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창업할수록 더 힘든 이유

돈 쓸 줄 모르는 사람들

나이가 들어 뒤늦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잘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이 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회사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자. 실무진에서 현재의 트렌드와 취향을 고려한 기획을 하더라도, 결재가 올라갈수록 기획안이 처음의 신선함을 크게 잃어버리고 쉰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많고 결재권이 높은 사람일수록 취향이 빈곤하고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저축을 매우 장려하고 소비를 죄악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저축과 투자를 통한 성장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자, 소비를 죄악시하던 풍조는 조금씩 누그러들고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조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래서 개인의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불행하게도 나이가 많거나 연차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하다. 결국, 그들은 시장과 괴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이들의 상당수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사진=나이 많고 결재권이 높은 사람일수록 취향이 빈곤하고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성북동과 한남동의 작지만 큰 차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부촌 중의 하나인 성북동을 보자. 이곳은 전통적인 부자들과 엘리트들이 사는 동네로 유명하지만, 방문할 때마다 전반적으로 상가들의 분위기나 취향이 상당히 올드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설과 인테리어 등을 세세하게 보면 돈을 들였다는 것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뭔가 올드하다.

그것이 나름대로 그곳만의 특색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둘러볼수록 ‘소비를 죄악시하던 풍조와 소비할 상품과 서비스가 부족했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소비한다면 이렇게 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같은 부촌이지만 한남동은 좀 다르다. 미군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인구 유입과 유출이 별로 없는 성북동과 달라서 그런지, 매력 있는 가게도 많고 트렌드도 잘 맞춰간다. 이것이 한남동이 새롭게 ‘뜨는 동네’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성북동과 한남동의 차이는 나이 들어 회사를 나와 가게를 차리는 사람이 시장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오랫동안 취미로 관심을 기울인 분야가 아니면, 이들의 안목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그것도 일부에 불과할 뿐이고, 대부분 그 안목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안목과 취향의 빈곤

돈은 있지만, 안목과 취향이 빈곤한 사람들, 이들의 주변에는 ‘업자’들이 몰린다. 이런 업자들은 아주 훌륭한 세일즈맨이다. 자본만 많고 취향은 빈곤한 사람들을 홀릴 만한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현혹할 줄도 안다. 취향이 없기 때문에 ‘요즘 잘나가는 것’이란 말에 쉽게 흔들리고 그것을 덥석 문다.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붕어빵들이 쉽게 탄생하는 원인이다.

이들은 돈을 제대로 잘 써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열 수 있는지도 모른다. 돈을 쓰게 만들려면 타인을 매혹할 수 있어야 하지만, 취향과 안목이 없는 사람은 애초에 그런 상품과 서비스를 가려내지도 못한다. 따라서 주변에 이들의 자본을 노리는 사람들만 모이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들은 자기 과신이 넘친다. 이는 과거 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사람일수록 더하다. 커리어에서 쌓았던 승리의 경험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자본’ 외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규모가 작은 자영업은 오직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며 성실성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래서 시스템에 가려져 있던 개인의 역량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스템의 일원이던 사람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에 뛰어들려면, 먼저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전히 기업 시스템의 백업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면 승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관리다. 자신이 ‘관리는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나와보면 그것이 회사의 시스템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자신이 ‘관리는 잘한다’고 여기지만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사업을 차린 후 내가 없어도 그 사업장이 잘 굴러가기를 바란다. ‘오토’를 꿈꾸는 것이다. 특히 가진 게 자본뿐인 사람들은 회사에서 하던 식으로 하면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토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그 시스템을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구축하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나왔을 때 가진 것이 자본뿐이라면 그 자본은 매우 쉽게 침탈당한다. 투자에서도 안목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업은 더하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안목도 없고 취향조차 없다는 것은, 그 자본을 지켜낼 성벽도 해자도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회사를 나온다. 그러니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본도 깎여나갈 수밖에 없다.

‘제2의 인생’이란 것은 제1의 인생 속에서 다음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했을 때에나 잘 굴러간다. 제1의 인생과 같은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 행운아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적어도 이때까지 봐온 바로는 그렇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