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특집] 올림픽 3연패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

7회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나와의 싸움일 뿐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은 너무나 잘 알려진 말이다. 일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을 제외한 모든 스포츠 선수의 선수 생활 중 1차 목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고, 2차 목표는 그 참가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4년에 한 번 벌어지는 올림픽에서 참가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실력뿐 아니라 운과 정신력도 뒤따라야 하는 위업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연달아 금메달을 따다니···. 올림픽 3연패는 이토록 어렵고 힘든 대위업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올림픽 3연패를 한 선수는 동·하계 통틀어 사격의 50m 공기 소총 진종오 선수가 유일하고, 동계올림픽의 경우 쇼트트랙의 김기훈·전이경 선수가 2연패에 성공했을 뿐이다. 스피드스케이팅만 놓고 보면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여자 500m 보니 블레어(미국)가 유일하다.

이렇게 어려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 선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최고 스타이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무려 68%의 국민이 1위로 이상화 선수를 꼽은 것만 봐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상화 선수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대목이다.

2006년 여고생의 신분으로 처음 출전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보였던 그녀는 이후 밴쿠버 올림픽과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를 하고 세계 신기록을 세 차례나 경신하면서 세계 최고의 스피린터로 군림해 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이상화 선수는 세계 랭킹 1위이자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독일의 예니 볼프를 제치고 우승했는데 이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이 종목 최초의 우승이었다. 또 2013년 1월 20일 36초 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은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는 최초로 세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상화 선수

사실 이상화 선수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은퇴하려고 했다가 주변의 간곡한 만류로 소치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간 소치 올림픽에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까지 출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올림픽 2연패에 세계 신기록 경신까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이루었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큰 환호성이 울리는 것을 보고 ‘4년 뒤엔 이런 기분을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결국 평창 올림픽까지 뛰기 위해 은퇴를 연장한 것이다.

경쟁자는 일본의 고다이라가 아닌 자기 자신

사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에 머무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인 이상 이상화 선수도 항상 컨디션이 좋고 언제나 우승만 할 수는 없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이상화 선수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세계 정상이 주는 부담과 긴장을 이기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2011-2012시즌 들어 그것을 이겨낼 혼자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더 큰 목표를 갖고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 2012년 8월 대한민국 코치로 부임한 오벌랜드 코치의 코칭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선수 왕베이싱을 키워낸 그는 이상화 선수의 스타트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그의 세심한 코칭 덕분에 이상화 선수는 스타트 후 100m의 기록을 경이적으로 단축해서 36초 36의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3번의 세계 신기록 경신과 소치 올림픽에서의 올림픽 2연패까지 이루어낸 이상화 선수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도 캐나다로 건너가 케빈 오벌랜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다듬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이상화 선수가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종아리 부상까지 당해 하지 정맥류 수술과 재활 치료를 병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사이 일본의 노장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새로운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사진 왼쪽부터·출처 MBC)

1986년생으로 올해 만 31세의 노장인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딴 두 번의 올림픽에서 각각 12위와 5위에 그쳤다. 하지만 2014년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혼자 유학을 떠난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배웠던 트레이닝 방법에 일본식 훈련과 접목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14년 11월 22일 서울에서 치른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고다이라 나오는 38초 05의 기록으로 9년 만에 월드컵 시리즈 첫 금메달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이상화 선수를 이겼다. 상승세를 탄 고다이라 선수는 2014-2015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6-2017시즌엔 월드컵 시리즈 500m 6차례 레이스를 모두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치러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도 이상화 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그리고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2017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2016-2017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도 종합 1위에 올랐다. 물론 평창 올림픽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현재 90%인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면 고다이라 나오를 이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레고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천상여자

잘 알려진 대로 이상화 선수의 취미는 레고다. 본인 스스로도 희귀 아이템이 있다고 자랑할 정도로 좋아하는 취미이다. 소치 올림픽 때는 네일아트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지만, 최근은 네일아트를 거의 하지 못했고, 다만 1주일에 한 번씩 피부과에 가서 피부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네일아트를 한 이상화 선수

이상화 선수는 친구가 많다. 잘 알려진 밴쿠버 삼총사인 모태범·이승훈 선수뿐만 아니라 같이 훈련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두루 친하고, 종목의 벽을 넘어 쇼트트랙 선수들, 모굴 스키의 최재우 선수와도 친하다고 한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자신의 경기가 끝난 후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아서 쇼트트랙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특히 소치 올림픽에서 2관왕을 하고,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 선수의 경우 이상화 선수의 격려 덕분에 전향하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박승희와 이상화 선수(사진 왼쪽부터)

또 박승희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엔 선수촌에서 두 선수가 함께 방을 쓰기도 했다. 두 선수는 같은 기획사인 브리엔뉴 소속이기도 하다.

쇼트트랙의 왕고참인 곽윤기 선수와도 매우 친해서 이상화 선수는 곽윤기 선수가 큰 의지가 되는 동생이라고 했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이 두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꼭 경기장을 찾겠다고 한다.

이상화와 곽윤기 선수(사진 왼쪽부터)

스피드스케이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싶고, 은퇴 후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상화 선수. 그녀의 바람대로 평창 올림픽에서 펼쳐질 그녀의 경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힘과 용기를 얻고, 은퇴 후 그녀의 삶도 선수 생활 시절 못지않게 술술 풀리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