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한국에서 더 비싼 이유는?

‘가격 헬적화’의 실체

외국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국내에 정식 수입돼 판매될 때, 폭리 논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현지에서 사면 싼데 국내에서는 너무 비싸게 판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일컬어 ‘가격의 헬적화(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것의 파생어. 물건이 한국에만 들어오면 비싸진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많다. 임대료부터 임금과 환율, 세율과 관세, 시장 크기와 수요, 소비자들의 소비 스타일, 국내 동종·경쟁 상품의 평균 가격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가 폭리라고 할 때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단순히 국가 간의 가격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폭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가 간의 가격 차이를 일방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많으며, 그것들이 고려된 결과가 상품의 최종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스타벅스 커피, 한국에서 더 비싼 이유는?

특히 스타벅스의 국가별 커피 가격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2016년 1월 20일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세계 12개국 주요 도시별 물가 조사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의 도시별 가격은 서울이 4100원, 파리가 3773원, 도쿄 3475원, 브랜드국인 미국 뉴욕이 2821원이었다.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의 커피 가격이 더 싸다. 이것만 보면 한국의 스타벅스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반대의 자료가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015년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이익률이 약 6.1%로, 미주 지역의 23%와 아시아 지역의 33%에 크게 못 미친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영업이익률이 다른 지역보다도 높아야 정상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더 저렴한 국가보다 영업이익률이 매우 낮은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시장 상황이 높은 가격을 매겨야만 겨우 운영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카페라떼 가격비교(소비자시민모임) 단위: 원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임대료, 한국 소비자의 소비성향, 경영전략이다.

스타벅스의 국내 입점 전략은 주요 상권의 핵심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주요 상권은 임대료가 비싼 것을 고려하면, 스타벅스의 매출 중 임대료 부담 비율은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매출 일부분을 수수료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매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약 12%라고 한다.

한국 스타벅스 매장이 미국보다 큰 이유?

그렇다면 뉴욕도 임대료가 매우 비싼데, 어째서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보다 더 저렴할까. 이 부분은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문화를 팔고 공간을 임대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미국의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매장 면적이 작다. 한국은 상당수가 231㎡(약 70평) 이상인 데 반해, 미국은 132~165㎡(약 40~50평)에 불과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좌석을 선호하고, 테이크아웃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서 회전율이 낮기 때문에 매장 면적이 더 큰 것이다.

한국 스타벅스 1호점 이대점

매장은 회전율이 매우 중요하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매출이 증가하므로 재료의 원가율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테이크아웃을 적게 하고 좌석을 선호할 경우 회전율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는 한국 소비자들의 이러한 소비성향을 그대로 반영해서 다른 나라보다 더 넓은 매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5대 5의 지분을 가지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회사라, 국내 매출 중의 일부를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미국의 스타벅스는 로열티가 없으니 당연히 가격이 더 저렴할 수 있다. 이것은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서 들여와 운영하는 경우라면 어디든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보다 소득이 낮은 한국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훨씬 비싼 이유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영전략과 임대료, 미국과는 다른 소비성향, 해외 본사 지급 로열티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히 폭리라고 말하긴 어렵다.

같은 모델 자동차 미국에서 더 싼 이유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모델이라도 한국보다 미국이 더 저렴하고 혜택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그럴까. 시장 크기와 구매력, 경쟁 강도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거대한 단일시장이다. 평균소득이 매우 높으며 인구가 3억20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시장과 맞먹을 곳은 유럽 국가들을 합친 EU 시장밖에 없다. 단일국가 중에서 인구 1억명과 1인당 GDP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은 평균소득이 미국보다 뒤처질 뿐만 아니라 인구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1억2000만명이다.

국가별 인구와 1인당 GDP

속된 말로 미국은 1인당 구매력과 시장 규모가 깡패인 셈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은 자동차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구매력과 인구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올리면 단위당 수익을 낮게 잡더라도 총수익은 더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수입상품 가격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해외상품을 수입해서 팔 경우, 국내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품 단가에 국제 운송비와 보험료, 통관비, 관세,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기본적인 매입 단가가 정해진다. 여기에 국내 운송비, 창고비와 인건비, 부가가치세 등이 더해지며, 단위당 기대수익을 붙여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유통판매업도 매입 단가와 최종 가격은 몇 배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룰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해외의 어떤 상품이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지 가격과의 비교는 더욱 무의미하다.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때는 국내 시장 상황과 예상 비용, 예상 매출을 고려한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상품의 가격이 현지보다 비싸더라도 그 가격 차이만 놓고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살 수 있으므로, 가격 차이를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샤넬

다만 고가품은 직접 해외로 나가는 비용과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구매의 장점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중반 압구정 일대에서 전성기를 맞았던 명품 브랜드 샵들은 지금은 거의 철수했다. 요즘은 과거보다 해외에 자주 나가므로, 구매 횟수가 많지 않고 단위당 가격이 비싼 명품이라면 해외로 출국하는 김에 구매하는 것이 어느 면으로 보나 낫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가 압구정 명품샵의 전성기를 종결지은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폭리가 절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낮다. 폭리 논쟁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가격에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