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최저임금 통계왜곡, 이대로 괜찮을까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최저임금 인상 때리기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연일 ‘최저임금 인상 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기사는 일부의 경험담과 사례를 인터뷰 형식으로 인용하며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서민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 같은 인상을 전달한다.

또한, 일부 언론은 전경련 등 재벌과 대기업 친화적인 단체와 연구소로부터 자료를 받아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취사선택된 정보의 전달은 언론이 흔히 취하는 프레임 공세 방법이다.

보수언론들은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출처 미디어오늘)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최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7년 고용 관련 통계에 대한 보도 양상이다. 많은 언론이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통계정보의 나열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객관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가령 이들은 최근 몇 개월 들어 고용 증가세 둔화와 일부 서비스 업종의 고용이 최근 수개월 감소한 점을 근거로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전체와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통계에 대한 왜곡된 해석에 가깝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뒷걸음질? 고용률은 오히려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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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고용 뒷걸음질···“최저임금 때문에 사람 뽑기 겁난다”

우선 “고용 뒷걸음질…최저임금 때문에 사람 뽑기 겁난다”는 표제를 뽑은 <문화일보> 기사를 뜯어보자. 기사 내용을 아무리 들여 보아도 기사 표제에서 말하는 ‘고용 뒷걸음질’의 근거는 없다. 특히 기사의 “文정부 출범이후 취업자 감소”라는 멘트는 독자들을 오도하고 있다.

<문화일보> 기사가 인용한 통계의 기본 골자는 문재인 정부 취임 들어 (전년동월대비) 10~12월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2016년에 비해 감소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이 뒷걸음질”이라든가 “文정부 출범이후 취업자 감소”가 아니라 “고용 증가세 둔화”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게다가 2016년에서 2017년에 이르기까지 전체 전년동월대비 월별 취업자 증감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0~12월 취업자 증가 폭이 전년에 비해 크게 낮다고 볼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취업자수 증감/단위 천명(출처 통계포털·kosis.kr)

한편 ‘인구 전체에 대한 일자리 공급능력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고용률이라고 한다. 이때 2017년 고용률은 오히려 전년대비 0.3%p 올랐다. 또한, 지난해 10~12월 고용률을 봐도 전년동월 대비 0.1~0.2%p 높은 수준이었다.

연도별 고용률(출처 통계포털·kosis.kr)

고용구조 변화와 조정과정을 고용감소 추세로 호도하다

많은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일부 서비스업종의 최근 고용감소 조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한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의 <문화일보> 기사 또한 “최저 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세는 분명히 감지된다”면서 그 근거로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몇 개월간 일용직과 사업시설관리 등의 업종에서도 고용감소 및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이 고용구조의 변화 탓인지, 기저효과에 따른 조정과정 탓인지, 아니면 최저임금의 탓인지는 기사가 전달하는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한편 <문화일보>의 진단과 달리 통계청은 최근 음식·숙박업종의 고용감소 현상에 대해 “2016년에 발생한 고용 포화상태에 대한 조정과정”이라는 코멘트를 한 바 있다.

기저효과는 기준 시점의 경제지표가 크게 호조를 보였거나 크게 부진할 경우 비교 시점의 경제지표가 실제 경제 상황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전년 동기 대비 산업별 취업자 증가율(출처 통계포털·kosis.kr)

따라서 최근 몇 개 업종의 수개월 간의 고용 추이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는 기사는 성급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독자를 오도하기 위해 그러한 논리의 비약을 서슴지 않는다.

후속대책 논의가 아닌 공포심 양산에 주력하는 언론

‘공포는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최근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추세는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가보지 못한 길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오랜 기간 노동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 문제를 겪어왔고, 그 결과 전체 소득에서 노동소득의 몫이 꾸준히 하락해왔다. 이것은 불평등 및 양극화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노동의욕의 상실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켜왔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최근 최저임금 만원 등 급격한 임금인상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IMF 이후 임금억제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일관해왔던 한국사회의 적폐를 교정하기 위한,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을 밑도는 실질임금상승률(출처 Porcellacchia, 2016)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는 업종과 계층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인상은 고용구조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원활한 일자리 이행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단기적인 자금지원 외에도 임금상승과 소비증가로 인한 새로운 서비스 수요의 창출을 도모하고, 이것이 한계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상당수 언론은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데 그칠 뿐 최저임금인상을 긍정적 파급효과로 이어지게 할 대안 마련에 대한 논의는 등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포 프레임을 통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하청업체와 소상공인도 어느 쪽도 이득을 볼 수 없다. 단지 ‘단기적인 이득’을 보는 쪽은 오히려 소수의 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기득권일 것이다.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