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된 위험’사회, 대한민국

2017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최순실 구형, 비트코인 투기 열풍, 유명 연예인 자살 등 수많은 이슈 중에서도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가장 놀라게 한 사건·사고는 바로 ‘안전사고’다.

사진=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출처 YTN)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와 경기도 평택·용인에서 잇달아 발생한 크레인 전복사고, 그리고 21일 오후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참사 등 한 달 사이에 3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사회 여러 곳에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사고를 두고 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안전사고이며, 우리 사회가 경제적 측면만을 너무 앞세웠다는 이른바 효율성 우선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말한 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다, 그것도 우리가 만든 현대사회의 장비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 시스템이 우리를 위험으로 빠뜨렸다는 것이다.

사진=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출처 jtbc)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1944~2015년)은 이를 두고 ‘만들어진 위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위해, 혹은 극복만 하면 새로운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근대사회의 위험과 다른 ‘구조화된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위험사회의 특징은 초기 산업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의 규모가 클 것이며, 그조차도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위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위험은 그것이 사고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앞서 말한 사고들뿐만이 아니라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세월호 참사 등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잊지 못할 많은 사고가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세월호 참사

우리는 주기적으로 늘 큰 사고를 경험해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채, 다음 사고의 불씨를 그대로 남겨두고 살아왔다.

2015년 4월 <JTBC>와 카이스트 재난학 연구소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1년 동안 발생한 대형 사고들을 분석한 바 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대형 사고에는 미흡한 관리, 시설 미비, 겉도는 제도, 관행적 묵인, 조직 문화, 안전 불감증 등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규정 위반이 일상화된 조직 문화 때문에 관행적인 묵인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험을 멀리하고, 안전 점검을 형식적으로 치렀던 관행도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즉, 하나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의 조직화된 무책임이 사고의 징후들을 보여 왔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위험사회를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극복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발전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많은 가치를 희생시켜왔던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불특정 다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제 우리는 위험에 대해 성찰하고, 공동체가 함께 나서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의 심각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며, 어떤 위험이든 대형사고로 나타나기 전까지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손을 거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