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란, 실체는?

자영업의 위기를 논할 때는 항상 ‘자영업의 붕괴’와 ‘자영업 대란’이란 말이 나온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정규직 고용의 불안정성이 자영업 창업 증가로 이어져 향후 30년간 고용시장에 충격을 줄 자영업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 우울한 전망은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생존을 위해 누구나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고, 이에 따라 경쟁이 격화돼 수익성이 하락하고 부실화될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부실 자영업자, 저소득층이 되면서 자영업 대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진=점포문의

자영업 비율 지속해서 하락 중

그러나 이 전망에는 허점이 많다.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자영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생산성과 경쟁력이 낮은 사업자들이 계속 퇴출당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퇴출이 계속되는 산업에서 거품이 생기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위험성을 따지자면, 자영업자의 증가세가 정점이었던 1997년이 현재보다 훨씬 위험했을 것이다.

또한, 자영업에 대한 인식과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로 인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이후 자영업보다 임금 노동자가 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임금 노동자에서 자영업으로 진입한 사람들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50대 이상의 비율은 25%에 불과하며, 40대 이하가 7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50대 이상의 진입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퇴출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은퇴 세대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기를 꺼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자영업자 수와 자영업자 비율(출처 통계청)

아울러 자영업 대란을 전망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서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를 규제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이것은 경제 현상을 편향적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우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임대료의 부담을 줄이자는 주장을 살펴보자.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지므로, 은행은 대출 일부를 회수하려고 들 것이다. 이에 따라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고 시중의 돈이 줄어들게 된다(신용축소).

그런데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는 임금 노동자보다 높다. 2016년 상용직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은 101%인데 반해 자영업자의 경우 164.2% 정도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신용축소가 일어나면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자영업 빚 502조 돌파(출처 연합뉴스TV)

부동산 시장의 급락은 자영업 대란을 해소하기는커녕, 없는 대란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자영업 대란이라는 종말론을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이다.

내수시장 침체의 진짜 원인

그동안 우리나라는 내수부문에서 극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혹자는 그 원인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나 인구절벽 등에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고통의 진짜 원인은 그것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홍춘욱 박사의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이 잘될 때 내수경기도 좋고, 잘 안 될 때 경기도 나빠지는 특성이 있다. 수출 증가율과 내수 출하 증가율이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수출 통계를 보면, 우리가 최근 몇 년 동안 겪었던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1995~2011년의 17년 중에서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 것은 10년이며, 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13년이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적은 단 3년(외환위기,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에 불과하며, 그다음 해에는 여지없이 큰 폭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이듬해인 1998년에 수출 증가율은 -2.8%를 찍었지만, 그다음 해에는 8.6%로 크게 반전됐으며, 2000년에는 19.9%라는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IT 버블붕괴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에 수출 증가율은 -12.7%를 기록했지만, 그다음 해에 8%, 그 이듬해에 다시 19.3%라는 두 자릿수로 복귀했다. 심지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2009년에 수출 증가율이 -13.9%를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28.3%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한국의 수출 증감률(출처 통계청)

반면 2012~2016년의 5년간은 이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과거 17년 동안에는 수출 증가율이 5% 미만인 경우는 단 4년밖에 없었는데, 이 시기에는 5% 미만의 증가율이 5년 연속으로 계속됐다.

과거에 있었던 수출 감소 이후의 큰 턴어라운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수출이 연속으로 감소했다. 이것은 분명 과거에 겪어본 적이 없던 일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수출이 경쟁력을 상실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수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008년에 세계 12위의 무역 국가에서 2015년에는 6위로 상승했다. 다른 나라들의 수출이 극도로 부진했던 와중에도 우리는 선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시기를 겪었던 것은 당시 국제무역이 너무 침체됐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 증가율(금액 기준)도 2012~2016년 동안 엄청난 부진을 기록했다. 이것이 바로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극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내수경기 더 나빠질 가능성은 적다

결국 우리나라는 수출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내수시장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출 중심 국가이며, 내수산업인 서비스업종의 생산성이 낮고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 회복을 위한 가장 최선의 해법은 결국 수출이란 해답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의 총 요소 생산성이 매우 나빠지거나, 미국과 유럽 같은 대형 소비시장이 침체되면 내수경기가 더 나빠진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총 요소 생산성은 다소 침체되었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소비시장이 지금보다 더 침체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수경기가 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영업 붕괴는 실체 없는 종말론

혹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자산시장의 붕괴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내수시장이 더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경우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생산 활동 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자산시장이 폭락하거나 침체되기는커녕 상승했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일본은 자산시장이 하락했는데, 이는 인구 변화 때문이 아니라 불황에 대한 정부의 실책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의 저자인 조지 매그너스는 인구 변화로 인한 자산변동은 그저 ‘관찰’일 뿐이라고 말하며, 인구 절벽론의 이론적 근거인 생애주기 가설이 ‘실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소비패턴의 변화를 부르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는 속도가 매우 점진적이다. 그래서 경제는 그에 맞춰 반응하고 대응하므로 인구 절벽이 당장 소비시장과 내수의 침체를 부른다는 것은 조금 섣부른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을 떠받치는 두 요소는 자산시장과 수출이다. 두 시장이 굳건한 이상에야, 종말론자들이 외치는 ‘자영업 붕괴’와 같은 위기는 때가 되면 등장했다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흔한 종말론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말로 종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두 요소 중 어떤 것이라도 붕괴되기를 희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