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이 좋으면 성공한다’는 착각

잘 팔리는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

흔히 아이템이 좋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최고의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에 내놓으면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잘 팔리는 것과 훌륭한 상품은 별개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VHS와 베타맥스의 비디오테이프 표준화 전쟁을 기억할 것이다. 베타맥스는 VHS보다 화질도 좋고 노이즈도 적으며 크기도 작은 데다가, 1년 먼저 등장해서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이 표준화 전쟁에서 베타맥스가 승리했던가? 결과적으론 VHS가 압승을 거두었고, 베타맥스를 구경이라도 해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맥주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중국의 쉬에화(雪花, Snow)이다. 전 세계 맥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에 달한다. 그 뒤를 잇는 맥주가 양꼬치 가게에 가면 늘 찾게 되는 칭따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인 AB인베브의 버드와이저와 버드라이트인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쉬에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쉬에화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맥주일까.

사진=쉬에화 맥주, 칭따오 맥주, 버드와이저 맥주

이번에는 국내 맥주 시장을 보자. 2014년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맥주는 카스 후레쉬(21.6%)와 하이트(18%)였다. 그런데 이 둘이 한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좋은 맥주일까.

롯데주류에서 지난 2014년에 출시한 클라우드는 소비자들로부터 맛과 품질에서 기존 맥주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회사 내부에서 클라우드의 시장점유율을 10%까지 예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올해 초에는 시장점유율이 4% 정도로 예측될 만큼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맥주는 대부분 음식점 등 업소에서 소비된다. 카스와 하이트가 우리나라의 대표 맥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음식점과 업소에 뿌려놓은 유통망이 매우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교해 롯데주류는 영업력도 유통망도 갖추지 못했다. 롯데주류가 올해 초에 30년 영업맨을 대표로 임명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을 자각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좋은 것보다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

아이템 만능주의의 또 다른 허점은 ‘그 아이템이 정말 훌륭하다’고 평가한 사람이 사업을 구상하는 본인이라는 것이다. 즉, 그저 ‘그의 눈에만 훌륭한 아이템’일 수 있다. 진정 훌륭한 아이템인지는 사업자의 안목에 달려 있으며, 안목이 낮다면 아이템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훌륭한 안목으로 아이템을 잘 선택했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그것을 알아볼 수준에 이르렀는가가 문제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보다 안목이 3년 정도 앞선 사업자가 고른 아이템은 사업을 해봤자, 손가락만 빨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위대한 경제학자인 케인스가 주식투자를 ‘미인 콘테스트’에 비유한 것과 유사하다. 그의 명저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는 이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다.

미인 콘테스트에서 100명의 사진을 보고, 가장 아름다운 6명을 선택하기로 했다. 단, 가장 표를 많이 받은 6명을 선택한 참가자에게 상을 준다고 하자. 이 경우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할 것 같은 6명의 미인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자기 눈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선택해봤자, 그것이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과 동떨어져 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똑같은 일이 사업자의 아이템 선택에서도 벌어진다. 그래서 좋은 아이템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다. 아이템이 큰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자의 눈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통하지 않는다.

이것을 망각하고 아이템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 확률도 높지 않다.

경영 능력이 부족한 ‘좋은 아이템’의 최후

2015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뜨는 상권 중 하나인 연남동을 방문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그해 9월 오픈한 엠빠나다를 파는 가게였다.

엠빠나다는 반달 모양의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와 양념을 채워 넣고 구운 스페인 북부 지방과 중남미 지역의 요리로 만두와 비슷하지만, 반죽이 빵에 가까우며,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밖에 없다. 이탈리아 음식 깔조네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작고 손으로 먹을 수 있는 간단하고 저렴한 음식이다. 당시 이 가게에서 파는 엠빠나다는 사장님의 자부심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훌륭했다.

사진=엠빠나다

엠빠나다는 테이크아웃을 하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이 점은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에 위치한 입지와 딱 맞았다. 겨울을 제외하곤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주변 가게에서 테이크아웃 해온 음식을 술과 함께 먹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2016년에 그곳에서 인기 있던 가게 중 하나가 테이크아웃 미니 스테이크 가게였음을 고려하면, 엠빠나다 역시 가능성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감이 낮았다. 게다가 엠빠나다는 개당 4000원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가게의 입지와 주변 분위기, 유동인구의 특성까지 고려할 때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연트럴 파크라고도 불리는 경의선 숲길(출처 연남동 주민센터)

하지만 문제는 이곳의 운영방식이었다. 우선 동선부터가 엉망이었다. 가게 전면에 카운터를 두고 계산과 포장을 병행했으며 주방은 안쪽에 있었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면 사장님이 주방에 가서 엠빠나다를 들고 카운터까지 와서 포장해 주었다. 카운터와 주방 사이에는 테이블이 6개 있었는데, 사장님과 종업원들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니 산만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주문 처리속도가 매우 느렸다. 엠빠나다 하나를 테이크아웃 하기 위해서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주문자가 나 하나뿐이었음에도 말이다. 간식 하나 먹자고 앞에 대기인원이 밀린 것도 아닌데 10분 이상 기다려줄 사람은 매우 드물다.

엠빠나다는 굳이 주문을 받아서 그때부터 구워낼 필요가 없다. 미리 많이 구워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따뜻하게 데워서 주면 된다. 기왕이면 구운 엠빠나다를 가게 전면부에 쌓아놓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한번 먹어볼 마음이 들도록 해야 했다. 엠빠나다를 사서 들고 다니며 먹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노출이 잘되어 주문자가 늘어나 선순환이 이뤄진다. 단지 이름만 써놓아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결국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테이크아웃은 회전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매출 극대화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정작 이 가게는 좋은 아이템을 잡고도 주문과 동시에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고스란히 잠재 매출의 상실로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비효율 때문인지 창업한 지 겨우 반년 만에 사라졌고, 그 빈자리는 화장품 가게가 차지했다. 아이템이 그처럼 중요하다면 이 가게는 반드시 성공해야 했지만, 경영 효율의 부족으로 문을 닫은 것이다. (오해를 피하고자 말하자면 지금 연남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모 엠빠나다 음식점 얘기가 아니다)

좋은 아이템과 성공의 상관관계

좋은 아이템과 성공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다른 요소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케인스의 ‘미인 콘테스트’ 비유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아이템이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해서 모두 맛집은 아니지 않은가?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