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투기인가 투자인가

최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많은 가상화폐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이전보다는 줄어들었다. 물론 지금이 매수의 타이밍이라고 외치며 코인 시장을 주시하는 몇몇 열성적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이런 코인 시장의 등락을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정말 화폐로서의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기보다, 주식과 같은 투자 요소로 인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4일 국회 공청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가상화폐 광풍은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산 것보다 높게 사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죠.

사진=비트코인 가격(출처 빗썸)
 

정부는 현재의 투기와 버블 가능성을 잠재워야 한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칼을 빼 들었지만, 사실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지난 기사에서 소개해드린 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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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정부가 투기를 규제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비트코인 광풍이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 자본주의 본질은 투기라는 점입니다. 투자나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현대 자본주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식시장 역시 투기적 심리가 없다면 사실 상식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너무 과격한 주장이라 느껴지시나요? 자, 최초의 현대적 의미의 주식회사가 탄생했던 1602년으로 돌아가서 그 이유를 살펴봅시다.

주식회사의 원형은 이탈리아, 사실 자세히 파고들면 이전 이슬람 제국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주식회사의 원형은 1602년 네덜란드에 세워진 동인도회사로 보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사진=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총독회의(출처 EBS다큐프라임)

참고로 우리가 아는 그 ‘동인도’회사가 맞습니다만, 네덜란드 지부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처음 주식을 발행했을 때는 현재와 달리 만기라는 개념이 주식에도 존재했습니다. 동인도회사 주식의 만기는 10년이었죠.

현재의 주식에는 만기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주식에는 왜 만기가 존재했던 것일까요? 정확하게는 만기가 없는 오늘날의 시스템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채권이든 주식이든 어쨌든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관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기가 없으면 언제 갚아도 될까요?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만기가 없으니까요. 다른 말로 하면, 만기가 없다는 건 결국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태초의 동인도회사의 주식은 계약 기간 도중 투자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주식을 다시 회사에 돌려주고 자신의 원금을 찾아오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이를 영어로는 주식이 redeemable 하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주식에 만기가 존재하고, 또 언제든지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찾아갈 수 있다는 시스템은 동인도 회사 입장에서 볼 때는 절대 좋은 시스템이 아닙니다. 돈을 안정적으로 회사에 쌓아둘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1609년 주식의 환불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후 만기도 없애버림으로써 주식을 non-redeemable 한 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이런 조치에 대한 일련의 보상(?)으로 1611년 개인 투자자들끼리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거래소를 암스테르담에 만들어줍니다. 사실 주식거래에서 증권거래소가 존재하는 것은 꽤 슬픈 일입니다. 자기가 투자한 돈을 당당히 회사에게 돌려 달라 요구할 수 있으면 증권거래소는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어쨌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정책이 얼마나 황당한 조치인지는 지금의 은행시스템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1억원을 예치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은행이 통장으로부터 돈을 찾아갈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버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기도 무한대로 만들어 사실상 은행이 그 1억원을 되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립니다(애초에 돈을 찾아가지 못하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대신 이 통장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시장을 만들어줍니다. 은행이 돌려주지도 않는 1억원의 돈이 담긴 통장을 누군가에게 팔고, 당신도 다른 이의 통장을 사라고 말이죠. 그런데 은행으로부터 원금도 받을 수 없는 통장을 누가 사가겠습니까.

결국 상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이런 시장이 성립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해집니다. 첫째가 배당입니다. 즉, 원금은 안 돌려주지만, 사업이 잘되면 이자는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두 번째 조치는 주식을 산 투자자들에게 그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믿음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개념 역시 대주주한테나 해당하는 소리일 뿐입니다. 필자가 2억5000만원을 투자해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샀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어떤 영향력을 삼성전자에 미칠 수 있겠습니까. 영향은 무슨, 삼성전자 본사 안에조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 어떤 주인이 자신의 회사 안에도 들어갈 수가 없답니까.

사진=삼성 서초사옥

결국, 이런 사기적인 구조를 가진 주식시장이 돌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투기심입니다. 싼값에 주식을 사서 비싼 값에 남들에게 팔고 나온다는 투기 심리가 없으면 애초에 주식시장은 형성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사람의 유형은 세 가지로 좁혀지게 됩니다. 바보와 이 바보를 속여 한탕 벌 목적의 천재 그리고 자신이 천재라고 착각하는 또 다른 바보로 말이죠.

비트코인 등락과 폭락 속에서 이번에 다시 유명해진 하이먼 민스키 모델의 창시자 민스키조차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언제나 버블을 터트릴 가능성이 농후한 투기심리가 금융위기의 밑바닥에 깔려있으니까요.

누군가는 주식의 가격에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리얼뉴스>의 또 다른 비트코인 기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은 너무 먼 미래의 가치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폭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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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주식이라는 것도 엄청나게 장기적인 개념의 가치라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주식가격이 하루 지나면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보고 주식이란 것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단기적인 가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재무학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하는 주식의 가격(주가)은 엄청나게 장기적인 개념입니다.

즉, 애초에 비트코인이 너무 먼 미래의 가치를 포함했다고 해서 폭락하리라 예측할 근거는 없다는 거죠. 그런 논리면 똑같이 모든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 결정 모델에 들어가는 할인율이 미래로 가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 가치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정도의 주장은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련의 비트코인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본질인 투기에 관해 직접적인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투기라는 본질적 요소에서 비트코인이나 주식이나 다를 바가 없다면 도대체 비트코인은 왜 규제되어야 하는가 하고 말이죠. 이건 지난 기사에서도 답을 했습니다만 아마 다음번 기사에서도 다른 맥락으로 다시 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돌고 돌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