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1991년,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4년 차 때의 일이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에서는 심장 수술을 했다 하면 세균감염이 된다고 할 정도로 수술 후 세균감염이 만연했다.

심장 수술 후에 세균감염이 된다는 것은 종격동, 즉 심장 주변이 감염된다는 것을 뜻했고 따라서 다른 수술 후 감염과 달리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이었다.

1990~1991년 초는 감염이 최대치에 달해 적지 않은 환자들이 수술 후 많은 고생을 해야 했고 그중 일부는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세브란스병원 전경

감염이 지나치게 많아지자 흉부외과 교실에서 현황파악에 나섰다. 조사를 해보니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내성 균주에 광범위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랬다. 즉 감염된 환자들을 수술실로 불러서 오염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했는데 그것이 또다시 2차 오염을 일으키고, 그 오염은 또 다른 감염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감염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당시 감염 의심 사례까지 포함하면 거의 4명 중 3명이 감염된다고 할 정도로 심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작업이 들어갔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감염은 줄어들지 않았다. 심장외과 의사들은 약에 저항하며 창궐하는 세균 앞에 무기력했다.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당시 의사들은 새로 지어진 심장혈관센터로 이전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교수들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지금 수술을 받으면 감염이 잘 일어난다. 곧 건물 이전을 하니 몇 달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중 몇몇 환자분들은 그냥 수술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수술을 받은 분 중 안타깝게도 몇 분은 유명을 달리했다.

1991년 봄, 드디어 심장혈관센터가 이전했다. 새로 지어진 새 건물에서 수술하고 수술 후 처치를 했다. 놀랍게도 감염률은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 그 해 4년 차 전공의를 마칠 때까지 새 건물에서 감염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환자실

공간의 오염이 새로운 감염을 만들어낸다는 무서운 경험은 필자에게 매우 충격적었다. 이후 필자는 개인 의원을 하는 동안 외부에서 감염된 환자들을 (수술실 오염을 막기 위해) 절대 수술실로 들이지 않고 진료실에서 처치를 마무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세균감염환자를 진료하는 경우에는 일회용 기구만 사용하고 일체의 사용기구와 재료를 모두 즉각 폐기 처리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세균감염 없는 진료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믿고 있다. 물론 이것은 개인 의원에서는 중증의 감염환자를 진료할 일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형 대학병원의 사정은 다르다. 그곳은 다양한 환자들이 살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다. 그들 중에는 중증의 감염환자들이 포함된다. 개인병원과 달리 대형병원들은 중증의 감염환자들은 받아서 치료해야 한다. 그중에는 반드시 수술실에서 처치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런 경우 수술실과 중환자실의 오염을 피할 수 없다.

대형병원의 수술실과 중환자실은 ‘살기 위해 들어가는 공간’인 동시에 수많은 다양한 세균에 의해 오염되었던 환자들이 거쳐 갔던 공간이며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된 공간이다. 그 속에서 의료진들은 바이러스와 세균들과 싸우며 환자들을 지켜내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전경

필자는 “보건소에 즉각 신고했다”라는 거짓말을 한 이대목동병원의 관계자와 유가족에 대한 설명보다 언론대응에 더 많은 신경을 쓴 이대목동병원의 관계자를 비판한다.

그리고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맥주사로 들어갈 영양수액제 며칠 치를 미리 만들어 놓았던 행위에 대해서도 안전불감증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신생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진 전체를 비난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사망의 원인이 세균감염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4명의 신생아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의료진들이 아니라 그 의료진들이 매일 싸우고 있는 병균이나, 그 의료진들이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환자들이 남기고 간 병균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한 설비와 인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정부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환자보다는 정부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며 의료진을 비난하고 있는 환자단체이기 때문이다.

매일을, 매 순간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 그들을 위축시키지 말라. 그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지 말라.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작은 생명을 지켜내고 있는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