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VOC 검출시험 참여한 식약처 연구원과의 인터뷰

지난 18일 필자가 직접 검출시험에 참여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KBS 보도를 보면 식약처가 마치 검출된 것을 불검출된 것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시료량을 0.5g으로 한 데이터를 은폐하고 0.1g으로 한 것만 공개한 것처럼 들린다.

식약처 전수조사는 0.5g으로 시험한 적이 없다. 0.5g으로 시험한 것은 식약처 자료가 아니다. 생리대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2016년 식약처는 이미 생리대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위해성을 확인하기 위한 외부용역과제를 한 대학에 발주해놓은 상태였다. 그 대학 연구팀이 VOC 검출방법을 설계하면서 시료량을 0.5g으로도 해보고 0.1g으로 해보고 다양하게 시도했었다. KBS가 입수한 자료는 거기서 나온 자료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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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생리대 보도의 문제점

-식약처가 시료량을 0.5g이 아닌 0.1g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리대 사태가 일어난 후 급하게 666개의 제품을 전수조사해야 했다. 용역과제를 맡은 그 대학팀과 VOC 검출법을 함께 의논했다. 그 팀이 구축해놓은 데이터를 보면 0.5g으로 시험하면 상당수의 제품이 표준검량선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료의 정확한 함량을 측정하려면 반드시 검량선 범위에 있어야 하므로 검량선 범위를 벗어나는 데이터는 농도를 희석하여 범위 내에 들게 해야 한다. 생리대 시료는 액체가 아니라 고체이기 때문에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모든 제품이 검량선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0.1g으로 시료량을 맞추는 것이 최적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준검량선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생리대 시료를 분석기기에 넣으면 곧바로 화학물질의 함량이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은 표준용액을 여러 가지 농도로 만들어 분석기기의 반응을 측정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래프상의 선이 바로 표준검량선이다. 이렇게 ‘알고 있는 표준액’의 농도와 분석기기 간의 반응을 알아야만 ‘모르는 검체’의 분석량을 환산할 수 있다. 이것을 검량선법이라 부르는데 생리대뿐만 아니라 모든 화학물질의 분석은 이 방법을 사용한다. 검체의 분석량이 검량선 범위를 넘어서면 희석을 해야 하는 것도 자료의 신뢰성을 위해 꼭 따라야 하는 원칙이다. 왜냐하면 검량선 범위를 넘어서는 농도에 대해서는 분석기기의 반응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검출이 불검출로 뒤바뀐 것은 의혹을 남긴다.

검출, 불검출 여부를 떠나서 검량선을 벗어난 데이터는 정확하지 않으므로 희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희석하여 검량선 범위 내에 들게 하였을 때 불검출로 나오면 우리는 그 데이터를 따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검출량이 아니겠는가. KBS 보도를 보면 검출이 불검출로 바뀐 것만 나오지 검출량이 얼마였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용역연구팀에서 검출량이 얼마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환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출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또 0.5g 시료로 시험했을 때 검량선 범위를 벗어나는 데이터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이 시료량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검출량을 환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KBS 보도에서 보듯이 O, X로만 표시돼 있을 것이다.

-KBS 보도는 시료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유해물질의 검출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시료가 검량선 범위를 벗어날 때에는 희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희석하다보면 아주 적은 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가위로 잘라서 VOC가 거의 다 날아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식약처가 VOC가 휘발되어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날아가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험실을 미리 냉방하여 관리하였고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잘라 액체질소를 사용해 초저온에서 급속 동결 분쇄했다. VOC가 전혀 날아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날아가는 양을 최소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튜브에 이런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올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에게 중요했던 것은 검출, 불검출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생리대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의 최대치를 뽑아낼 수 있을까, 그것이 여성의 몸에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영향은 무엇인가였다. 그래서 최대 검출량을 뽑아내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장기간 사용의 위험을 반영하여 사용기간을 12~13세부터 평생으로 설정하였고 또 독성참고치를 적용할 때에도 유해한 영향이 처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용량을 적용했다. 검출량을 최대치로 높이고, 사용량과 사용기간도 최대치로 높이고, 독성이 나올 수 있는 양은 최소치로 낮춰서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 평가했다. 이 점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 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the_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