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설명서 2

선거인단 Q&A

Q1. 인구가 적은 시골 주가 과대 대표되어 표의 등가성 원칙이 훼손된다.

A: 반은 맞는 말이다. 2010년 센서스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와이오밍의 약 66배이지만 선거인단은 18배를 조금 넘는다. 와이오밍 주민 한 표의 가치는 캘리포니아 주민 한 표보다 약 3.7배 크다. 하지만 표의 등가성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의제하에서 대표성이란 국민 대표성뿐만 아니라 지역 대표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합의점을 도출할지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자치와 분권의 전통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을 중시하여 각 주의 선택을 대표하는 승자독식제도의 참된 의미를 새길 필요가 있다.

와이오밍 주민 한 표의 가치는 캘리포니아 주민 한 표보다 약 3.7배 크다
 

Q2. 선거인단 제도는 노예제의 산물이다.

A: 실제로 미국 주류 언론에서 이러한 비판이 적잖이 제기된다. 1787년에 헌법을 제정하면서 북부와 남부가 ‘5분의 3 조약’(각 주의 선거인단 수와 하원 의석수를 결정하는 인구를 산정하면서 남부 노예의 인구를 백인의 5분의 3으로 보고 남부에 의석수를 3분의 1만큼, 선거인단수를 3분의 1만큼 더 주기로 한 조약)에 합의해 노예주에 더 많은 선거인단을 배정함으로써 남부를 과대 대표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예제가 그릇됐다는 규범적 전제에서 간선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요구하는 것이다. 즉 ‘분석철학은 영미제국주의의 철학이므로 배워서는 안 된다’와 같은 발생론적 오류에 불과하다.

Q3. 소수의 경합 주에만 선거운동이 집중된다.

A: 직접투표를 채택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개발도상국인 인도 공화국을 제외하면 면적으로나 인구로나 미국이 압도적 1위이기에 다른 선진국과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미국만을 놓고 보면 기초행정단위인 3144개의 카운티 중 단 146곳에 미국인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직접투표로 미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선거전은 캘리포니아(55), 텍사스(38), 뉴욕(29)을 비롯한 초대형 주에서만 벌어질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전국단위 선거에서 제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을 정초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막고자 했다.

간선제로 말미암아 거대양당이 지배하는 큰 나라에서 몰표가 쏟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텃밭에만 호소하는 양극단의 선거전 대신 인구는 비교적 적어도 중도적인 경합 주에서 중도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선거전이 벌어진다.

역설적이게도 간선제 덕분에 더 많은 주가 전장(battleground states)이 된다. 2016년 대선만 보아도 두 자릿수가 넘는 경합 주가 전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북동부의 메인(ME)·뉴햄프셔(NH)부터 중서부의 아이오와(IA)·미네소타(MN)·펜실베이니아(PA)·미시간(MI)·위스콘신(WI)·오하이오(OH), 남부의 버지니아(VA)·노스캐롤라이나(NC)·플로리다(FL), 서부의 네바다(NV)·콜로라도(CO)·뉴멕시코(NM)·애리조나(AZ)까지.

미국 간선제 경합 주

경합 주는 항상 변화한다. 놀랍게도 조지 W. 부시, 즉 2000년 대선 전까지 공화당 후보가 캘리포니아에서 패배하고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다. 트럼프는 레이건 이후 예닐곱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오대호 연안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뒤집었다. 오클라호마와 함께 유이하게 55개 카운티 전체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웨스트버지니아는 조지 W. 부시(2000년) 이전까지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다.

항상 공화당에 몰표를 준다고 여겨지는 남부의 ‘깡촌’ 바이블벨트(bible belt) 중 루이지애나, 아칸소, 조지아, 미주리, 켄터키, 테네시, 그리고 서부의 보수적인 몬태나와 애리조나까지 1990년대에 빌 클린턴의 압승에 기여했다. 투철한 기독교 보수주의자인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이 주지사로 재임하기도 했던 인디애나에서 2008년에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깜짝 승리를 거둔 사례도 있다. 인디애나는 1940년부터 2004년까지 단 한번(1964년 민주당 린든 존슨의 초 압승)을 제외하고는 공화당을 지지했던 주이기도 하다. 그 어떤 정파도 한 지역을 텃밭이라고 안심하고 내팽개쳤다간 얼마 가지 않아 역풍을 맞게 된다. 따라서 간선제하에서는 모든 주와 모든 유권자가 소중하다.

미국 민주당과 주류 언론은 전국을 순회하는 엄청난 선거전과 경합 주의 역동성을 보고도 눈을 감는다. 또한, 오픈 프라이머리라 불리는 거대양당의 후보선출과정에서 전국의 주를 순회하며 경선을 벌일 때는 각 당에 충성하는 비경합주들의 향배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의 이슈도 경선 과정에서 다루어진다.

미국보다 훨씬 작은 한국과 비교해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후보가 수도권과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모두 앞섰음에도 상대 후보가 경상도나 전라도의 압도적 몰표만으로 50.1% 승리를 거머쥐었다면 그 선거방식만이 민주적인가? 하물며 남한보다 98배 큰 미국은 어떻겠는가? 힐러리의 빛바랜 300만 표차 승리가 딱 그 꼴이다. 캘리포니아에서만 힐러리가 426만9978표 앞섰다. 이것만으로 50개 주의 연합국을 통치하겠다는 것인가? 미국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현실에 비추어 보면 비교적 더 많은 주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승자독식제도와 간선제가 최선의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힐러리의 패배에 대해 민의의 왜곡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제도의 당위와 상관없이 작년의 선거는 서로가 이미 게임의 규칙에 동의한 대결이었다. 직접투표였다면 양 후보 모두 다른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결코 예측할 수 없다. 덧붙여 민주당이라고 비슷한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조지 W. 부시가 재선한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존 케리는 전국적으로 300만여 표 이상 뒤처졌지만 만일 오하이오에서 6만 표만 더 뺏어왔다면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출처 NBC)

다시 2016년으로 돌아오면, 트럼프는 50개 주 중에서 29곳에서 승리하면서 전체의 약 84%에 달하는 2600여개의 카운티를 장악했다. 힐러리가 서부 해안과 북동부의 인구밀집지역에서만 승리한 반면, 트럼프는 정치적·지리적으로 훨씬 더 다양한 주들을 묶어냄으로써 보다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힐러리가 전국적으로 더 많은 표를 받은 것은 무의미하며, 트럼프의 정통성과도 전적으로 무관하다. 미국은 자유로운 주들이 연합한 연방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이전 기사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설명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