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업’ 항공교통시스템 전문가

[독자기고] 이현미 컨설턴트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를 관리하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국제항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세계 비행기들이 다니는 길을 어떻게 정리할지, 최첨단 비행 기술(SW)이나 항공기(HW) 등을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할지 등에 대해 2030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ICAO가 ‘미래항공시스템 전환계획(ASBU)’을 발표했습니다.

ASBU는 공항의 운영을 효율화하거나, 국제공역(쉽게 말해 전 세계 모든 비행기가 다닐 수 있는 공공의 길)의 수용량을 어떻게 증가시킬지, 비행경로를 효율화시킬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 2030년까지 각국이 취해야 할 조치, 개발해야 할 기술, 필요한 인력의 양성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항공 A380

각 국가는 이 ASBU에 맞춰서 자국의 항공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한 계획들을 내놓았는데요, 예를 들어 일본은 CARATS, 미국은 NextGen, 우리나라에는 NARAE 계획이 있습니다.

 

어차피 ASBU를 기준으로 이 내용을 자국에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 모든 국가의 항공계획은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ASBU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술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자체개발을 할지, 이미 개발된 다른 나라의 기술을 사 올지 등에 대해 상세한 계획들을 세워놓은 것이죠.

그런데 지엽적인 각각의 기술들에 대한 전공자나 논문은 넘쳐나지만, ASBU의 전체적인 얼개와 구조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항공교통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현재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항공교통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이과 베이스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나 적용 등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회과학적 베이스에서 ASBU를 이해하고 국내에 구현할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장담하건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비행기와 항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개발해야 할 기술은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사람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