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버려야 할 단일민족의식

[논문 서평] <단일민족의 신화를 넘어서> (한홍구 /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통권 제35호 2002.06, 29~46페이지)

2017년 대한민국에서도 개천절과 같이 단군신화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군신화가 강조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과 그 태생이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한홍구의 <단일민족의 신화를 넘어서>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제기하는 단일민족 신화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단군 신화의 근간이 되는 단군이 실존 인물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조상 중 하나에 불과하며 단군 할아버지라는 하나의 조상에서 현대의 한국인이 전부 퍼져 나왔다는 것은 부계 혈통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의 결합의 결과물이라 저자는 평한다.

단군의 표준영정

한국에서는 고조선의 건국 시조로서의 단군과 한민족 전체의 공통조상으로 단군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성씨 중 중국 귀화 성씨가 다수 존재하며, 단군을 조선 시조로 인정한 조선에서도 단군에 대해 ‘나라는 끊어지고 후사는 없다’라고 동국통감제강에서 홍여하가 서술했다는 점에서 합리성이 떨어진다.

또한, 저자는 단군 시조의 자손이라는 표현은 1900년대 초 일제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혈연적 유대감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결과, 단군신화는 당시 일본의 국가신도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의 신사에 단군을 합사하고자 한 것이나, 일본에서 단군을 천조대신의 동생으로 간주했다는 기록을 통해 뒷받침된다.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의 핵심인사들이 친일행각을 유지했다는 점 역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단군을 앞세워 한국인의 저항을 줄이고자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인이 단일민족 의식을 가지고 다른 인종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 역시 일본 군국주의 시기 내면화된 이등신민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대종교 등 단군을 숭상한 모든 종교와 운동을 친일로 간주하는 낙인은 문제다.

이러한 역사적 근거를 기반으로 저자는 이제 현대 대한민국이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배타성과 차별을 지적하며 한국 사회에 온전히 정착하지도, 흡수되지도 못한 채 이방인들로 살아가고 있는 집단들을 알린다.

재외동포와 이주노동자, 화교가 그러하며, 저자는 그중에서도 화교에 집중한다. 먼저 이주노동자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수와 국제결혼 역시 많이 증가했으나, 출입국관리법은 여전히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국적 취득에서도 불리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단일민족의 순수 혈통을 더럽히는 자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

또한, 화교의 경우,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는 달리 유독 한국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일제강점기 시기 일제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화교배척운동을 조장했으며 그 규모는 상당했다.

또한, 해방 이후에도 지속적인 한국 화교의 무역 억제 정책이 시행됐으며 특히 박정희 정부 시기 외국인 토지 소유 금지법과 재개발 정책 등으로 인해 화교의 박해가 절정에 달했다. 박정희 정권이 집요하게 화교에 대해 배타적인 정책을 고수한 것은 당시 박정희를 비롯한 권력 실세들이 중국을 더럽고 미개한 국가로 규정·경멸하는 일본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처럼 단일민족의식은 우리의 전통적 인식이라는 통념과 달리 일제강점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식민지 잔재 청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현재, 다원화·세계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 사정과 부합하지도 않고, 그 시작 자체는 항일운동에 기반을 두었을지라도 일제의 식민지 통치 도구로 변질돼 지속적인 부작용을 양산하는 단일민족의식은 폐기될 필요성이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