즉, 마을 사람 A와 B가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굳이 시장을 통하지 않아도) 그냥 서로 빌려주는 관계를 지속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어차피 평생 서로 볼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전쟁에 나서는 군인은 다릅니다. 당장 내일 전쟁에서 죽을 수 있는 군인과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군인과는 시장이라는 새로운 장소를 통해 그 자리에서 거래하고 관계를 끝내는 ‘Spot trade’라는 거래형태가 새로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이때, 이 Spot trade에서 중요한 것이 금·은과 같이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부피가 상대적으로 작고 가치가 있는 물건들입니다. 약탈할 때 가축이나 농산물을 빼앗는 군인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잘 없죠.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이 가축과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반짝거리면서 희소하고 무엇보다 가지고 다닐 수 있었기에 약탈한 금은은 군인의 주요 봉급 중 하나였습니다.

사진=로마시대 금화(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금은보화가 쓸모가 있다는 개념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야 시장을 통한 일반 사람과 군인과의 거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금은 언제나 희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물건과 금을 교환하기를 원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지금과 같이 잉여 생산물이 넘쳐나는 시대가 아닌 이상 자신의 물건 특히 농산물을 필요 이상으로 팔아가면서까지 사람들이 금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국가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전쟁은 해야겠고 군인들은 먹여 살려야겠는데 사람들이 일정 이상으로는 군인과의 거래를 지속하지 않습니다. 물론 강제로 빼앗아서 군인들에게 물건을 배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또 큰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당시 국가들이 내린 해결책은, 이제부터 세금을 금으로 받겠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밀, 쌀 등으로 낸 세금을 이제는 금, 그리고 금으로부터 제조한 동전으로 받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서라도 (금화를 보급해주는) 군인과의 거래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시장과 전쟁이 연결되는 부분이고, 화폐의 본질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화폐의 본질을 이야기하고자 했는데 왜 지금까지 생뚱맞게 시장과 전쟁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했느냐? 왜냐하면, 이 일련의 역사적 이야기가 화폐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싱거울 수도 있지만, 화폐의 본질은 사실 그래서 별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야기에서도 보였듯이 국가 권력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전이 유질될 수 있도록,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의 경제활동을 특히 세금의 관점에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화폐라는 겁니다. 그리고 화폐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론을 화폐 국정론(the state theory of money)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바로 정확히 화폐의 이런 본질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국가가 경제를 컨트롤하기 위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수단이 화폐인데, 비트코인은 국가의 통제를 받지도 않고, 세금을 걷지도 못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가상‘화폐’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죠. 지금까지 여러 나라가 비트코인을 가만히 놔둔 이유는, 여기서 발생하는 거래량이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탈세하긴 하는데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건드릴 정도는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자는 이유 등으로 말이죠.

비트코인에 중국이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은 위조지폐와 복제카드로 아주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거지도 현금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알리페이를 달라고 구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즉, 현재 중국에서는 지폐나 카드가 담당해야 할 영역을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신하고 있는 설정이지요.

여기서 만약 비트코인이 간펼결제 서비스를 대신해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 교환의 매개체인 가상‘화폐’로 쓰이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난리가 날겁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에는 중국 정부가 세금이나 경제 통제의 목적에서 개입할 영역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즉, 만약 비트코인이 전면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교환의 매개로 활성화가 되면, 화폐를 사용해 세금을 걷고, 이를 통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쌓는다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 무너져버릴 것입니다.

사진=비트코인(출처 빗썸)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 사용은 사실 위조지폐 사용과 본질에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비트코인은 정말 화폐로써 사용되기 보다는 투기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주로 이용이 되니, 국가가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안에서 규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정말 화폐로서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대부분의 나라가 비트코인에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것입니다.

고등학교 확률 시간에 예시로 자주 나오곤 했던 동전들, 이 동전들의 앞, 뒤를 뭐라고 불렀는지 혹시 생각나나요? Front와 Back? 아닙니다. Head와 Tail 즉 H와 T가 동전의 앞뒤를 표시하는 기호였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동전에는 앞과 뒤가 없습니다. 머리와 꼬리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머리는 국가권력을, 꼬리는 시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전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누가 만들었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가짜 5만원이 얼마가 나에게 있든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Head(그림)가 먼저 있고 뒤에 Tail(숫자)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상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쓰자는 말은 이를 전복시키자는 생각과 본질에서 동일합니다. 정부의 허가와 통제를 받지 않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쓰이는 교환의 매개체, 머리 없는 꼬리로서 말이죠. 그런데 그런 상황을 과연 머리가,국가가 가만히 놔둘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