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사기’와 유사한 가상화폐 광풍

가상화폐 ‘비트코인’ 폭락은 시간문제

전통적으로 광풍을 일으켰던 자산들이 선물시장에 데뷔하는 것은, 하락세의 시작을 의미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선물시장에 데뷔한다는 소식에,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 시장에 추가로 뛰어들며 가격이 급등했다. 물론 비트코인이 헤지 제도 덕분에 가치의 안정성을 얻고, 화폐로서 인정받게 되는 중요한 단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선물시장에 데뷔했던, 그리고 비트코인처럼 광풍을 일으켰던 몇몇 자산들은 선물시장에 데뷔한 이후부터 하락세를 바뀌었다. 1996년 5월 선물시장을 개설했던 한국 증시, 2006년 4월 선물시장에 데뷔한 미국 주택가격지수, 2010년 10월에 선물시장을 개설한 중국 증시 등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전의 수년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고, 그러한 인기 덕분에 선물 시장에 데뷔하고, 결정된 직후부터 데뷔 직전까지 가격이 단기 급등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선물시장 데뷔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시작된다. 비트코인이 선물시장에 상장된다는 소식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어쩌면 선물시장 데뷔는 고점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진=비트코인 이미지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선물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건 공매도가 쉬워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은 공매도가 어려워 가상화폐에 대한 가격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지만, 비트코인이 선물 시장에 데뷔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합의된 가치 추정이 방법이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기존의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마땅히 막을 논리도, 수단도 없었다.

강세론자들만이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선물시장에 데뷔하면서 공매도가 쉬워지게 되면, 약세론자들도 시장에 대거 참가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가상화폐에는 본질 가치가 없어서 가격 하락에 제한이 없다.

가격 하락에 제한이 없다는 말은,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잠재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인지 이미 미국에서는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공매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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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폭락이 선물시장의 개장과 함께 급격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에는 다수의 열성적 매수자들이 존재하고, 선물시장 데뷔를 계기로 급격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 흐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았다가는, 증거금 부족으로 커다란 손실을 보며 포지션 청산을 강제당할 수 있다.

따라서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공매도를 하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다가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보이거나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 공매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이미 지났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선물시장이 열리자마자 비트코인이 바로 급락할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선물시장 상장으로 인해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이렇게 커다란 수익 창출의 기회를 오래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격히 공매도 물량을 쏟아부어 가격 하락세를 만들어 내거나, 규제 이슈 등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공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가격의 하락세가 본격화되면, 가상화폐를 보유하던 단기적 관점의 투자자들 또한 매도 물량을 쏟아낼 것이고, 저가매수가 유의미하게 유입되지 않으므로 가격 폭락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IT는 실제로 세상을 바꿨다. 그러나 IT를 버블 가격에 사서 장기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실패했다. 조심스럽지만 필자는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미래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가격은 버블이다. 금융 시장은 기술이 세상을 바꾸게 되리라는 옳은 전망을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시장에서 주목받던 기술들이 시장에서 급등과 급락을 보여준 것처럼, 가상화폐 또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상화폐의 장기적 가치를 믿고서, 단기 급락을 고려하고라도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조금 더 부연 설명하겠다. 20세기 말을 휩쓸었던 IT 거품 때 투기의 대상이었던 기업 중에서, 가장 성공 가도를 달려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0년 당시의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데에 1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MS) 시애틀 본사

그나마  MS는 상당히 양호한 편에 속한다. 당시 투기 대상이었던 대부분 기업들이 파산했거나, 여전히 당시 기업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에 대한 장기 전망이 옳더라도, 현재 가격이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면 장기 보유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

지금의 가격은 너무나 먼 미래까지의 가치를 반영한 만큼, 그리고 폭락하기 너무 좋은 가격대인 만큼, 시장에서 물러나 있기를 권한다. 물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거듭 설명하지만, 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급격한 폭락이 시작되리라 예측하는 것이지, 지금의 가격이 고점이라고 장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폭락의 직전에 귀신같이 빠져나온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지금 시장에서 빠져나오기를 강하게 권하고, 마지막 가격 상승까지 보유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빚 없이, 적정한 규모로 운영해야 한다. 선물시장에 데뷔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살얼음판 위를 걷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고점의 가격을 100이라 놓고 시기별로 하이테크 분야의 자산가격이 얼마나 급등락을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급등이 있으면, 예외 없이 폭락이 뒤따르고는 했다.

사진=폰지사기(출처 EBS)

‘폰지사기’라는 용어가 있다. 사업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받아서 기존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지급해 사업을 유지하는, 일종의 사기다. 언젠가는 후발 매수자가 부족해 마지막 매수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의 가상화폐 광풍이 폰지사기에 가깝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사기를 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나 차익을 노리고 투자할 권리는 있다. 다만 잘못된 투자 대상인 줄 알면서도, 투기를 조장하며 돈을 벌었던 이들은 분명히 단죄해야 한다. 시장에 대해 모르는, 금융인이 아닌 사람이 폭락할 줄을 모르고 투기를 조장해 돈을 벌었다면 과도한 투자를 한 잘못이고, 직업 금융인이 그렇게 했다면 멍청했거나 직업윤리를 어긴 사람이다.

아마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투기가 진정될 때 몇몇 사람들은 상징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법행위까지는 저지르지 않은, 그러나 많은 사람의 삶을 황폐화한 데에 일조한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기로 인해 이루어진 잘못된 방식의 부의 재분배 또한 바로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이번 투기 열풍이 건전한 가계자산 증대와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에 장기적으로 커다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에 마지막 순서로 참가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가 피눈물을 흘리게 수천수만의 사람들의 삶은, 누군가를 처벌한다고 치유되거나 보상될 수 없는 상처다. 본인의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 자본주의의 원칙이지만, 실수의 무게에 비교해 벌이 과중하다는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광풍을 계기로 공매도와 규제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공매도가 일찍부터 있었더라면, 규제가 좀 더 촘촘했더라면 피해자의 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막지 못한 관료들과 금융인들, 지식인들 또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파생상품과 옵션 시장이 세계 1~2위를 다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개인 투자들의 투기성은 세계적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잘못된 투기에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당국과 금융권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