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요식업 창업 성공 비결

성공 비결 다 아는데 왜?

흔히 식당이나 음식 사업의 성공 요인으로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여 좋은 품질의 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꼽는다. 정말 그럴까. 그러기만 하면 다 성공할까. 그렇다면 왜 다른 가게들은 신선한 재료를 쓰지 못할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B 샌드위치 가게는 지역 대표 맛집 중 하나다. 대표 메뉴는 치아바타 샌드위치. 샌드위치나 햄버거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빵이다. B 가게가 유명한 것은 직접 만들어 구운 치아바타 덕분이다. 갓 구워낸 빵을 사용하기에 신선도가 좋다. 빵 자체가 맛이 있어 명성을 얻었다.

치아바타 샌드위치

B 가게는 사업을 시작한 타이밍도 매우 좋았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세대가 늘어나면서 서양식 식단과 샌드위치가 익숙해지던 때였다. ‘브런치’란 단어가 자리 잡기 시작하고 제대로 된 빵과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 수요가 생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가로수길에 매장을 잡은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지금은 온갖 가게들이 난립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해 매력이 줄었지만, 당시 가로수길은 서울에서 가장 매력 넘치는 상권 중 하나였고, 강남지역이란 특성상 샌드위치 수요자들도 충분했다.

B 가게는 그 덕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로수길의 대표 맛집으로 떠올랐고, 2년도 안 돼 여의도와 도곡동에 직영매장을 냈다.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결과일 뿐

B 가게에 관심을 가진 곳은 매일유업이었다. 매일유업은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추가로 삼청동과 청담동에 매장을 열었다. 대기업이 지분을 인수한 만큼, 사람들은 B 가게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매년 억 단위의 순손실을 기록하더니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여의도점, 청담점, 삼청동점은 사라졌으며 4개만이 살아남았다. 매일유업은 2015년 4분기에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손을 떼기에 이르렀다.

물론 여전히 지점이 남아 있고 장사가 된다는 점에서 보자면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이 지분 참여까지 했다가 처분하고 나간 것을 보자면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실패의 원인에 관해 말들이 많다. 하지만 매출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B 업체가 자랑했던 치아바타의 맛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맛있었던 것은 갓 구워낸 신선한 빵 덕분이었다. 샌드위치가 잘 팔려서 상품 회전율이 빠르니 신선도가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지점들은 이것이 악순환으로 작용했다.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 치아바타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 고객이 치아바타의 맛이 없어서 방문을 꺼린다 → 점포의 매출이 더 하락한다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잘되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한 것이고, 잘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이다. 잘되지 않는 집은 재료를 오래 묵혀둘 수밖에 없기에 자연히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덜 신선한 식재료는 폐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싼 대신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호텔 식당, 또는 돈이 많아 취미로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가 아닌 이상에야 불가능하다. 폐기 비용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까지 계속 폐기 비용을 감수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운이 없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의 성공비결?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모둠회로 유명한 H 업체도 비슷한 예다. 이 업체는 매우 좋은 품질의 회를 다양한 부위별로 두툼하게 썰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퀵서비스로 배달시켜 먹는 사람도 많을 정도이다.

그런데 양질의 모둠회를 제공하려면 회전율이 높아야 한다. 주문량이 많아야 더 좋은 생선을 받아올 수 있고 수조에 오래 묵힐 일도 없으며 다양한 부위를 제공할 수 있다.

모둠회

이것은 어느 업체나 주문량이 엄청 많으면 가능한 것이므로, H 업체만의 독점적 우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 업체는 질 좋은 모둠회로 큰 명성을 누리고 있기에 이 사업모델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곳보다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동네의 활어회 전문 C 수산이라는 가상업체를 생각해보자. 그곳도 질 좋은 회를 공급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매출이 안 좋으면 수조에 넣어둔 질 좋은 생선을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물량을 적게 들여놓으면 수조가 허전해 손님들이 잘 찾지 않고, 어쩌다 많은 손님이 와도 주문량을 맞출 수 없다.

결국, A 수산은 주민들이 노력을 알아줄 때까지 수조에 많은 생선을 넣어두며 폐기 손실을 감당하거나, 또는 적은 양을 주문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건 매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상황은 계속 나빠진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선순환이 되어야 가능한 수조

인맥 혹은 자본

먼저 사업주 본인의 영향력이나 주변의 인맥을 이용해 초기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맥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으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주 흔한 것만 아니라면 쉽게 알려진다.

심지어 가게를 아직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화제가 되거나 인기를 끄는 곳들도 있다. 이것은 영향력 있는 사업주들이 사업 전에 이미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층을 확보하거나 인지도를 쌓아 올린 경우이다. 이런 것이 없다면 대체 그곳을 누가 어떻게 알고 찾아온단 말인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집객, 노출효과가 있다. 기자 출신들이 오픈하는 가게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인맥을 쌓아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불러모으기 수월하며, 미디어에 노출되기도 비교적 쉽다. 연예인,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주목받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도 매우 유리하다. 초기에 훌륭한 확산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SNS 홍보

다른 해법으로는 초기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선순환이 발생할 때까지 자본을 꾸준히 투입하는 것이다.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버텨내려면 충분한 자본이 있어야 한다. 선택한 아이템의 수요가 충분하고 경쟁력이 있다면 결국 초기의 손실이 수익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외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이익은 고사하고 손실만 보면서도 투자받은 자본금으로 버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즉 인맥과 영향력으로 초기 성공을 만들어내거나, 자본으로 실패를 최대한 미룬다. 그리고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성공의 숨은 이유

성공의 결과가 원인으로 잘못 알려지는 경우가 주변에 너무 많다. 자신의 성공이 인맥이나 자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이런 이야기는 빼고, 상품이 얼마나 훌륭하고 자신의 안목이 뛰어난지를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인맥과 영향력, 자본이 없었다면 성공 확률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