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최승호 “국정원은 고도 수사기법을 습득할 이유가 없다”

3년이 지난 다음 공개된 미니 인터뷰 3편

지난 2014년 연말, 필자는 당시 대안언론인 <뉴스타파>의 PD로 재직하던 현 최승호 MBC 신임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대략 4~50분간 진행된 전화 인터뷰였다. 촉박한 일정에 갑자기 추진된 탓에 전화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최승호 신임사장은 선선히 응하고 여러 가지를 말해주었다. 그러나 아쉽고 죄송하게도 당시 급박하게 준비하던 매체 기획이 통째로 엎어지면서 공개되지 못했다.

그의 사장 취임을 기념하며 그간 일그러진 한국의 저널리즘을 돌아보는 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나누어 게재한다. 공개시간이 지연된 대신, 당시 박근혜 정부 권력기관들을 두려워하여 다소 수정해 게재하려던 원고를 수정 이전 버전으로 가감 없이 담았다.

최승호 PD(출처 MBC 노동조합)

최승호 PD는 “저도 굉장히 센 집단들과 많이 해봤는데. 국정원은 정말 진짜 센 거 같다”고 답했다. 최 PD는 “일단 만날 수 없어서 너무 힘들다. 만명 가까운 인력의 조직인데 언론이 공개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건 대변인 한명 뿐이다. 전화번호도 없다. 재판 출석할 때 기다렸다 겨우 잠깐 접촉한다. 그때도 그들은 통상적인 통로로 다니지 않는다. 법원에서도 그런 걸 보장해주기 때문에 접촉하기가 너무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최승호 PD는 “그렇게 음지 활동을 하는 이들인데, 행위 수준이 극악하다. 대선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고, 증거를 조작해서 간첩을 만든다. 공무원들이 사건이 있을 때 발표 과정에서 뭔가를 오도하거나 거짓말하는 경우는 있다.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없는 걸, 조작해 내는 메뉴얼이 정착되어 있는 집단은 국정원이 유일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조작 매뉴얼이 있다고 보시나”라고 재차 질문하니 최 PD는 “수십 년 동안, 자기들이 내재화시키고 있는 조작 메뉴얼이 있다고 본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양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승호 PD는 “박근혜 정부 들어 있었던 간첩 사건 3건 중 2건 무죄가 났다. 1건은 대법원 유죄판결이 났지만 이 사람도 간첩이 아니다. 우리 사법시스템이 그런 걸 교정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PD가 말하는 유죄판결 사례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 거짓말 탐지기를 속인 여자’ 사례다.

최 PD는 “결국 언론인으로서 보면 3건 모두 조작 사례인데, 유우성씨 사건이란 큰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 나머지 두 사건이 생겼다. 유우성씨 사건은 동생 유가려씨를 합동심문센터에서 80일간 독방에 가두고 허위자백 만들어낸 사건이고, 그 허위자백을 입증하려고 증거를 조작하고 또 조작한 사건 아닌가. 그런데도 나머지 두 사건에서 또 조작했다는 건 다르게 일을 하는 방법이 없이 수십 년 동안 일을 이렇게 해왔다는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PD는 “국정원은 고도 수사기법을 습득할 이유가 없다. 합동심문센터란 어항이 있고, 물고기 꺼내듯 하나 꺼내서 요리를 하는 거다. 합동심문센터를 거친 탈북자는 김현희를 다 안다. 수사관들이 ‘자백하면 김현희처럼 대우해 준다’고 말한다고 한다. 김현희는 비행기를 폭파시켜 수백명이 죽었는데,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잘 살면서 TV도 나와서 얘기하니까 그런 사람처럼 대해준다 하면 당장 고통에서 헤매는 사람에겐 굉장한 유혹이다. 그런 조작의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최승호 PD는 “그런 국정원도 지금은 패닉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최 PD는 “지금 국정원이 요청하는 건 공안전담재판부를 따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들은 검찰과도 달라서, 아예 형사소송법상 수사 원칙을 하나도 안 지키고 있다. 그걸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유우성씨 사건 재판 때부터 변호인들이 꼬치꼬치 따지기 시작하고 이게 대중에게 바로 알려지니까 재판부가 결국은 다른 형사사건을 생각하는 잣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게 마음에 안 드니 공안전담재판부를 요구하는 거다”라고 비평했다.

이어서 최 PD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인권과 상관없이 살아도 되는 그런 조직이 국정원인 건 분명하다”라면서 “유우성씨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이 비록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처음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자신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향후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며 희망섞인 기대를 전했다.

조세피난처 데이터 전격 공개(출처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한국 사회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실행하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한 노하우를 질문하자 최승호 PD는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탐사보도 매체라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라고 답했다.

최 PD는 “사실 <뉴스타파>에 일찍부터 데이터 저널리즘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정연주 사장 시절 KBS에서 탐사보도 팀장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대한민국 최초로 구현했던 사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례들 다 모아서 그걸 통계적으로 돌려 전관예우의 존재를 밝히는 보도를 하는 등 뛰어난 보도를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 쫓겨나왔다. 또 최윤원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연구소 기자는 제가 <PD수첩> 시절 데려와서 데이터 저널리즘 시스템을 만들었던 이다. 이걸 김재철 MBC 사장이 없애버려서 최윤원 기자도 <뉴스타파>로 와 있다. <동아일보>에 있던 권해진 박사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오래 전부터 했고 가장 뛰어나신 분인데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연구소장이 됐다. 권력은 원래 탐사보도를 싫어한다. 그래서 모두들 <뉴스타파>에 모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권해진 소장은 3명 정도의 리서쳐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기자들 보도에 대한 리서쳐도 하지만 직접 리포팅도 하는 기자들이라 한다.

최승호 PD는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해 “그야말로 깨끗한 저널리즘”이라고 강조한다. 최 PD는 “우리가 ‘정윤회 문건’ 이런 건 약하다. 메이저언론사들이 평소 관공서 취재원들을 스킨십을 높이며 관리하다 사건 터지면 받아 쓰고 이런 걸 따라가긴 어렵다. 하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부인할 수 없는 어떤 증거를 들이댈 수는 있다. 조세피난처 보도가 한 사례인데, 페이퍼 컴퍼니 서류들을 적시하면서 보도하니, 전두환씨 아들 전재국씨 같은 경우도 부정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승호 PD에게 여타 언론의 시도 중 높이 평가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최승호 PD는 웃음지으며 “타 매체까지는 신경 못 쓰고 있다”라고 답했다.

최 PD는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지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슬로우 뉴스인 부분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속보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온갖 설이 난무하고, 기사인지 유언비어인지 가늠이 안 갈 정도의 보도들이 반복되는 상황인데 천천히 맥을 짚어주고 정리해주는 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언론에 대한 지향을 설명했다. 최 PD는 “우리도 지금보다 더 잘해야겠는데, 항상 고민하는 중이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