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특집] 쇼트트랙 대표팀 남녀 최고참 곽윤기·김아랑 선수

5회 맏언니·맏형이 간다!

쇼트트랙은 개인 종목과 단체 종목인 계주가 함께 치러지는 종목이다. 4명의 선수가 함께 뛰는 계주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출전하는 종목들에서도 팀플레이라고 하는 작전은 필요하다. 과거 대한민국 쇼트트랙을 팀플레이 한다고 경원시했던 외국 대표팀조차 이제는 승리를 위해 먼저 팀플레이를 할 정도이다.

개인전에서 이 팀플레이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치밀한 작전과 함께 구성원 간 호흡과 조화, 사기가 중요할 것이다. 계주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고참 선수의 존재 유무는 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처럼 주축 선수들의 연령이 어리고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경험이 적은 팀이라면 고참 선수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5회에서 전할 이야기는 남녀 대표팀의 최고참을 맡은 김아랑·곽윤기 선수의 이야기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남녀 최고참 곽윤기·김아랑 선수

빙판 최고의 풍운아 곽윤기

지금까지 수많은 쇼트트랙 선수가 있었지만, 곽윤기 선수처럼 굴곡이 많은 선수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곽윤기 선수는 2007년 신목고 3학년 재학 중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이후 숱한 국제대회에서 입상했다.

 

특히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4위에 오르며 계주 멤버로 선발되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당시 부상으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안현수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을 딴 후배 곽윤기 선수를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어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빙상 위 곽윤기 선수와 동료들

하지만 4년 후 곽윤기 선수가 똑같은 모습을 연출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곽윤기 선수는 500m와 계주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500m에서는 종합 4위에 오르고, 계주에서는 막판 뒤집기로 은메달을 따는 성적을 거둔다.

그리고 계주 시상식에서 곽윤기 선수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에 나오는 시건방춤을 춤으로써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된다. 기존 운동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맹랑함과 자유분방함, 뛰어난 패션 감각을 가지고 독특한 헤어스타일까지 소화하는 곽윤기 선수는 쇼트트랙 종목의 한계를 뛰어넘어 패션 아이콘이 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정상에

하지만 2010 세계선수권 직후, 밴쿠버 올림픽 멤버를 선발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정수 선수와 짬짜미를 했다는 파문이 일어나며 곽윤기 선수와 이정수 선수는 6개월간 선수 자격을 정지당하고 선수 생활을 쉬게 된다.

휴식 기간 마음을 다잡고 맹훈련으로 자신을 담금질한 곽윤기 선수는 2011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의 성적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2012 세계선수권에서 첫 개인종합 우승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남은 선수 생활은 탄탄대로만 같았다.

하지만 2013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커다란 먹구름이 끼었다. 2013 국가대표 선발전을 한 달 앞두고 발목에 철심을 끼는 큰 수술을 하면서 그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고, 혼신의 힘을 다한 재활 훈련으로 기적적으로 몸 상태를 80%가량 끌어올렸지만, 경쟁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고 500m를 제외한 중장거리에서 부진하며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4년 전 선배인 안현수 선수가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과 너무나도 유사한 결과였다.

남자 대표팀의 쌍두마차였던 곽윤기·노진규 선수의 부상으로 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남자 대표팀이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받은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TV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곽윤기 선수도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빙상 위 곽윤기 선수

기대와 아쉬움 사이에서 성숙함으로

이후 곽윤기 선수는 국가대표팀 승선과 탈락을 반복하면서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던져줬다. 안현수-이호석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 테크니션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세계 최고의 인코스 추월 능력과 순간 가속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항상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단신의 한계와 부상 후유증, 나이에 따른 노쇠화 등으로 전성기에는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그래도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마침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걸린 2017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전을 펼쳐 종합 4위의 성적으로 평창 올림픽 계주 출전권을 획득했다.

10여년 간 세계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올림픽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는 그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지만, 대표팀의 맏형이자 정신적인 지주로서 팀 내에서 그의 역할을 다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올림픽을 앞둔 마음가짐을 이렇게 말했다.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고 싶다.

전 국민이 뜨거운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는데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우리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서 늘 겸손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항상 겸손함을 지키자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8년 전 튀고 싶어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시상식에서 춤을 췄던 곽윤기 선수가 한 말일까 싶을 정도로 그간의 마음고생과 인생 경험이 녹아있는 답변들이다.

어느새 대표팀 최고참으로 수많은 부침과 희로애락을 겪은 그는 이제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도 잘 어울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곽윤기 선수의 바람은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인 남자 계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아직은 손발이 맞지 않아 월드컵 초반의 성적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마침내 4차 대회에서는 1071일 만에 세계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이에 감격한 대표팀 선수들의 세레모니는 많은 눈길을 끌었다.

과연 남자 대표팀이 올림픽에서도 이 상승세를 이어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경험이 풍부한 곽윤기 선수가 있으므로 해서 조금 더 안심되는 것은 사실이다. 후배들에게 “중요한 경기일수록 힘을 빼고, 자기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라고 조언한다는 곽윤기 선수. 오늘도 그의 힘찬 질주를 응원한다!

대표팀 모두를 끌어안는 맏언니 김아랑 선수

현재 여자 대표팀 최고 고참 선수는 2014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한 바 있는 김아랑 선수이다. 2014년에는 여고생이었던 김아랑 선수는 어느새 대학교 3학년이 돼 본인의 두 번째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김아랑 선수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아랑 선수와 박승희 선수의 특별한 관계는 작은 화젯거리였다. 중학생 2학년 때 운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김아랑 선수를 안쓰럽게 생각한 박승희 선수의 어머니 이옥경 씨는 그녀에게 본인의 집에서 함께 하숙할 것을 제안했고, 그로부터 3년간 김아랑 선수는 박승희 선수와 함께 숙식을 같이하며 선수 생활을 했다.

대표팀에 들어가서도 박승희 선수와 같은 방을 쓸 정도로 박승희 선수와 김아랑 선수의 관계는 특별했다. 김아랑 선수가 이옥경씨를 따라 천주교 신자가 되고 이옥경씨가 그녀의 대모가 됐을 정도이다.

어쨌든 이렇게 박승희 선수, 그리고 박승희 선수의 집안과 돈독한 관계였기에 본명인 김아랑 대신 박아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박승희 선수에게 의지했던 김아랑 선수였지만 박승희 선수가 소치 올림픽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고 본인도 한국 체육대학에 입학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이후 김아랑 선수는 꾸준히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월드컵 시리즈에서 몇 차례 메달을 따냈지만, 쌍두마차인 심석희·최민정의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김아랑 선수의 성적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고 세계선수권에서 계주 멤버로 2차례 우승에 공헌한 것이 가장 좋은 성과였다.

김아랑과 박승희 선수(사진 왼쪽부터)

물론 시즌 중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2번 출전하여 개인전과 계주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이런저런 부상의 여파로 2016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겪기도 했다.

한 시즌 국가대표 생활을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한 김아랑 선수는 2017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민정 선수에 이어 종합 2위의 성적을 거두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따낸다. 일보 후퇴가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거두는 이보전진이 된 것이다.

4년 전 악몽을 딛고 보다 좋은 성적을

이제는 대표팀 맏언니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아랑 선수. 4년 전 소치 올림픽 개인전에서 김아랑 선수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취약 종목인 500m 준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이고 메달을 노리던 1500m에서도 급성 장염으로 최악의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간신히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레이스 초반 넘어지며 다른 두 선수까지 함께 넘어뜨려 실격을 당하고 만다.

김아랑 선수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심석희 선수가 중국의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는 대역전극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진은 1000m에서도 이어져 그녀는 준준결승에서 3위로 탈락하며 개인전 노메달로 대회를 마치고 만다.

비록 계주 금메달을 획득해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개인전 노메달에 그친 것은 그녀 자신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결과였다. 경험 부족과 과도한 긴장감에서 비롯된 컨디션 난조로 겪은 성장통이었다.

빙상 위 김아랑 선수

이제 4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김아랑 선수는 여자팀 최고참으로서 대표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힘든 훈련을 할 때도 항상 웃으며 ‘힘내’라는 말로 동생들을 격려하는 김아랑 선수를 보며 후배 선수들도 함께 힘든 훈련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2014 소치 올림픽 때 계주 시상식에 올랐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김아랑 선수. 이번 대회 목표 역시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고, 그동안 약했던 500m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한다.

김아랑 선수는 2017년 1월에 있었던 전국체전에서 스케이트 날에 왼쪽 뺨이 베이는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빙판 위에 피가 흥건하게 떨어질 정도로 큰 부상이었고 바로 수술까지 받았지만, 그때 흉터는 아직 남아있다.

선수들이 이런 부상을 당하면 후유증으로 충돌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쉽고 그 결과 성적이 부진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부상을 이겨내고 선발전 2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하며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비록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은 1500m 6위, 1000m 11위, 500m 28위로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중장거리에선 충분히 결승전에 오를 만한 저력이 있는 김아랑 선수다.

미소가 아름다운 김아랑 선수. 그녀의 미소가 평창에서도 빛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