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구조적 문제다

모 종편 방송국과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인터뷰

-의료인으로서 이번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봤나?
첫째는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어서 매우 놀랐다.
둘째는 결국 터져 나오는구나.
셋째는 국회의원들이 또 법을 만들겠구나, 그러나 또 미봉책으로 끝나겠지.

-국내에서는 처음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하던데. 비슷한 해외 사례는 있었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일은 드물지만, 꾸준히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집단사망 사건은 국내에서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는 1990년 9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5일까지 3개월 사이에 이대목동병원과 규모가 비슷한 과테말라의 어느 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 중 26명에서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균에 의한 혈액감염이 발생해 그중 23명(88%)이 사망한 사례 등 신생아 집단감염 및 사망사례가 보고된 적은 다수 있다(당시에는 수돗물 소독장치가 고장).

그 외에도 2017년 8월, 인도의 어느 병원에서 불과 이틀 사이에 신생아 17명과 다른 어린이 등 30여 명의 소아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산소공급이 중단이 원인이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현재까지 공개된 정황으로 봤을 때 전문가로서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사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사인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지?
워낙 이례적인 사건이라 원인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는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에게서 사망하기 전에 혈액배양검사가 나갔고, 그중 3명의 혈액에서 시프로박터 프레운디라는 균이 배양되었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망원인은 세균감염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그 배양균이 검사과정에서 오염되었거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신생아들이 중증 패혈증에 빠졌다고 해도 4명의 신생아가 8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꺼번에 사망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중앙산소공급장치의 이상 등 기계적 장치의 문제도 여전히 가능성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기계장치의 일시적 오작동이 원인이었다면 사인이 밝혀지지 않을 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본다.

-해당 병원 의료인들의 안일한 대응이 사건을 더 키운 측면도 있다고 보는지? 감염 문제는 의료진만 조심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에게 주입할 수액을 미리 만들어놓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감염의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안전불감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신생아 중환자실 안에 무균실이 없었다는 사실, 간호 인력과 의사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 등은 의료인들의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즉 신생아 중환자실의 운영에는 적자운영에 필수적으로 뒤따르고 있는데 이 때문에 투자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과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의 다양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데. 신생아 중환자실도 중증외상센터만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근무환경도 열악한 상황이다?
선진국의 경우 중환자실의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에서 많게는 2명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대형 대학병원이 간호사 1명이 3~4명의 중환자를 돌보고 간호사 1명이 중환자 10명 이상을 담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도 5명의 간호사가 16명의 중환자를 본 것으로 나와 있다. 간호사가 3교대 근무를 하고 휴가도 가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환자 1명당 간호사가 4명은 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환자 1명당 간호사가 1명만 배정된다. 선진국보다 턱없이 적은 숫자다. 게다가 간호사의 숙련도도 차이가 난다. 중환자실의 경우 일은 힘들고 봉급은 똑같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교체가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 간호사가 자꾸 바뀌니 숙련된 간호사가 양성될 틈이 없다.

간호사뿐이 아니다. 의사 숫자도 차이가 난다. 미국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6배다. 그런데 신생아 전문의 숫자는 우리나라의 15배다. 이런 차이는 모두 돈의 차이다. 의료비에 쓰는 돈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선진국은 돈으로 안전을 산다.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이 열악한 이유, 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던데. 병원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적자를 보나?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2013년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가가 개선되기 전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병상 1개당 연간 58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심지어 병상 1개당 9400만원의 적자를 보는 병원도 있었다.

그래서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5년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과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13년에 수가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충분치 않고 그 혜택을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들 모두가 보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가장 불안한 사람들은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신부들일 것 같은데. 이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지금 의료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철저한 감염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의료수가를 당장 현실화하고 그 후에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기구소독비용도 보전해주지 않는다. 원가 이하의 수가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원가를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료진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위내시경을 하다가 위암이 의심되는 조직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한다. 이때 의심스러운 조직을 떼어내는 기구를 겸자라고 하는데, 이 겸자는 인체조직에 직접 닿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회용을 쓰는 것이 좋다. 일회용 겸자 하나의 비용이 조직검사 비용보다 비싼데 정부가 일회용 겸자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조직검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게 되니까 일회용 겸자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재사용을 해왔다.

1회용 내시경 기구 재사용(출처 MBC)

정부 즉 건강보험공단이 겸자 비용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의사들에게 손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오래전 얘기지만 예전에 제가 전공의를 하던 시절, 심장 수술을 하는데 베타딘 소독거즈를 다섯 장만 사용하라고 지침이 내려와서 한바탕 소동이 있던 적이 있었다.

병원이 이익을 내기 위해 원가절감에 나선다면 그것은 곧바로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병원의 원가절감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병원이 지나친 원가절감 노력에 나서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꼭 할 얘기가 있다.

이번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집단사망사고가 났지만, 그 신생아 중환자실은 무수히 많은 생명을 살렸던 장소이고 지금도 무수히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는 장소이며 앞으로도 그 일을 할 곳이라는 점이다.

또한, 4명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의료진들 역시 무수히 많은 생명을 살렸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많은 신생아 전문의들과 간호사들이 그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참담한 일을 당한 유가족은 물론 전쟁터와 같은 곳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그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 개인의 책임은 없나? 왜 구조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는가?
며칠 치 수액을 미리 만들어 놓는 등 의료진 개인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가 더욱 크다.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난 이후 우리가 할 일은 비난할 대상을 찾아서 비판하는 것보다 이런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만든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서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구조적인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