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리, 삶은 ‘진짜’인 ‘말’로 쓰여지는 진짜 이야기

[리뷰] 영화 <더 스토리: 세상에 숨겨진 사랑>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영화 <더 스토리>에는 1944년 프랑스 파리의 커플과 2012년 미국 뉴욕의 커플, 그리고 다른 두 시공간 속의 사건들을 자신의 작품(<the words>) 속에서 연결 짓는 작가 클레이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입체식 구성인 거죠.

영화 속 소설 <the words>에는 작가 지망생인 뉴요커 로리와 그의 애인인 도라가 나옵니다. 투고한 작품이 출판사마다 거절을 당하는데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 커플은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낡은 가방을 발견하고 사게 되요.

로리와 도라. 영화 <더 스토리>

사건의 발단인 이 가방 안에는 그가 그토록 그려내고 싶었으나 결코 표현해낼 수 없었던 내용의 원고가 들어있었습니다. 로리는 그 원고에 매료돼 그대로 타이핑 쳐 옮겨봅니다. 문제는 크게 감동한 로라의 반응입니다. 그는 아내의 말에 따라 작품을 출판사에 가져가고 환영 받습니다.

어린 시절 배운 도덕과 윤리는 없다. 세상은 딴판으로 돌아간다. 모든 건 그의 선택이었다.

수많은 언론의 관심 속에서 작가로서의 명예를 얻은 그,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한 노인의 등장으로 클레이의 낭독 1부가 끝납니다.

2부가 시작되기 전의 휴식시간에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작가지망생이자 콜롬비아 대학원생인 다니엘라가 접근합니다. 둘은 유혹하듯 눈길을 주고 받으며 잡담을 나누고 곧 2부가 시작됩니다.

1부가 2012년 뉴욕을 배경으로 로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2부는 1944년 파리를 배경으로 1부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그 노인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로리에게 접근한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소설로 쓰고 뭔가를 좀 남겨줄 수 없겠느냐며 그를 떠보죠. 몰상식한 짓은 안 된다며 넘어가지 않자 노인은 마지막 무기를 꺼내요. 예상하셨을 테지만 그 원고가 바로 노인의 것인 거죠.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더 스토리> 포스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파리로 보내진 청년인 그는 독일군이 터뜨린 하수구를 고치는 최악의 일을 하면서도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그 시간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습니다. 책벌레인 한 동료로부터 글이 주는 위대함을 배우고 세상을 깨치던 그가 아름다운 여인, 실리아로부터 운명적 사랑을 느꼈던 그 시간.

전쟁이 끝나고 돌아간 고향 마을에서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 갈등하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찾게 됩니다. 파리로 돌아와 그는 실리아와 결혼해 예쁜 딸 아이를 낳고 영어 주간지 기자가 됩니다.

세상 전부를 가진 순간이었지만 그땐 그걸 몰랐어. 누구라도 그랬겠지.

그러다 딸 아이가 아파 죽게 되요. 이때 부부 사이가 변합니다. 고통은 상처가, 상처는 이별이 됩니다. 실리아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자신의 집으로 떠난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밤낮없이 타자기로 글을 찍어 2주만에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해냅니다. 그리고는 실리아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자신의 집에 남겠다고 해요. 그녀에게 그의 원고가 남겨진 채였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그녀는 그에게 돌아오지만 기차 안에 그의 원고를 두고 내립니다. 이에 그는 실리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고 말아요. 그에게 영감을 준 여인보다 글을 더 사랑했던 것이죠. 그 뒤로 그는 그녀는 물론 글도 곁에 둘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2부가 끝이 나고 클레이는 다니엘라와 자신의 방으로 자리를 옮기죠. 클레이는 그녀에게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자, 진짜 흥미로운 건 지금부터입니다. 이제 그 청년은 노인이 됩니다. 그리고는 신예 작가인 로리의 작품을 보게 되죠. 노인의 말을 듣고 있던 로리는 당황하며 오해라고 둘러대 보지만 그는 단호합니다.

그런데 노인은 자신이 그 글의 주인이라는 것을 세상에 밝히고 싶은 의도가 없습니다. 그에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작가라면 이 정도의 ‘진실’은 알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 떠납니다. 여기까지가 2부의 내용입니다.

로리와 노인. 영화 <더 스토리>

그 후의 이야기는 클레이의 작업실에서 다니엘라와의 대화를 통해 이어져요. 로리는 아내와 출판사에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아내와 출판사는 크게 동요하다가 결국에는 그의 진실을 막으려고 해요. 그는 다시 노인을 찾아갑니다만 노인은 이번에도 단호합니다.

내 글을 훔쳐갔으니 내 고통도 가져가.

그 글은 노인에게 글 이상의 삶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바로 잡고 싶다는 로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되돌릴 수가 없다’고 역정을 내던 그가 한층 평안해진 얼굴로 말하는 장면인데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실리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겁니다. 그녀를 보게 된 그 순간이 분명 고통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삶의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지 말고 가던 길 가게. 누구나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짐을 지고 사는 게 힘든 거야. 하지만 그걸 대신해줄 사람은 없어.

<창가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하고 작가적 입지를 탄탄히 다진 그는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던 겁니다. 그 후 노인은 죽고 결국 비밀은 묻히죠. 그러나 세상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는 법이죠. 자신의 한계, 이기적 욕망을 매일같이 확인하며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는 것은 오롯이 그의 몫입니다.

클레이의 얘기를 듣던 다니엘라는 자신의 예상과 달랐던 결론에 불만을 드러내요. 그러나 클레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이 격양돼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비웃듯 반문합니다.

진짜와 가짜 중 하나만 봐. 비슷해 보여도 같을 수 없으니까. 말도 안 되는 가짜를 믿지 말라고.

이 말에 둘의 입장은 반대가 되요. 그가 그녀를 밀어냅니다. 당황한 그녀가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지만 그녀의 질문 위로 겹쳐지는 장면은 소설 속 로리의 사과를 듣는 도라의 모습입니다. 그가 ‘진짜’ 원하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겠죠. .

노인이 잃어버렸던, 그리하여 로리에게로 왔던 원고의 겉면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운명은 잔인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다.

윤리나 양심의 문제보다도 노인의 말에서 다른 중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노인은 로리에게 ‘운명’이라는 말을 하거든요. 로리에게 노인의 글은 훔쳐낸 것이기도 하지만 운 좋게 주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명이라는 큰 틀 안에는 선택이라는 작은 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실리아의 글씨로) 원고의 겉면에 쓰여졌듯 주어진 운명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다시 시작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다만 선택에 따른 대가의 짐만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로리는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저 혼자 간직하고 있다는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시점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대가만이 남은 것이니까요.

아마도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했던 보다 큰 메시지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삶은 마음이 하는 ‘진짜’ ‘말’(the words)로 살아져야 하며 그랬을 때에야 ‘진짜’ ‘이야기’(the story)로 남는다는 것.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짜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진짜’ ‘말’로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서연이었습니다.