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가상화폐 투기 경고···G20 규제안 논의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가상화폐를 위험한 투기자산으로 평가하고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높였다.

거액 해킹사고가 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다음 달 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규제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해킹 이미지

지난 16일 한국은행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미국,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두고 한목소리를 냈다.

580억엔대 가상통화 거래소 해킹 사건이 난 일본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13일 “가상화폐는 기반이 되는 자산이 없으며, 투기 대상이 됐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앞서 6일 독일 괴테대 연설에서 비트코인을 버블과 폰지사기, 환경재앙을 합친 데 비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앞으로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 입 메르셰 이사도 8일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으로 관련 시장과 기존금융체계 간 연결이 확대되고 있으며, 가상화폐시장이 무너지면 기존 금융체계에서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은 투기적 자산으로,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상통화 투자는 사적인 판단이라고 유보적인 태도였던 ECB 에발트 노보트니 정책위원도 법 규제가 필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달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처리지연, 가치 불안정성으로 정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이용이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 투기수단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도 “가상화폐 투자는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트코인 보유량이 세 번째로 많다.

중동지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중앙은행 등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경고했다.

가상화폐 가격 급등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재닛 옐런 전 의장과 캐나다중앙은행 스티븐 폴로즈 총재, 프랑스 중앙은행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총재 등이 가상화폐는 화폐 기능이 없고 투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어 2400만원을 찍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가상화폐를 두고 “발행 주체가 없고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가상의 통화라고 보고 있다”며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전혀 없어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들도 투자 위험성을 강조하며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남미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가상화폐 규제안을 공동 제안할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11일 CNN과 인터뷰에서 “세계적 규제와 적절한 감독이 분명하게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유럽금융감독기구 3곳은 12일 공동성명에서 가상화폐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고 가격 거품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돈을 넣었다가 전액을 날릴 수도 있으며, 투자·저축·노후대비 상품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해킹 사건 이후 가상통화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다. 그동안 금융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적용하는 등 성장 우선 정책을 하며 규제를 느슨하게 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폰지사기(출처 EBS)

인도에서도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이 가상화폐 투자를 ‘폰지사기’에 빗대 비판하고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국세청은 최근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고 가상화폐에 투자한 10만명에게 과세 통지서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