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며 권한대행의 임명 권한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출범을 주장하며 사실상 권력 분점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명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국회 몫으로 추천한 후보 3인을 연내에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우원식 국회의장 중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도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을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만 이를 대행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헌법 체계에 대한 왜곡으로 규정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던 전례를 들어, 민주당이 선택적으로 헌법과 사례를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 절차를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한덕수 권한대행께 요청했으며,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헌재 재판관 공백이 두 달을 넘긴 점과 비상 계엄 및 탄핵소추 가결 상황을 언급하며 “9인 체제의 헌재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와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인용, “대통령 권한대행도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필요한 논란을 멈추고 국정 안정과 국민 안심을 위해 헌법 절차에 따라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탄핵·조기 대선 노림수 드러나나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에서의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이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고, 탄핵 심판을 신속히 진행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구성 비율을 야당에 유리하게 조정해 탄핵 심판 결과를 좌우하려 한다며 이를 “조기 대선을 겨냥한 무리한 정치 공학”으로 규정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로, 만장일치가 아니면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를 염두에 두고 헌재 구도를 변경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 권력 분점 논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권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출범을 재차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여야 협력을 강화하고 정국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권력 분점을 위한 시도”로 간주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붕괴시키는 데만 골몰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마치 자신들이 국정 운영의 책임자라도 된 듯 행동하고 있다”며, 국정안정협의체는 실질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나누자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제안이 현 정부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대통령제를 흔들고 정국 혼란을 레버리지로 삼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을 약화시키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요구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헌법재판소를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 한다며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의 무리한 임명 강행은 헌재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청문회에 불참하더라도 야당 추천 2명에 대해 단독으로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탄핵과 조기 대선 노림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시스템의 독립성과 헌법적 원칙을 훼손하려는 위험한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개헌 논의까지 거론하며 정국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야가 정치 공학적 계산만 앞세운 채 대치를 이어간다면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략적 권력 나눠 먹기가 아닌, 헌법 질서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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