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패시브 vs. 액티브 투자 논쟁

패시브 vs. 액티브 투자에 대한 논쟁이 많다. 핵심은 능동적으로 투자해서 투자의 효율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패시브 인덱스 투자를 하자는 의견과, 그에 대한 반론들이 있다.

그 중간 지점에서 퀀트적으로 접근한 스마트 베타 투자가 있는데, 이도 따지고 보면 패시브 투자다. 어떤 특성을 가진 종목들을 최소한으로 필터링한 이후, 그다음은 ‘에라 모르겠다 분산 투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필터링이 일정 이상 복잡해지거나 정교해진다면 그때부턴 일종의 액티브로 불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패시브냐 액티브냐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 필터링이 충분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일만 남았다. 어차피 패시브는 일종의 자포자기 패배주의식 전략이다. 그러나 문제는 열심히 낙과주의적 투자를 하면 7~80% 이상이 패시브만 못한 허접스러운 전략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비중을 99%라고 주장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맞을 수는 있지만 그게 무슨 전략이겠는가. 결국, 무언가를 통해서 전략을 정교화시키는 일이 남아있다.

HTS(홈트레이딩 시스템)

패시브 투자의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아주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1000개의 종목이 있는 시장에서 200개의 종목을 가지고 인덱스를 만들어야 한다면 도대체 인덱스가 몇 개나 나올 수 있을까.

비중까지 자기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단 말인가? 거의 무한이라고 봐도 좋다. 그중에 하필이면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 중에 유동주식수나 시가총액 등으로 비중을 주어 만든 인덱스란 그저 끝없는 경우의 수 중에 작위적인 한 개일 뿐이다. 내 맘대로 인덱스를 만드는 것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시가총액에 부채비율을 나누거나 영업이익률을 곱해 계산하거나 PER로 나눠서 비중을 결정하고 투자하면 무엇이 본질에서 다르단 말인가? 의미 두기에 따라 거의 랜덤하게 생성한 인덱스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저 그 인덱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유로 시장이 그 인덱스에 더 유리한 수익구조를 영구히 만들겠는가? Nifty Fifty 장세와 비슷하다는 의견은 아마 이런 데서 나올 것이다.

반면 액티브 투자자들의 불투명하고 무원칙한 투자 방법이 워낙 도마 위에 오르자 최근에 패시브가 시대착오적으로 다시 뜨고 있다고 본다. ETF의 편리성을 등에 업고 인덱스 투자 우월론 같은 게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물론 삼성그룹주의 강세로 인해 ETF나 인덱스펀드 투자를 일반 개미들이 이기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빠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아직도 인덱스 투자를 꺼리는 게 사실 아닌가? 결국, 한 종목이 잘 갔다는 이야기다.

2008년에 입사하고 맨 처음 했던 일 중의 하나가 KOSPI200 바스켓 매매를 쏘기 위해 엑셀로 인덱스 비중을 짰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느꼈던 것이 KOSPI200이라는 특정한 지수가 아무런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KOSPI200 인덱스펀드

코스피 중에 가장 우세한 종목이라는 모호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거래하는 방법은 하루에도 몇천 개를 만들 수 있다. 그중 어떤 포트폴리오가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어렵다고 해서 아무거나 하나 잡고 매매하는 것이 대단한 진리인 것도 아니다.

그중에 특별히 더 후져 보이는 종목들을 상당수 걸러내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퀀트가 적잖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굳이 엄청나게 비싸고 고평가된 것이 확실한 종목들을 편입시켜줄 이유가 없기는 하다. 물론 일시적으로 주가의 움직임이 더 좋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패시브가 충분히 효과가 있으려면 결국 특정한 판도라의 상자를 만져야 한다. 그것은 진입과 청산 타이밍이다. 그걸 빼놓고 논하는 모든 포트폴리오 비중은 일차원적인 논쟁이다. 진입과 청산 어설프게 하다가 일 년 내내 수익률만 까먹는 펀드 매니저들의 사례를 일일이 나에게 열거하지 않아도 그 폐해는 상당하다. 그래서 마켓 타이밍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다. 하지만 싸다는 것도 비싸다는 것도 사실은 일시적인 타이밍이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것도 가격 측면의 판단보다 타이밍의 판단이다.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이 증시가 비쌀 때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타이밍에 대한 판단이 섞여 있는 것이다. 후진 타이밍을 평가해서 필터링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패시브 전략은 그저 포트폴리오의 주가들이 때마침 올라주기를 기도하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대응을 포기해버리는 방식이 아닌가?

사야 할 때와 팔아야 할 때를 계산하는 것은 이제서야 계량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식이다. ‘아무 때나 했다 치자’를 백날 논해서 갑론을박 해봤자다. 왜 투자를 아무 때나 해야 하는가?

그 시절에 맞는 그 시절만의 방식이 존재하고, 모든 진입과 청산에 지혜를 보탤 방법이 존재한다. 모든 투자를 하나의 초정밀 구조화증권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시시각각 각 주가의 기회와 위험이 바뀌고 있는데 그것들을 계산해서 접근해야 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vs. ‘잘 하면 알 수 있다’라는 담론 자체는 지난 20세기에 끝났어야 할 담론이다. EMP가 의미 있는 것은 인덱스 투자를 해서가 아니라, 간단한 인덱스를 통해서도 타이밍 정밀도에 따라 수익의 기회들을 충분히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