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금융위기 뇌관, 가상화폐

지난해부터 가격 폭등으로 가상화폐가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 이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다. 가상화폐 옹호자들은 폐지 반대 청원을 시작했고,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18만7000여명이 서명했다.

IT 업계나 학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합법화하고, 거래소 폐지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경제학계는 주로 가상화폐의 투기성과 가격의 거품에 주목, 경제위기가 일어날 때 폭발력을 키우는 화약고이며 경제와 대중들의 삶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상화폐란 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가치론의 측면에서 가상화폐를 분석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한 종류다. 상품이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다. 가상화폐는 화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화폐로서 기능이 없으며, 현재의 주된 사용가치(유용성)는 시세 차익을 위한 투기수단에 불과하다.

비트코인과 달러

따라서 사회적으로 전혀 유익하지 않은 사용가치를 갖고 있으며, 사회가 이러한 투기수단으로서 사용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품으로서 의미가 없어지고, 어떠한 사용가치도 갖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 기기와 설비와 전기와 노동을 낭비한 사물이 된다.

어떤 상품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적 등가물로서 기능해야 한다. 일반적 등가물이란 경제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과 교환이 가능해, 모든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이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얻은 상품의 단위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이 일반적 등가물이라면, 나이키 에어 1켤레는 순금 1돈, LG 그램 노트북 1대는 순금 10돈, 신형 소나타 1대는 순금 100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고, 실제로 사회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교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현재 어떤 상품과도 직접 교환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또 어떤 상품의 상대적 가치도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처지다.

가상화폐가 상점에서 다른 상품의 구매에 사용됐고, 가상화폐로 결제 가능한 상점이 생겨났다고 보도한 기사가 있지만, 이는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평가한 뒤 구매에 사용한 것이지, 가상화폐가 직접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자 <경향신문>의 기사는 “국내에는 150여 곳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가 지난 12월 21일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코인맵에 등록된 상점 150곳 가운데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상점은 거의 없고, 실제 결제 가능한 곳도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가 상품들의 상대적 가치도 나타내지 못하고,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화폐의 기능을 논의할 필요도 없지만, 화폐의 기능 측면에서 가상화폐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화폐는 가치의 척도, 유통의 매개(교환수단), 축장수단(가치저장 수단), 지불수단이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 가상화폐는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거나 측정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둘째, 가상화폐는 법정화폐로 가치평가된 후 아주 협소하고 우연하게 상품의 교환에서 유통의 매개가 되고 있어 유통의 매개로서도 거의 기능하지 못하다. 다른 것과 비교한다면 가상화폐는 문화상품권보다도 못한 구매수단의 기능을 가지고 있고, 그 기능이 백화점 상품권 같은 유통업체의 상품권보다도 못하다. 가치의 척도와 유통의 매개로서 기능을 갖지 못하기에 축장수단도 되지 못한다. 지불수단은 상품의 신용거래에서 사용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기능인데, 마찬가지 이유로 가상화폐는 이 기능도 없다.

다시 상품의 다른 한 가지 요소인 가치 측면으로 돌아 가보자.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채굴하고 있는 이더리움 1개의 가치는 얼마일까. 최근 A언론과 인터뷰한 B대학의 IT전공 교수가 가상화폐에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했는데, 그건 가치론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더리움

가상화폐는 그 생산과정에서 쓴 설비와 사용한 전기료 등의 가치가 이전된 양(노동시간으로 환산)과 지출된 노동의 양(노동시간)으로써 가치를 가지고 있다. 화폐 가치로 표현된 불변자본의 가치가 가상화폐에 이전된 양에 현재의 노동시간 단위당 사회적 가치평가를 적용하면 소모된 불변자본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새로 지출된 노동시간을 더해주면 가상화폐의 가치, 즉 가상화폐 1개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19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 소개된 가상화폐 생산 공장(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 1대당 400만원 상당의 채굴기 300대 운영, 1대당 전기요금과 관리비로 15만원 상당 지출, 이런 조건에서 하루 이더리움 1.5개 생산. 기사 내용상 전기요금과 관리비에 기타 부대비용과 노동력 비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채굴기의 내구연한을 3년으로 가정)을 토대로 이더리움 1개 가치의 화폐가격을 계산하면, 17만4074원이다. 이더리움을 구매하라고 투기를 부추기는 판매사의 운영비는 현재 정보가 없으므로 제외했다.

또 기사에 노동시간, 노동자의 수가 없어 잉여가치율을 계산할 수 없고, 이더리움 1개당 포함된 잉여가치를 알 수 없다. 일단 채굴업체와 구매자 간에,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직거래로 매매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1개의 이더리움을 이 회사의 조건으로 생산했을 때, 17만4074원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적정이윤을 남길 수 있다. 지난 14일 11시 58분 기준 이더리움의 시장가격은 185만3200원이다. 그래서 167만9126원은 거품이다.

이렇게 거품이 낀 투기수단이 매매가 이뤄지면, 판매한 사람에겐 이익이 남는데, 그 이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판매자로부터 이더리움을 노동자가 구매했다면,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받은 임금에서 오며, 자본가가 구매했다면 자본가가 자신의 노동자를 착취해서 벌어들인 이윤에서 오며, 부동산 임대업자가 구매했다면, 그 부동산 임차인의 소득(노동자의 임금, 자본가의 이윤, 독립생산자의 소득, 금리생활자의 소득)에서 오며, 금리생활자가 구매했다면, 산업자본가가 대부자본에 대해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자를 착취한 잉여가치이거나 노동자들이나 독립생산자가 대출한 생활자금에 대해 이자로 지불한 임금 또는 소득이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매매로 차익이 발생한다면, 결국 노동자를 착취한 대가인 이윤과 노동자의 임금과 독립생산자의 소득에서 오는 것이므로,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인구구성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와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생산자들을 착취 또는 수탈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불로소득’이란 다른 사람들을 착취 또는 수탈해 얻는 것이 된다.

이더리움의 매매차익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포함된 노동자를 착취한 이윤 또는 노동자의 임금에서 오거나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에 포함된 독립생산자들의 소득에서 오므로 지극히 자본주의적 현상이다.

가상화폐 거래의 합법화와 불법화를 떠나, 가상화폐가 계속 거래된다면 경제와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먼저 경제의 측면을 보면, 많은 경제학자가 우려하듯이, 가상화폐의 투기 광풍은 가상화폐 시장가격의 거품을 계속 키위서 경제위기 때 그 폭발력을 높이는 화약고가 된다.

지난 15일 기준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상장된 가상화폐 1438종의 시가 총액이 7060억868만3921달러이고, 원화로 환산하면 749조9224억원이다. 이 시장가격의 대부분은 거품이며,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계속하게 되면, 거품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 가격(출처 빗썸)

이 거품이 터지면 가상화폐 투기에 참여한 사람은 돈을 날리게 되고, 가상화폐 채굴과 유통에 참여한 업체는 줄도산을 할 것이다. 투기자와 관련 업체에 대출한 금융기관이 원리금 상환을 받지 못하게 되면 금융위기를 만들고 파괴력을 키우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은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돼 경제위기의 파괴력을 키워 사회에 존재하는 자본과 상품의 가치를 파괴하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그 고통의 대부분은 결국 열심히 노동하는 노동자들과 독립생산자들이 치르게 된다.

환경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상화폐의 채굴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악화시킨다. 지난 12일 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가상화폐 채굴용 PC 1대는 구성에 따라 시간당 1000W~1500W 정도의 전력을 사용한다. 지난해 7월 19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채굴업체의 경우 채굴용 PC 300대를 넉넉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500kW 정도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

지난 26일 자 <국민일보> 기사에서는 가상화폐 가운데 하나인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컴퓨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연간 37.02TWh(시간당 테라와트)에 달하”며, 이는 “미국 내 300만 가구가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규모이며, 덴마크가 1년에 소비하는 전체 전력량(33TWh)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또한 “큰 변화가 없다면 2019년 가상화폐 채굴에 따른 전력소비량이 미국 전체의 전력사용량과 맞먹을 것”이라는 미국 기상학자 에릭 홀사우스의 말을 인용했다. 그 이유는 가상화폐의 종류와 채굴에 참여하는 업체와 개인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상화폐는 환경과 경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시세차익은 노동자와 독립생산자를 착취 또는 수탈로 얻는 것이어서, 그야말로 ‘자본주의적 대량 낭비와 고통의 무기’일 뿐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유통하는 일을 불법화해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는 한국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불법화되고 규제되어도 다른 나라에서 활성화되면, 그 투기거품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 올 3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국제 공조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으나, 최근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엄청난 화력을 제공했던 파생상품의 예로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국가들의 속내가 투기 규제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가상화폐 채굴과 유통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 기술을 적용해 인명 살상 무기를 계속해서 생산·유통해야 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해킹차단같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측면에 활용되는 기술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실제 활용될 분야를 위해 개발하며 적용해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가 자율주행차의 주행데이터 공유, 카세어링 관리, 차량사용정보 저장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집단들과 개인들을 모아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술의 올바른 적용과 발전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가상화폐 투기에 집착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거나, 구하더라도 빈곤에 허덕이지 않은 임금을 받기 어렵거나,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소득을 얻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편승하여 힘을 쓸모없게 낭비하기보다는 사회를 좀 더 평등하게 바꾸는 데로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며,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 현상의 면만 살피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불평등을 줄이고 낮은 임금과 소득을 인간에게 어울리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미래의 고통의 포연을 남길 화약고를 늘려나갈 것이냐 아니면 미리 없앨 것인가는 현재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